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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초록/2015년도 설교초록

서울교구설립 50주년 기념 견진예식 설교(2015년 5월 24일)

 

 

2015년 5월 24일(성령강림주일) 성찬례와 견진예식

 

1독서: 예레 31:31~34 

31 앞으로 내가 이스라엘과 유다의 가문과 새 계약을 맺을 날이 온다. 나 야훼가 분명히 일러둔다. 32 이 새 계약은 그 백성의 조상들의 손을 잡아 이집트에서 데려내오던 때에 맺은 것과는 같지 않다. 나는 그들을 내 것으로 삼았지만, 그들은 나와 맺은 계약을 깨뜨리고 말았다. 귀담아들어라. 33 그 날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맺을 계약이란 그들의 가슴에 새겨줄 내 법을 말한다. 내가 분명히 말해 둔다. 그 마음에 내 법을 새겨주어,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다. 34 내가 그들의 잘못을 다시는 기억하지 아니하고 그 죄를 용서하여 주리니, 다시는 이웃이나 동기끼리 서로 깨우쳐주며 야훼의 심정을 알아드리자고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내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시편: 139:1~10 

1,2 주여, 당신께서는 나를 환히 아시니: 내가 앉아도 아시고, 서 있어도 아십니다. ◯ 멀리 있어도, 당신은 내 생각을 꿰뚫어 보십니다.  3 걸어 갈 때나 누웠을 때나 환히 아시고, ◯ 내 모든 행실을 당신은 매양 아십니다. 4 내가 입을 벌리기도 전에 ◯ 무슨 소리 할지, 주께서는 다 아십니다.  5 앞뒤를 막으시고 ◯ 당신의 손 내 위에 있습니다. 6 그 지식은 놀라와 내 힘 미치지 않고 ◯ 그 높으심 아득하여 엄두도 아니납니다. 7 당신 생각을 벗어나 어디로 가리이까? ◯ 당신 앞을 떠나 어디로 도망치리이까? 8 하늘에 올라가도 거기에 계시고 ◯ 지하에 가서 자리깔고 누워도 거기에도 계시며, 9 새벽의 날개 붙잡고 동녘에 가도, ◯ 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아 보아도 10 거기에서도 당신 손은 나를 인도하시고 ◯ 그 오른손이 나를 꼭 붙드십니다.

 

2독서: 에페 4:7, 11~16 

7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에게 각각 다른 은총을 알맞게 나누어주셨습니다. 8 성서에도 "1)그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사로잡은 자들을 데리고 가셨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셨다."라는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11 바로 그분이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선물을 은총으로 주셔서 어떤 사람들은 사도로, 어떤 사람들은 예언하는 사람으로, 어떤 사람들은 전도자로, 어떤 사람들은 목자와 교사로 삼으셨습니다. 12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 활동을 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자라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13 마침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14 그 때에는 우리가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어서 인간의 간교한 유혹이나 속임수로써 사람들을 잘못에 빠뜨리는 교설의 풍랑에 흔들리거나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15 도리어 우리는 사랑 가운데서 진리대로 살면서 여러 면에서 자라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16 우리의 몸은 각 부분이 자기 구실을 다함으로써 각 마디로 서로 연결되고 얽혀서 영양분을 받아 자라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도 이와 같이 하여 사랑으로 자체를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복음: 루가 4:16~21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 (마태오 13:53-58; 마르코 6:1-6)]  16 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셔서 안식일이 되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시려고 일어서서 17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이러한 말씀이 적혀 있는 대목을 펴서 읽으셨다. 18 "6)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19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20 예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서 시중들던 사람에게 되돌려주고 자리에 앉으시자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예수에게 쏠렸다. 21 예수께서는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하고 말씀하셨다.  

<강론초록>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 드립니다. 아멘! 

참으로 거룩하고 뜻 깊은 시간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령강림대축일에, 서울교구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온교회가 하나되어 성찬례 가운데 견진예식을 거행합니다. 

(1) 성령강림대축일 

우리가 기념하는 성령강림의 깊은 뜻은 무엇일까요? 성부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신 십자가와 부활사건은 단 한번 이루신 완전한 구원사건입니다. 동시에 늘 모든 시대, 모든 곳, 모든 이가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일로 구체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구원사건입니다.  

신앙은 개인이 자기 생각으로 구원의 의미를 상상하고 해석하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공동체를 이룬 교회에 속하여, 말씀과 성사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시고 드러내보이신 “하느님 나라”라는 새로운 삶의 차원을 누리는 일입니다. 시공간의 차이와 개별화된 각 사람들의 차이를 넘어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총을 지금 이곳에서 함께 체험하고 고백하는 일이 성령강림(聖靈降臨)의 본질입니다.

  성령을 받는 일은 개인이 어떤 신비하고 황홀한 경험을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에 사로잡혀 욕망과 두려움에 묶여 살던 삶을 벗어나서, 자유의 영, 진리의 영, 사랑의 영을 따라 살아가는 일입니다.  

성령을 받음으로, 한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동시에 교회공동체를 이루어 새로운 하느님의 질서 안에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하느님의 백성이 됩니다.

성령을 받음으로, 한 인간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됩니다. 함께 교회공동체로 예수님의 몸을 이루어 세상 속에서 예수님이 행하시던 하느님의 일을 이어받아 실천합니다.

 성령을 받음으로, 한 인간은 성령의 성전이 됩니다. 교회공동체는 성령의 공동체로서 세상을 향하여 각자 받은 은총의 선물로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을 드러냅니다. 

성령을 받는다는 뜻은 성령께서 사로잡으신 교회공동체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협조자 성령님을 모시고 우리 모든 사람은 예수님처럼 영적인 차원의 삶을 살아가며 그 하느님의 일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2) 서울교구설립 50주년 

  오늘 우리는 서울교구설립 50주년을 기념합니다. 성공회가 거룩하고 공번된 그리스도 교회인 것은 앵글리칸 교회의 전통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성공회는 성령강림을 통해서 하느님나라를 위해서 세워진 예수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거룩하고 보편적인 교회입니다.  

  특별히 교구설립 50주년을 따로 기념하는 일은 성공회가 이해하는 교회의 기본단위가 “교구”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전례와 선교를 하는 본교회들이 함께 이루는 교구라는 한 몸, 한 교회를 이룹니다. 

  교구의 인격화된 상징인 주교가 교회공동체에 참여하는 교우에게 안수하고 기름을 부어 성별하며 “우리가 성령의 은총으로 변화하여 한 몸이 된다”고 선언합니다. 이것이 견진예식입니다.  

(3) 견진예식의 의미와 가치 

견진예식은 세례성사와 본래 하나로 이어지는 예식입니다.  세례와 견진 모두 핵심은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세우시는 성사(聖事)입니다.

세례와 견진은 교회가 행하는 어떤 예식의 종류가 아닙니다. 도리어 세례와 견진을 통해서 교회가 세워지고 그 몸이 확장하게 됩니다.  

교회는 성전건물과 교계제도 그리고 신자들의 모임이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보여집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교회의 본질은 세상을 향하여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펼쳐 이루시려는 하느님의 현존이요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이 되시고, 사람을 부르시고 세우시어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 인간을 종으로 부려서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참인간이 되게 하셔서, 하느님의 자녀요, 예수의 벗으로 삼아서, 성령에 가득한 사람으로 일하게 하십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 참사람의 공동체입니다.  

세례는 참사람을 낳고, 견진은 참사람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킵니다. 세례는 하느님 자녀의 탄생이고, 견진은 하느님 자녀로서의 성인식(成人式)입니다. 견진예식을 받는 조건으로 주교는 이미 신자인 여러분에게 더 이상 교리적인 확신을 확인하거나 개인적인 신앙체험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견진예식을 통해서 교회의 사부인 주교는 견진자 여러분이 속하게 되는 이 구체적인 성공회 공동체에 대하여 자유로운 결단을 통해서 온 삶을 헌신하는 충성을 요구합니다.  

(4) 하느님나라를 위한 일꾼 

이제 여러분은 교회출석을 잘 하는지 못하는 지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더 깊은 소망과 새로운 발상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는 이들로 세워진 주체입니다. 

성공회 신자가 되려는 분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 주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교회에 속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이 땅에서 진실로 하느님을 예배하고, 진정으로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며, 깊은 친교로 하나되는 교회, 그 참된 교회공동체의 참된 신자로 살아가려는 뜻입니다.  

이제 그 교회를 이루었으니, 주위의 아는 이를 초대하십시오. 여러분 121명이 1년에 한 사람을 초대하고, 그 사람이 또 한 사람을 초대하면, 놀랍게도 10년 안에 5만명이 넘는 공동체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견진을 받으신 121명, 여러분의 선택은 탁월하고 중요합니다. 정확히는 여러분을 이 교회로 부르신 성령님의 계획이 위대합니다.

여러분이 이제 대한성공회의 현재요 미래입니다. 여러분이 교회입니다. 여러분이 교회의 불꽃입니다. 피식피식 매운 연기만 피우는 상태가 아니라, 이제 빛과 열기를 뿜으며 활활 타오르려는 불꽃입니다. 여러분이 받으신 성령의 불은 여러분을 태우기 시작해서, 여러분의 주위를 태우고, 온 세상을 사랑의 불길로, 진리의 불길로 태울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기억하시지요?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말씀이 이루어졌다” 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모두 바로 이 말씀의 증인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