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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서울교구장주교 사목서신 - 주교서품 1주년에 즈음하여


주교서품 1주년에 즈음하여

주님 안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교구 내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주교 바우로가 문안을 드립니다.

태백에서 물 걱정을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촉촉한 비가 대지를 녹색으로 바꾸더니 곳곳에서 모를 내는 데 걱정하지 말라는 듯 흡족한 비를 내려주시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가 주교로 성품된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숨 가쁘게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세월을 잠시 돌이켜보며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당부를 드리는 것으로 돌잔치를 대신하려 합니다.

우선 교구 내 모든 성직자, 그리고 수도자들께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종이지만 저를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해 주시고 한 호흡으로 같이 해 주셔서 더없는 축복의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연초에 여러 가지로 분주한 중에 어쩔 수 없이 큰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따라주신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어서 바로 사순절을 지내고 부활절을 준비하느라 고생을 하셨을 것입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많은 신자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사순절과 부활절을 통해서 은혜를 많이 받았다’는 고백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교구 내 신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사순절과 부활절을 지내면서 하루도 빠지지 아니하고 성찬례를 바치고 그때마다 저를 기억하여 기도해 주셔서 오늘의 저를 있게 하셨습니다. 더러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셔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기도로써 하느님의 뜻으로 안내해 주시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도대로 주님 뜻을 담는 그릇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1년을 지나오면서 저 나름으로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첫째는 제가 스스로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무겁고, 둘째는 제가 바라보는 방향과 동료 성직자와 신자들이 향하는 방향이 더러 차이가 나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가리키는 방향은 보지 않고 자꾸 저를 바라만 보고 계셔서 얼마나 불편한지 몰랐습니다. 저를 바라보고 계신 것은 저를 사랑하셔서 그런 것이라 여기고 감사히 생각합니다만, 저를 바라만 보시다가 우리가 가야 하는 아주 중요한 길을 놓치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가장 자랑스럽게 내어놓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성공회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부심, 그래서 그냥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결심과 도전입니다. 지금 우리 성공회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깊은 기도와 전략, 그리고 이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자원의 동원과 활용방안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가려고 서둘지 않고, 그러나 멈추지 않고 긴 호흡으로 한 발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시급하고 빨리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입니다. 귀를 활짝 열고 경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제가 있다는 것은 해법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온 정성을 다해 그 해법을 찾아 갈 것입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아직까지 우리 성공회 같은 맑고 건강한 교회가 남아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그 순수함, 맑음, 넓음, 깊음을 저도 감히 표현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신앙의 지순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아무리 마음이 넓어도 여러분의 가족이, 여러분의 친구가 다른 곳에서 양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자칫 잘못 길러질 수도 있습니다. 잘못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이며, 동시에 성공회는 적어도 못 가르칠망정 잘못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어떻게든 여러 가지 기회를 통해서 바른 가르침을 전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교 성품 1년을 지내면서 감히 부탁을 드립니다. 지금 비록 부족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바로 여기가 우리 자리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그 한 귀퉁이를 잡고 여러분의 수고를 합하면 우리는 바로 우리가 원하는 자리에, 하느님께서 원하는 자리에 우리 교회가 우뚝 설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기도와 헌신,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내딛으려는 열정으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가 행복해할 수 있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우리 하느님 아버지 안에서 한 형제자매 된 여러분 모두에게 저의 인사를 전하며, 더불어 하느님의 축복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주교 성품 1년을 맞이하여
                                                    정동 집무실에서
                                                    교구장 주교 김근상 바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