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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에게

앞뒤가 안맞는 고백 합리적으로 살피고 생각할 수록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 할 수록 “자기를 비워 복음을 따르는 신앙은 어렵고 드물다"는 걸 알게됩니다. 성공회를 지상최선의 교회로 이해할수록 “그래도 교회다운 교회로는 한참 모자라다”는 걸 깨닫습니다. 주님, 그래도 여전히 합리적으로, 신앙으로, 당신의 몸인 성교회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은총으로 도와주소서! 더보기
[이 말] 구원에 관한 짧은 생각 1  신부님, 더위에 안녕하신지요. 구원에 관해 떠오르는 짧은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멘붕상태는 리듬을 타고 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은퇴하고 죽기까지 그러리라고 각오합니다.^^ 내 희망, 내 그리움은 신앙적으로 정직하고 신학적으로 치열한 도반들입니다. 신부님, 당신은 제게 참으로 소중한 분이십니다. ---------------------------------------------------- 구원에 관한 짧은 생각 1 구원... 누가 문제를 해결하는가 이전에 어떤 문제가 정말 문제인가가 문제다. 가령 예수께서 내 영혼의 구세주라는 의미가 예수를 믿으면 내 영혼이 시신을 떠난 후 천당에 가서 복락을 누리게 된다는 거라면... 이게 정말 참으로 문제가 되는 문제인가? 그럼 부활은 도대체 무슨 문제인.. 더보기
분별력  신부님, 오늘 성미카엘과 모든 천사들 축일은 대한성공회 설립 122주년, 관구설립 20주년이 되는 날이죠. 성가 170장 가사는 인간들은 "미혹의 염려 없는" 천사를 부러워하고 천사는 "하느님께서 자녀 삼으신" 인간들을 부러워하나 하느님의 나라의 한 군사가 연합되리라는 다짐으로 하나됨을 노래합니다. 애찬 시간에 천사가 과연 미혹의 염려가 없을까 김주교님이 문제를 제기하셨죠. 미혹의 이유를 성가는 육신의 사슬과 죄로 표현하였지만 이 때의 육신은 단순한 몸(바디, 육체성) 이라기 보다, "에고"로 통칭되는 자기중심성일 겁니다. 타락한 천사 루시퍼를 이 자기중심성의 화신으로 보는 전통도 있으니 천사도 미혹의 염려가 여전히 있을 터이고 주교님의 문제제기는 근거가 있죠. 천사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자기중심성을.. 더보기
쫑알공주 도희체 신부님,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트윗을 보니 "도희야 그곳에서나마 행복하렴..." "도희야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실 거야" 는 글이 있네요. 도희라는 아이가 11살의 나이로 올 봄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구요, 도희아빠는 그 아이의 글씨로 "쫑알공주 도희체" 라는 이름의 폰트를 만들어 배포하며 도희와 도희와 같은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092610134121483&outlink=1 앞에서 말씀드린 죽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고 돌아왔는데... 도희아빠가 자신의 딸을 기념하기 위해서 연 블로그를 보며 http://dohhee.tistory.com 마구 눈물을 흐르는.. 더보기
별세기도를 준비하며  신부님, 오늘 한 교우의 부친을 위해 별세기도를 드립니다. 급작스런 죽음이어서 모두 놀라고 슬퍼합니다. 죽음이란 신비이지요. 죽임은 직면하여 물리칠 악이지만 죽음은 받아들여 완수할 삶의 한 과정입니다. 핵심은 역시 나라는 존재의 문제이죠. 내가 더 이상 나라고 주장하지 못할 때, 내가 더 이상 에고로서 존재하지 못할 때, 그 때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죠. 영혼이라는 실체로 상정하고 그것을 나를 생각해서 죽음 너머에도 영원히 여전한 쾌락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은 유용하고 편리하긴 하지만 죽음 앞에서 지혜로운 마음은 아닙니다. 죽음은 어쩌면 “에고”를 멈추는 고마운 시간입니다. 살아서 의지하고 경험하는 우리의 “실체성”이 한계를 드러내고 순수하게 우리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기점입니다. 우리가 욕망과 .. 더보기
교회위원회 웍샵준비를 위해 사목단 회의를 하며  신부님, 가을색이 짙어져 갑니다. 낮은 더운데 저녁은 제법 서늘하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요즘 나날이 기력이 떨어져갑니다. 몸을 정성스럽게 돌보지 않은 탓이지요. 머리를 주로 더 많이 의지하고 살고있는데 이 머리가 생각보다 그리 지혜롭지 못하네요. 저 하고 싶은 일에 몸과 정기를 함부로 쓰게 만들어서 몸이 그러면 안된다고 타이르는 중인가 봅니다. 그래도 제대로 잘 알아들을 지 걱정입니다. 조금만 좋아지면 몸을 잊고 곧 다시 옛습관으로 돌아가기 십상이지요. 몸을 닦는 일이 마음을 닦는 일과 하나인데 몸도 마음도 형편이 좋지 않으니 명색이 종교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아직 지향은 잃지 않았으니 좀 더 자주 정좌(靜坐)를 하려고 합니다. 몸도 마음도 더 깊이 편히 쉬게하는 일이지요. 우.. 더보기
박종기 스테반 신부님 별세 20주기  신부님, 미안해요. 글 하나 더 쓰고 싶어요. 바쁘시면 안 읽으셔도 전혀 무방합니다. ^^ 오늘(9/26) 저녁 6시에 박종기 신부님 별세 20주기 추모성찬례가 있었어요. 벌써 20년이나 흘렀네요. 갑작스런 별세소식에 얼마나 놀랐던지... 저는 그때 회사를 다니던 때여서 장례성찬례에 가까스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박종기 신부님은 참 따뜻한 분이셨죠. 제게 세례를 주신 분이시구요. 사실 우리 가족이 천안 부대동에 살다가 서울로 옮겨와서 냉담상태가 되었을 때 박신부님께서 심방을 와주셔서 당시 막 시작되던 천호동교회에 나갈 수 있게 되었죠. 덕분에 누나와 나는 교회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어요. 저는 지금도 그다지 잘하지 못하지만, 마음 깊은 한 사제의 심방과 돌봄은 소중한 것이었죠. 성공회를 잘 알.. 더보기
성공회대학교 총장 이취임식에 다녀오며  신부님, 시간이 나시면 읽어주세요. 그다지 깊은 이야기는 없으니 그러려니 해주시구요. 제 넋두리 비슷한 건데 그래도 신부님이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성공회대학교 총장 이취임 예배에 다녀왔어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평판의 이00 신부님께서 새 총장으로 취임하시고 13년간 부총장, 총장으로 일하신 양00 신부님께서 이임을 하시는 자리죠. 피츠버그홀 앞 마당에서 학생들이 뭔가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어요. "이사회는 응답하라" 라나... 젊은 시절에 부당한 일에 문제를 제기하고 싸우는 것은 자연스럽고 소중한 경험이지요. 새총장의 인선이나 향후 발전계획에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고 느끼는가봐요. 하지만 뭔가 구체적이지 않고 특별히 몇몇 아이는 참 예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학생으로서 직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