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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초록/2015년도 설교초록

성체성사의 신비 (요한 6:51-58/ 연중 20주일)

2015년 8월 16일 연중20주일                             

                                    성체성사의 신비(요한 6: 51-58)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공회의 설교는 살아계신 하느님께 함께 귀를 기울이는 공동체적인 전례의 일부로서 교회력을 따라 이루어집니다. 설교자의 개인적인 관심과 신학과 언변에 의존하는 개신교적인 설교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성공회의 모든 설교는 성공회 공동체의 신학과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이해 하셔야 합니다.

오늘 요한복음의 주제는 물론 “설교”가 아니라 “성찬례” 곧 “성체성사” 입니다. 오병이어 이야기를 표징으로 삼아 요한복음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생명의 빵이라는 것을 우리는 성찬례를 통하여 깊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생존과 생활을 위하여 구하는 육신의 빵의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는 영원히 살게하는 영적인 양식입니다.
생명의 빵은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그 무슨 물질적 축복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져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게 하는 예수그리스도의 살과 피 그 자체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는 신앙생활의 알파요 오메가 곧 우리가 추구하는 전부입니다.
성체성사는 그 일치를 경험하게 해 주는 놀라운 은총의 선물이고 귀하고 귀한 기회입니다.
그런데 이 일치에 내용에 대해서 좀 더 깊은 묵상이 필요합니다.

현대인인 우리는 신앙생활을 개인적인 것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나라는 개인의 삶이 있고 그 개인으로서 선택한 신앙이 있고 그 신앙을 가지고 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우리가 모였지만 이 모임을 개인들의 모임으로 여기기 쉽다는 것이지요. 성사성체도 내가 받는 성체와 보혈을 통해서 나라는 개인에게 나의 내면이나 나의 생활에 은총이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신앙은 그런 개인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내가 신앙생활을 하게 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도리어 하느님의 선택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고백하게 되고, 또 그리  고백해야 마땅합니다.

우리가 교회의 일원이 되는 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이렇게 성공회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된 것은 여러분이 성공회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지요? 그렇습니까?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십시요. 실은 여러분이 성공회를 택한 것이 아니라 성공회가 여러분을 선택 하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께서 성공회를 통하여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성공회는 여러분이 선택하여 다니기로 한 교회의 이름이 아닙니다. 성공회는 여러분이 이루기로 결심한 교회 공동체의 이름 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 하십니까? 성공회의 교우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여러분은 성공회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성공회는 여러분 밖에 있는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 아닙니다. 성공회는 열린 교회로서 여러분을 그 본질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을 제외하고는 성공회가 더 이상 성공회가 아닙니다. 그것이 공동체 입니다. 여러분은 너무나 귀하고 귀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들 입니다.

성공회가 저기에 따로 있고 여러분이 거기에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제 여러분으로 말미암아 여러분을 포함한 새로운 성공회 공동체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하신 일 같습니까? 여러분을 성공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한 일은 단순히 여러분의 결심이 아니라 성공회가 공동체적으로 결정한 일입니다. 더 정확히는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정하시고 이끄시고 도우시는 일입니다.
단순히 인간적 결심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확인하시고 보증하신 신앙적인 결단 입니다.

우리 교회의 성사는 바로 이 차원의 신비를 경험하게 해 줍니다. 오늘 복음 말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는 신비를 개인적인 것으로만 이해하시면 충분하지 않습니다. 옛 어른들은 성체성사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성체성사가 예수님의 몸과 피를 실제로 내 육신, 몸 안에서 모시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믿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지금 믿음이 타락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성찬례의 중요한 가치는 개인적인 것보다 공동체적인 것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입니다.

말하자면 성체와 보혈을 받음으로 나라는 개인이 몸과  마음과 영혼에 홀로 은총을 입은 것으로 이해 하시면 60점 짜리 입니다. 성체와 보혈을 함께 먹고 마심으로써 우리가 예수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는 교회 공동체의 일원인 것을 깊이 깨닫고 우리가 우리 서로를 감사하고 기뻐하는 차원까지 이르셔야 만점이라는 말씀 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하신 말씀 가운데 “내 안” 과 “그 안” 이라는 표현은 막연한 관념적 신비체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우리 교회 공동체를 의미 합니다. 예수그리스도와 우리의 일치는 우리 각 개인이 관념적으로 황홀경 속에서 체험하는 신비체험이 전부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일치는 바로 교회 공동체를 통한 일치 입니다. 성찬례를 통해서 우리는 교회 공동체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살과 피의 실제적인 차원, 관계적인 차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일은 우리가 공동체로 하나되는 신비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시지요?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들의 하느님 체험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생생히 체험했다고 하면서 개인적인 판단과 독단적인 주장으로 교회 공동체에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교회가 성사의 공동체인 것을 깊이 깨닫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성찬례를 통해 우리가 공동체가 되도록 하시는 하느님의 뜻과 사랑을 묵상해야 합니다. 우리들 개인의 하느님 체험은 교회 공동체의 말씀과 성사를 통해서 공동체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성숙하게 됩니다. 그렇게 교회 공동체를 통해서 우리가 받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은총은 흐르고 넘쳐 교회의 경계를 넘어 세상을 향해 퍼져 나갑니다.
그것이 우리의 선교입니다.

오늘 우리의 성찬례 가운데 함께 하시는 성 삼위일체 하느님의 현존을 찬양 합니다. 우리는 이 교회 공동체를 통하여 그 하느님과의 일치를 누릴 수 있음을 고백하고 감사 합니다.
이 성찬례를 마치신 후에 세상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함께 이 성찬례에 참여한 모든 교우들을 서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된 개인이 아님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 사람들 입니다. 우리는 성찬례 곧 홀리 콤뮤니언(holy communion)을 통해서 우리가 공동체 곧 콤뮤니언(communion)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여전히 다른 교우들이 나와 무관한 남으로 느껴지신다면 우리는 예배를 충분히 잘 드린 것이 아닙니다. 전례를 통해서 나만의 행복과 성공을 기원했다면  우리는 아직 더 자라야 할 신앙입니다. 괜찮습니다. 매일 매일 주일 주일 우리 공동체는 성찬례를 계속 드릴 것입니다. 이르고 늦은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마침내 우리의 성찬례를 통하여 우리 각자를 넘어서서 공동체로 하나된 우리 안에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느끼고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금 드린 이 말씀들을 기억하시며 성찬례에 참여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성찬례를 마친 후에 여러분은 우리 공동체의 교우들 각 사람 위에 빛나는 광휘를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들 일 수 있습니다. 말쑥하고 멋지고 고급스런 분위기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가운데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상대방의 겉모양을 초월하여 예수님께서 부르시어 공동체로 이루어주신 서로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우리는 성체성사의 은총을 풍성히 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나 한 빵을 나누며 한 몸을 이룹니다.” 우리의 구원은 이 고백의 진실성 입니다. 진실로 이 차원을 경험하고 고백하는 신자는 이 세상 어느 곳에  있던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빛과 향기를 드러내게 됩니다. 자기를 멸시하여 좌절하지도 않고 자기 의를 내 세워서 교만하지도 않으며 자기를 초월하여 자기 안에 그리스도를 모신 사람으로서 영원한 생명을 세상에 드러낼 것입니다.

세상의 것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자기를 죽인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영원한 생명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일과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는 일과 우리의 교회를 사랑하는 일은 본질상 다르지 않고, 또 실제로도 다르지 않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육신을 벗어나 하느님 곁으로 옮겨갈 때, 함께 슬픔과 기쁨으로 함께 할 이들이 바로 우리 교회 공동체의 교우들 입니다. 여러분의 묘비명에 새겨질 “ 성공회 교우” 라는 말에는 우리 모두의 사랑과 하나됨이 담겨지게 됩니다.
우리들의 사랑은 이해관계를 따르지 않습니다. 내편 네편을 가르지 않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사랑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습니다. 우리 가운데 주님께서 부활의 주님으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로 우리와 일치 하시고 우리를 일치 시키시는 성삼위 하느님을 찬양 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