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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교리이야기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 (Saint Michael and All Angels, 9월 29일)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 (Saint Michael and All Angels, 9월 29일)

9월 29일은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의 축일입니다. 이 땅에 성공회의 선교가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성 미카엘 축일은 동방교회에서 4세기에 시작되어 5세기에 서방교회로 전파되었습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라는 뜻입니다. 천상 군대의 지휘관인 성 미카엘 숭배는 결국 모든 천사들의 숭배로 확대되었습니다. 중세기에 성 미카엘의 날(Michaelmas)은 큰 축일이었고, 서유럽에서는 추수기와 일치하는 이 날을 중심으로 많은 대중적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현대인들은 천사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어른이 되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천사의 존재를 바로 믿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천사의 영적인 의미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성경과 교회가 말하는 천사(天使)는 하느님의 사자(使者, messenger)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당신의 뜻을 전하시고 당신의 일을 계속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천사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일, 곧 하느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이 땅에서 하느님의 일을 행하는 존재입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사랑과 주권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이 천사의 존재를 눈으로 봐서 경험할 수 있을까요? 산타클로스는 4세기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주교를 상상으로 채색한 이미지여서 누구도 실제로 산타클로스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영적인 진실을 받아들인 수많은 이들이 예수 성육신의 사랑을 “자비의 선물”에 담아 전할 때에 성 니콜라스는 오늘도 살아있는 존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천사의 존재도 우리들이 상상해낸 이미지가 본질이 아닙니다. 수많은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할 때 그들과 그들의 모임이 드러내는 영적(靈的)인 인격성(人格性)이 바로 천사의 존재로 경험되는 것입니다.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을 기억하는 일은 순진한 동심(童心)을 간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의 영적인 지향, 영적인 열정과 영적인 질서를 올바로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121년 전 9월 29일에 성공회가 이 땅에 전해진 것은 성공회의 천사로 하여금 이 땅에서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하느님의 일을 행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주님은 요한에게 아시아의 일곱교회의 천사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명령하십니다. 지금 우리 성공회의 천사, 그리고 우리 주교좌교회의 천사, 우리들 각자의 수호천사는 주님께 어떤 칭찬을 듣고 어떤 권면을 받게 될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