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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2010 성탄절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명서 (옮김)


 <2010 성탄절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명서>

         이 땅의 화해자로 오신 예수님, 이 땅을 평화로 이끄소서.



+ 주님의 평화가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먼저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인해 희생당한 장병과 민간인 노동자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집을 떠나 추운 겨울 불안하고 불편하게 살아가는 연평도 주민들의 일상이 하루속히 원상복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땅에서 분쟁과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남과 북 안팎에 상존하고 있는 물신주의와 동북아 패권을 지키기 위한 강대국들의 야심이 이 땅의 현실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땅에서 대대손손 이어갈 우리들은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기예수님의 오심은 우리에게 희망이 됩니다. 아기예수의 오심을 기뻐하며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외치는 천사들의 찬양을 다시금 노래합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북 갈등과 대결은 남과 북, 두 호전적 권력 집단이 각각의 권력쟁패와 정권 안보를 위해서 선택한 사악한 스캔들이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폭격 또한 이러한 스캔들의 하나였습니다. 영토에 대한 직접적 피격은 매우 중대한 도발행위입니다. 어떤 이유와 구실을 대더라도 생명을 겨냥한 무차별 포격은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국민을 전쟁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남북 군사대결의 양상은 대한민국 정부의 대결 위주의 대북정책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실패한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남북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정책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은 연평도 사태 및 그 이후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군사훈련을 통해 전쟁을 부추기거나 위기 상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든 행위를 경계합니다. 전쟁을 불사하려는 호전성은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악한 사탄의 본성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제단은 이 땅의 평화로 오신 예수님의 뜻을 되새기며 지금의 남북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 땅의 평화를 향한 입장을 단호히 천명합니다.


첫째,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해 수행되었던 민간차원에서의 나눔운동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남북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만나서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북은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넷째, 남과 북은 서로를 겨냥한 모든 형태의 전쟁 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다섯째, 남북의 권력집단은 정권안보와 유지를 위해 호전적 포퓰리즘에 기대는 반생명적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여섯째, 남과 북은 역사적인 6.15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평화를 예언자 이사야는 노래합니다.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어 그 새끼들이 함께 뒹굴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리라. 젖먹이가 살모사의 굴에서 장난하고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겁 없이 손을 넣으리라.” 이러한 예언자 이사야의 염원이 예수님의 다시 오심으로 회복되고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10년 성탄절을 맞이하며,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