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일본성공회 주교회 메시지] “전후 70주년”에 즈음하여

임종호 2015. 4. 10. 11:55

 

 

[일본성공회 주교회 메시지]

“전후 70주년”에 즈음하여

“나는 너를 만국의 빛으로 세운다. 너는 땅 끝까지 나의 구원이 이르게 하여라.”

(이사야서 49:6b)

시작하며

일본성공회의 모든 지체들 위에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올해 2015년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이 끝난 지 70주년에 해당합니다. 일본의 패전으로 전쟁이 종결되었지만, 이 전쟁으로 인해 2천만명에 가까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람들, 일본 국내의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70년을 경과했지만 전쟁의 희생과 피해로 인한 온갖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들은 일본이 침략한 나라들과의 화해와 평화가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반성하며 아픔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후 70주년을 맞아, 우리들은 이 전쟁으로 희생된 분들, 또한 지금도 그 아픔과 고통, 슬픔 속에 있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동시에 세계 평화를 향해 일본성공회가 마땅히 지녀야할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합니다.

일본성공회의 전쟁 책임

이 시기에 즈음하여 우리는 1995년에 열린 “일본성공회 선교협의회”를 기억합니다. “일본성공회의 선교 ~ 역사에 대한 책임과 21세기의 전망”을 주제로 열린 이 협의회에서 일본성공회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그 반성의 토대 위에서 21세기를 향해 일본에서 역사적으로 지배와 전쟁의 피해를 입고 지금도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 – 재일한국 조선인을 위시한 다른 아시아 사람들, 오키나와 사람들, 아이누 사람들, 피차별부락 사람들, 장애를 지닌 사람들, 여성들 등 - 과 함께 걸어갈 것을 교회 선교의 중심 과제로 삼기로 확인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듬해 1996년에 열린 개최한 일본성공회 제49회 정기총회에서는 “일본성공회의 전쟁책임 선언 결의안”이 채택되어, 전 교회가 일본성공회의 전쟁책임을 공유하고, 일본이 침략한 여러 나라의 교회에 일본성공회의 사죄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각 교구와 교회가 역사적 사실 인식과 복음 이해를 되묻고, 심화해 나가기 위한 실천을 계속해가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지역 각 성공회와의 협동 관계 - 특별히 대한성공회, 필리핀성공회와의 협동 관계 –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또한 오키나와의 평화와 인권 문제에 관여하도록 추진해 왔습니다.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화해, 그리고 오키나와의 평화 확립은 이후로도 일본성공회의 선교활동에서 소중한 과제로 계속할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실현을 위해 노력해갈 것입니다.

동일본 대재해와 2012년 선교협의회

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 대재해와 동경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재해는,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생명에 대해 중대한 희생과 피해를 가져왔고, 또한 우리들의 삶의 방식과 교회의 존재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 배경 아래 2012년 9월에는 "더없이 존엄한 생명 - 선교하는 공동체를 향해"를 주제로 일본성공회 선교협의회가 개최되어 "일본성공회 선교와 목회 10년 제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것은 일본성공회의 결의로 "비극으로 가득찬 이 세계와 사회에서, 절망 가운데 있는 이들의 가여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는 것. 압도적으로 희망을 빼앗긴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인 “생명의 기쁨”을 계속 전하는 것. 그것이 비록 미미한 소리요 작은 기도라 할지라도 계속 말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걸어갈 것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향후 일본성공회의 모습

최근 수년간 일본의 정치적 정세를 보면, 특정비밀보호법 성립,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헌법 '개정'의 움직임, 특히 전쟁의 포기를 주창한 헌법 9조의 개정 등 일본의 재군사화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고착화, 그리고 한국,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은 사고 후 4년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격차가 벌어져 빈곤으로 인해 최저 생활조차 곤란한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헤이트 크라임, 헤이트 스피치(인종차별 거리연설)로 인한 인권 침해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과 분쟁도 더욱 심해지고 그칠 줄을 모릅니다. 바로 그런 상황이기에, 전후 70년을 맞이한 우리들은 지금까지의 역사와 복음으로부터 배워, 생명을 빛내도록 일하며 차별의 벽을 허물어 갈라진 이들을 하나로 잇는 평화의 도구로서 걸어갈 것을 새롭게 다짐했습니다.

평화의 징표, 화해의 도구로

주 그리스도는 십자가상의 죽음 전에 "아버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주십시오."(요한 17:21)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라고 명하시고 그들에게 성령을 불어넣어 주셔서 화해 사역으로 내 보내셨습니다.(요한 20:21 이하)

우리들은 일본 사회 속에서 작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인 점, 생명을 존중하며 서로 축복하는 공동체로서 함께 예배하고 봉사하고 걸어가면서, 각 지역에서 "평화의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전후 70년을 맞아 우리들은 주 안에서 하나라는 사실이 "평화의 지표"가 된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일본성공회의 전쟁책임 선언”과 "일본성공회 선교와 목회 10년 제언"의 내용을 성실히 실천하고, 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죽음과 부활로써 보여주신 화해와 평화를 전해 나가고자 바랍니다.

2015년 부활절에

일본성공회 주교회

(번역 : 유시경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