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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 교우의 고민

성공회관구게시판에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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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성공회 "자유주의자"의 고민
글쓴이 :  francis (2007.6.14 - 15:00)  
이른바 성공회 “자유주의자” francis 인데요, 몇 말씀 더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무슨 “자유주의자”는 아니고요, 그냥 자유를 좋아하는 성공회 신자일 뿐입니다. 그저 자유로이 신앙적인 고민을 이리 저리 생각해보고 그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러면 꼭 어떤 이들이 나서서 “그건 자유주의 신학이야”, “그건 인본주의야” 라고 다분히 비난 섞인 어조로 흥분하며 말씀하시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무지무지 기분 나쁘고 억울합니다. 아니, 인간이 생각도 맘대로 못하나요? 그러면서 무슨 인간이래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무조건 “믿어야” 좋은 신자라구요? 생각하는 인간도 못되면서 무슨 신자가 된대요? 더구나 성공회 신자가 “자유롭게 생각하는 일”을 못하면 천주교인이 하겠습니까, 장로교인이 하겠습니까, 순복음교회교인이 하겠습니까? (다른 교파의 신자분들이 대체로 아무 생각없다는 뜻이 아니라 성공회는 자신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신자들의 다양한 생각에 매우 너그러운 자세를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한때^^” 무조건 믿는 믿음이 좋은 믿음이라는, “신실한 신부님들의 다분히 불성실한 안내”^^에 따라 열심히 교리를 믿으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아무리해도 도저히 문자 그대로는 “믿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더라구요. “아, 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는 힘든가 보다” 하고 좌절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공부와 생각을 계속하다보니, 천만에 말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살아계신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통하여 “살아가는 일”이지, 무슨 믿어지지 않는 “교리”를 어거지로 문자 그대로 믿는 척 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아무리 언어를 뛰어넘는 신앙적 경험이라할지라도 인간의 언어를 통하여 소통될 때에는 반드시 인간의 “해석”이 불가피하게 개입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공회는 교회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 해석의 가능성을 “이성”이라는 신앙적 권위로 확보해두고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무런 의심 없이 모든 교리가 척척 믿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분들은 그냥 그렇게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면 되지요. 하지만 저처럼 잔머리가 발달해서 도무지 의심이 가시지 않는 사람은 그냥 그런 의심을 그대로 가지고 하느님께 나가는 게 최선이더라구요. 그러니 이를 막지는 마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분이 교리가 문자 그대로 믿어지시는 것은 그 분 스스로 잘나서가 아니라 주님의 은총으로 그리 된 일이라고 고백하시지 않나요? 저 같은 자가 교리가 문자 그대로 믿어지지 않는 것 역시 제가 못나서가 아니라 또 다른 주님의 은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너그러이 대해주시면 안되나요? 성서의 권위를 부정한다든 둥, 그리스도교 기본진리를 부정한다는 둥 그런 오해는 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너나 잘 하세요.” 라는 냉소적인 말도 있지만, 아니 자기가 믿음이 좋으면 감사할 일이지, 왜 남이 믿음이 약한 것, 또는 나와 다른 것을 공격하지요?

아니, 교리를 안 믿으면서 어떻게 세례를 받고 교인이 되었느냐구요? 그것은 제 책임도 있지만 “대충^^” 세례를 준 교회의 책임도 크지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신앙”이란 것이 본래 “고백”인데 뭐 그냥 제가 믿는다고 말하면 아, 진짜로 믿는가보다 하고 세례를 주시는 것이지, 신부님이 제 머리 속을 들락날락 거리며 정말로 믿나 안믿나 알아보고 세례를 주실 수는 없었겠지요? 제게 있어 세례는 제 믿음을 검증하는 최후의 심판대가 아니라, 제 믿음 생활을 시작하게 해주는 은총의 샘이었슴니다. 잘못된 세례였다 해도 어쩌겠어요. 성사는 뭐 집행된 그대로 효력이 있다고 하지 않아요?(이 논란 가능한 심오한 주장도 일종의 교리이지요^^) 저는 사실 교회공동체의 다른 사람의 세례가 “진짜”인가 아닌가 별로 의심 안하고 지내고, 또 다른 사람도 저를 의심할 거라는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제가 교리를 사실대로 못 믿는다고 해서 저를 그리스도인이 아니고 성공회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분은 아무도 없다고 뻔뻔하게 생각하고 주장합니다.

<대체로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성경의 문자적의미를 애써 축소하거나 변용하는데에 열심을 보입니다. 가령 삼위일체교리나 십자가 부활사건, 동정녀탄생등의 역사적 진실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미명하에 수용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엄밀히 말한다면, 기독교 신앙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라고 하시는데...

저를 포함하여 그 어떤 할 일없는 사람이 스스로 “날나리” 신자가 되기 위해서 일부러 “자유주의 신학”을 공부하고 추종하겠습니까? 현대인으로서 어떻게 지적인 분열없이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연스럽지만 치열하고 은혜롭지만 고통스런 모색을 계속하고 있을 뿐입니다. 무슨 00 주의자로 평가받고 싶은 생각은 정말 없습니다. 서로를 무슨 00주의자로 공격하는 것은 쌍방간에 상대적인 평가가 그칠 수 없는 끝없는 소모전입니다. 저 같은 자를 “자유주의자”로 공격하는 이들은 곧 자신은 “근본주의자, 문자주의자”임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일이지요. 저는 이른바 “자유주의자”들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 그들을 비판하는 “근본주의자”들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양 쪽의 주장을 신중히 생각해보고 제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인데 저는 성서를 “‘해석” 하는 일이 성서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교리를 재해석한다고 해서 그것이 “기독교 기본진리”를 부정한다고도 전혀 생각되지 않았구요.

저는 분명히 예수님이 나의(우리의) 구세주(그리스도)이신 것을 믿고 고백합니다. 아무리 부처님이 지혜롭고 자비로우셔도 나의 그리스도는 한 분 예수님 뿐입니다. 전통적인 교리인 삼위일체교리, 십자가 부활사건, 동정녀 탄생 다 믿어요. 그러나 “문자” 그대로는 “잘 안 믿겨”요. 그래도 “그냥 잘” 믿는다고 말하겠어요. 그럼 저는 뭔가요? 자유주의자인가요, 아닌가요?  제 믿음이 기독교 신앙인가요, 아닌가요? 그 걸 누가 판단하나요? 아니 왜 판단하지요?

제 입장을 말한다는 것이 하다보면 꼭 다른 입장을 공격하는 것처럼 되네요. 어리석은 인간의 한계인가요... 죄송합니다, 마무리를 대신하여 저는 “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일에 열성적인 분들에게서 꼭 자문을 구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1. 정말 아무런 지적인 의심이 없이 늘 행복하세요? 믿음과 열정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솔직히 저는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통해 과학문명의 세례^^를 받으신 분들이 어떻게 그렇게 단순한 중세적인 교리지식을 “객관적이고 불변하는 계시”로서 철썩같이 믿을 수 있는지 궁금한 것입니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그러니까 무슨 체험 같은 것을 하면 그렇게 되나요, 아니면 원래 아무런 의심도 안들고 모든 것들이 믿어지나요?

2. 다른 믿음이나 다른 종교에 대해서 왜 그리 불편해하시고 공격적이신지요? 그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무슨 신체, 자유, 물질, 명예에 피해를 입으셨는지요? 아니면 신앙의 눈으로 보면 그들이 바로 “사탄의 세력”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러시는 것인지요?
제 생각에는 “수준 있는” 다른 믿음이나 종교는 나름대로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서 열심히 애쓰고 있지 않나요? 정말 문제는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의 가치를 추종하게 만드는 대중매체 같은 것이 더 심각하지 않나요?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말에 대한 심각한 반응은 “다른 종교는 절대로 구원이 없다(그런데 그걸 모르니 참 불쌍하다)”는 사실 판단인가요, “다른 종교에는 절대로 구원이 없어야 한다(그런데 그걸 주장하다니 매우 위험하다)”는 당위적인 주장인가요?

죄송합니다만, 여건이 허락되시는 분은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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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주의와 대립되는 용어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젬러인데, 그는 성서를 엄격한 역사학적 입장에서 연구한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신학이란, 정통주의신학에 반대하여 인간의 주체적인 사고와 활동을 적극 인정하는 신학을 가리킨다. 형식면에서는 그리스도교 해석의 궁극적 권위를 성서에 두지 않고, 이성에 둔다는 의미에서 성서의 권위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입장을 취한다. 성서 그 자체에 대해서도 자유스러운 검토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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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리스도교의 중심교리인 속죄론(贖罪論)에 대한 새로운 해석인데, 이도 역시 종래의 교리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종래의 속죄론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에 속죄적인 의의를 부여하는 데 대하여, 자유주의신학은 오히려 인간의 주관적인 정신상태의 변화에서 속죄적인 의의를 인정하고, 예수는 단지 뛰어난 종교적 인격자라고 생각한다. 이 신학은 종교사학파(宗敎史學派)에 의한 그리스도교의 역사적·비평적 연구와 서로 호응한다. 19세기 자유주의신학의 뿌리는 슐라이어마허의 신학과 헤겔 철학에서부터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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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 (3개)
진리  ( 2007-06-16  14:54 ) [삭제]   
무조건 믿으라는 말은 잘못 된 것이지요. 기독교는 분명히 이성적인 종교이고 따라서 무조건 믿는 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심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오히려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위선자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독교가 믿어지지 않으면 기독교를 가르치는 입장에 서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성직자들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기독교의 진리를 부인하는 가르침을 주는 것은 분명히 잘못 되었지요. 그런 생각이 있다면 교회를 떠나서 새로운 종교를 만드는 것이 옳겠지요. 일반 교인들의 신앙을 도와줘야 할 사제가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믿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나 둘 다 너무 큰 과오가 아닐까요?
francis  ( 2007-06-17  02:04 ) [삭제]   
댓글이 하도 없어서 서운하던 차에 "진리"님의 댓글이 반갑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좀 뜬금없으신 듯...

성공회의 성직자가 교리를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한다? 성공회의 성직자가 교리를 믿지 말라고 말한다? 성공회의 성직자가??? 성공회 성직자님들이 바보입니까?

제가 경험한 성공회의 성직자님들은 "교리"를 일반 교인들의 신앙을 돕기 위해 교인들의 이해 수준에 맞게 밝혀주십니다. 단순한 교리 이해가 필요하신 분은 단순하게, 해석된 교리 이해가 필요하신 분은 해석을 붙여서... 성공회 공동체 안에는 학력이 높은 분도 계시고 낮은 분도 계시고, 교리에 관심이 많은 분도 계시고 아닌 분도 계시지요. 성공회는 교리가 맞냐 틀리냐를 따지는 교회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경험과 신앙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교리를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도 모두 서로 존경하고 서로 사랑합니다. 다른 교파의 분들은 이해 못하실 걸요.^^

"성직자들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기독교의 진리를 부인하는 가르침을 준다"니.... 어느 교파 성직자가 그러는지는 몰라도 우리 성공회 성직자는 지나치게 모욕하지 마시길...^^

성직자는 "기독교의 진리"를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작정한 분들이 아닙니까? "기독교의 진리"가, 공허한 관념이 아니라, 말씀대로 일반 교우들의 신앙생활에 힘이 되고 위안이 되도록 힘써 연구하고 가르치고 설교하지 않나요? "진리"님은 "기독교의 진리"를 누구에게서 어떻게 배우셨는지요... 혹시 가르치신 성직자님이 내가 가르친 것과 조금이라도 다른 소리를 하면 과오를 저지르는 성직자로 여기라고 하시던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성공회 사람은 다른 성공회 사람을 나와 같은 "신앙인"으로 신뢰하고, 함께 예배하고, 함께 필요한 실천을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교리와 신앙 내용에 대해 저와 똑같은 견해를 갖는 성공회 신자를 기대하지도 않고, 실제로 만나본 적도 드뭅니다. 그렇다고 나와 함께 성찬례를 드리는 다른 성공회 신자의 신앙을 내 주관으로 판단하지도 아니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갑자기 어디서 무슨 "신본주의"의 입장을 가지고 오셔가지고는 내 말대로 안 믿으면 "인본주의자이고, 신자도 아니고, 사탄의 하수인이다"는 식의 주장을 하시는 분이 점점 생겨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는 말씀입니다.

"기독교의 진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공동체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은사에 따라, 성경에 비추어, 전통에 비추어, 이성을 통하여 함께 경험하고 고백하고 선포하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은총 체험이 기독교의 진리입니다. 그 진리를 찾고 경험하는 일은 ,마치 예수님 체험이 이천년 전에 완결되어 우리에게는 그저 교리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여기서 성령을 통하여 듣고 보는 말씀과 성사를 통해, 오늘 우리의 예수님 체험으로 새롭게 경험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늘 현재진행형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의 성공회 교우님들이 "하느님을 모시며 살아가는 신자로서의 자신의 삶, 그리고 교회공동체"에 대해 얼마든지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이해, 새로운 해석, 새로운 깨우침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을 듣고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것은 다른 교우들과 성직자님들의 몫이겠지요. 그런 간증과 소통이 살아있어서 참된 교회입니다. 따라서 그런 경험과 해석과 소통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정죄하는 일은 절대로 성공회 안에서는 없어야 한다고 믿고 바랄 뿐입니다.

교회의 사부, 교회의 일치와 교리의 수호자이신 주교님이시라 하더라도 제가 생각한 내용의 잘못된 점들을 바로 잡아 꾸짖으시는 것은 당연하시지만, 제가 생각하고 이해한 내용 자체를 듣지도 않으시고 무시하시고 나무라시면 얼마나 제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한국 성공회의 주교님으로서 제 입장을 이해 못하실 분은 없으시다고 장담합니다. 왜냐하면 성공회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을 떠올리며 ,무지무지 꽉 막힌 분일 것으로 제가 오해했던 로마 가톨릭의 "교황"님도 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으시다는 것, 또 그것은 개인적인 성향이라기보다 이 시대에서는 누구도 그러실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을 교황청의 교서에서 확인한 바 있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뻔뻔하고 태연하게 지내는 지도 모르지요.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기로 돌아가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면 아마도 저의 모든 신앙적인 고민은 단순히 “기독교의 진리”에 무지하고 “기독교의 진리”를 대적하는 일이라고 정죄받지는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진리"님의 댓글에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게 된 속마음은, 신앙인으로서 이런저런 정직한 고민을 갖게 되신 분으로서 성공회 신자가 아니신 분께, 성공회는 그런 고민을 절대 정죄하지 않고 진리의 길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격려해주는 “참 좋은 교회”^^라는 걸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려는 의도입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샬롬!
francis  ( 2007-06-17  17:15 ) [삭제]   
위에 댓글을 올리고 보니, <성공회 성직자님들은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드린 말씀이 처음 올린 본글에서 <저도 “한때^^” 무조건 믿는 믿음이 좋은 믿음이라는, “신실한 신부님들의 다분히 불성실한 안내”^^에 따라 열심히 교리를 믿으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아무리해도 도저히 문자 그대로는 “믿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더라구요. “아, 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는 힘든가 보다” 하고 좌절도 했었습니다. > 표현한 부분과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실 분이 계실지도 몰라 덧붙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신앙생활에는 나름의 단계와 수준이 있는 것 같다는 경험입니다.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칠 수 없고, 대학생에게 구구단을 강조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것처럼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한 분들에게는 교리적으로는 단순 명쾌한 가르침, 교우들과 성직자님들의 친절함과 온유함, 방언체험등을 포함하여 하느님의 신기한 은총 체험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구요. 하지만 좀 더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그 다음 수준에 대한 궁금함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이해도 점점 더 알 수 없는 신비로 변해가게 되는 것 같구요. 저는 그것을 타락이 아니라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의 과정과 수준에 대한 이해가 성직자님과 저 스스로가 좀 달랐다는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저의 관할사제님은 제가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족하다고 판단을 하신 것 같은데
저 자신은 그 다음 단계에 매우 목말라하고 스스로 신앙적 탐구를 시작하였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제가 이런 말씀들을 이렇게 계속해서 되풀이 하는 중요한 이유도
성공회 밖의 분들에게는 성공회가 그래도 한국의 기독교파 가운데는 가장 열려있고 높은 수준의 교회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고, 성공회 안의 성직자님들께는 좀 더 교우들의 신앙적인 수준과 욕구를 면밀히 분석해주십사 하고 부탁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만 몇 분이라도 공감해주시는 분이 계시면 행복하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