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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옮김] 성공회신문 사설: 성공회사목을 위한 성공회신학을 공유하자

 

 

2017년 1월 21일자 성공회신문 885호 사설

 

                  성공회 사목을 위한 성공회 신학을 공유하자

 

2017년 대한성공회 전국 성직자 신학연수가 2월 1일(수)부터 3일(금)까지 서울주교좌교회에서 진행된다. “종교개혁 500주년, 재해석을 통한 성찰과 전망”이 주제다.


이번 기회에 성공회의 정체성에 관하여 더욱 더 깊어진 이해가 공유되기를 기대한다. 세계성공회는 잉글랜드 교회개혁의 경험을 공유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개신교의 일파로 좁혀 보지는 않는다. 성공회는 서방교회의 유구한 전통을 지켜가는 입장에서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을 반영했다. 동방교회의 신학도 배우며, 과학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고, 각 지역에 알맞은 교회가 되기 위해 애쓰며 발전해왔다. 따라서 성공회는 신교냐 구교냐를 묻는 프레임을 넘어선다. 전례적이면서 복음적이고, 선교적이면서 사목적인 교회인 것이다.

 

대한성공회의 신학연수는 이러한 성공회의 정체성을 염두에 두고 성공회의 사목을 위한 내용이 주가 되어야 한다. 개신교계에서 종종 이루어지는 ‘목회성공을 위한 세미나’ 류와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최신 정보, 유용한 프로그램을 소개받는 일에 머물 수 없다. 마땅하고 옳은 명분을 확인하거나, 서로 위로하고 덕담을 주고받는 일도 본질이 아니다. 성공회는  개별 교회가 독자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사목할 수 있는 개신교회와는 정체(政體)와 직제(職制)가 다르다. 성공회는 주교제 교회로서 교구가 교회의 단위이다. 한국성공회는 세 교구가 한 관구로서 연합하여 일치를 지향한다. 성공회의 전통을 따라 이 땅에서 이 시대의 선교와 사목을 맡은 한국 성공회의 주체성을 깊이 고려하는 신학연수가 되길 바란다. 정체성은 밖에서 주어지는 규정과 평가에도 일부 영향을 받지만, 그 주체가 어떤 목적, 목표, 지향으로 선교와 사목을 하는가 하는 고민을 통해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된다. 한국 성공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신앙과 교리의 문제, 행정과 제도의 과제를 살피는 일에는 성공회 성직자, 성공회 신학자들의 충정어린 연구와 발표가 중요하고 유용할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애초부터 교회공동체가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건에 관한 고백이다. 이 고백은 개인적으로 체득하여 홀로 수행하는 내면의 어떤 경지 따위가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교회공동체의 고백에 참여하게 하고, 더욱 깊이 이해하고 경험하고 확산시키려고 하는 증언(證言)이다. 이번 신학연수에서 주제를 발표하는 이들은 성공회의 선교와 사목을 위해서, 성공회의 성직자를 설득하여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해야 한다. 참여하여 듣는 성직자들도 마음을 열고서 기꺼이 설득되고 변화하려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변화의 의도와 의지가 진정하지 않으면, 참된 소통이 어렵고, 결국은 가르침과 배움이 불가능하게 된다.

 

지극히 타당한 내용이어도, 성공회 사목을 맡은 성직자의 생각과 실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책자나 인터넷 등 다른 통로로 주고받는 편이 효율적이다. 전국의 성직자가 함께 모이는 신학연수는 성공회 사목현장에서 생겨나는 과제와 물음을 함께 나누는 자리여야 한다. 성공회의 정체성을 선교와 사목의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마당이어야 한다. 신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성직자들의 눈빛과 가슴에 성공회 사목의 비전과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