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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성명서] 일제교사 반대교사들에 대한 파면 해임을 즉각 철회하라!

<성 명 서>

                일제고사 반대교사들에 대한 파면 해임을 즉각 철회하라! 


최근 우리는 “최소한 아이들과 작별인사 할 시간은 줘야 하는 게 도리 아니냐?”, “며칠만 지나면 졸업식인데 졸업식만이라도 지켜보고 싶다”며 파면당한 교사의 눈물을 보았고, “우리 선생님 그냥 남겨주세요”라며 고사리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어린 학생들을 보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전국 일제고사 거부와 관련하여 교사 7명에게 파면 해임 결정을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국가공무원법 56조 성실의무 위반, 57조 복종의무 위반, 63조 품위유지 위반, 행정사무감사규정 19조를 어겼기 때문에 징계한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3년 동안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아 가족까지 동반해 공짜로 외국여행을 다녀온 고교 교사 22명에게 경징계를, 교장·교감에겐 징계가 아닌 ‘경고’ 처분만 내렸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2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초등학교 교사에게 ‘3개월 정직’ 처분만 내린 바 있다. 이런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와 관련해서는 파면 해임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결정한다는 것은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제고사에 대한 여론은 다양하다.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그 어떠한 검증절차도 없는 상황이다. 일제고사에 대하여 76.4%의 국민이 입시경쟁 교육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68.0%의 국민이 일제고사가 학생의 창의성 개발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82.6%의 국민이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여론의 수렴은 고사하고 밀어붙이기식 교육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요, 교육독재를 연상케 하는 행위이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이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자질을 갖춰 나간다. 교육의 장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 가며 민주주의를 배우고 상호 배려와 관용의 미덕을 배운다. 이러한 교육이 특정 이해집단의 독점 소유일 수는 없다. 일제고사 거부는 정책적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의 표시이다. 이를 두고 정책을 따라오지 않으니 나가라는 식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요, 서울시 교육행정 기관장의 오만이다. 

종교계는 최근 빚어지고 있는 교육계의 흐름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 역사교과서선정, 현대사특강 등에서 나타나듯 이념적으로 좌와 우를 경직적으로 이분화 함으로써 교육현장에서의 민주주의 문화를 훼손하고 사회통합이 아닌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조치가 일제고사 반대교사들이 전교조 소속 교사라는 이유 때문에 강행된 것이라면 이는 더욱 용납될 수 없는 처사이다.  

아기 예수님은 이 땅의 지극히 낮은 자로 오셨다. 낮은 자로 오신 예수님은 지극히 낮은 자들을 섬기며 이 땅의 평화와 정의의 때를 선포하셨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자기를 낮추고 타인을 섬기는데서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고 깨달음을 주셨다. 이를 믿고 따르는 우리는 지극히 낮은 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희망하며, 이를 가르치고 배워야할 장이 곧 교육현장임을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현장이 행정기관의 독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교사 7명에 대한 파면 해임을 즉각 철회하고 일제고사에 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교육정책을 펴 나가기를 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2008년 12월 18일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