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식과 소신

유낙준신부님의 쾌유를 빌며


내 마음의 영웅 유낙준 신부님이 쓰러지셨다.

실은 쓰러진 것은 아니고^^ 잠시 병원에 입원하셨지만...ㅜㅜ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은 세 번이나 쓰러지셨다고 우리는 묵상한다.

우리는 일생을 통해 '일곱번 씩 일흔 번' 이상 쓰러진다.

세상은 우리에게 '쓰러지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꼬시지만

실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쓰러진 곳을 딛고 일어서는 법'이다.

사람들의 멸시하는 손가락질을 이기고...

그러나 누군가 내미는 손수건이나 부축하는 손길을 거절하지 아니하고...

우리는 참 사람 예수님께 그걸 배운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인간이 되는 것이 신앙인의 꿈인 것 같지만

실은 무수한 잘못을 저지르며 그러나 용서하고 용서받는

너그럽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것이 신앙인의 길이 아닌가?

.
일찌기 나는 유신부님이 매우 매우 훌륭한 인물임을 알아 보았다.

몇년 전에는 유신부님이 스스로 자신의 그 훌륭함에 도취되어 있는 걸 느끼게도 되었다.

뭐 어떤가? 교만해졌다고? 아니, 그만한 재미도 없이 누가 인생에 열심을 다한단 말인가?^^

그리고 오래지 않아 유신부님은 다시 자신의 소박한, 아니, 엄혹한 현실 속에서

정직하고 겸손하게 묻기 시작하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성직의 길을 가고 있는가?"


늘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 언제나 자신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무모할 정도의 사랑과 용기로 충만한 사람...

그러나 나의 영웅은 고맙게도 절대 나의 우상이 될 수는 없었다.

나와 똑같이 연약한 몸,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들, 욕망과 두려움을 지닌 이임을

겸허하게 들어내 주었다.

유신부님에 대한 나의 사랑과 존경은 어쩌면 매우 가벼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오라기도 거짓된 것은 없다.

이해타산, 세상의 평판, 힘의 소유와 성공 여부에 걸려있지 않다.

다만, 유신부님이 영락없이 하느님의 사람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질적으로 신부님과 나는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부님에 대한 내 불편함은 신부님에 대한 사랑안에서 적절히 지혜롭게 작용한다^^ )

----------------------------------------------------------------------------

당분간 유신부님이 이 곳(DAUM 영성센터 카페)에 글을 올릴 수 없다고 하셔서

제게 글을 올리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신부님같은 성실함과 열정이 턱없이 모자라서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요즘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어서어서 신부님의 허리가 강건해지기를,

하느님께서 유신부님의 몸과 마음과 영에

깊은 치유의 손길을 베풀어주시길 기도합니다.

그래서 다시금 아름다운 신부님의 글을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