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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에게

교회위원회 웍샵준비를 위해 사목단 회의를 하며



 

신부님, 가을색이 짙어져 갑니다. 낮은 더운데 저녁은 제법 서늘하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요즘 나날이 기력이 떨어져갑니다.

몸을 정성스럽게 돌보지 않은 탓이지요. 머리를 주로 더 많이 의지하고 살고있는데

이 머리가 생각보다 그리 지혜롭지 못하네요.

저 하고 싶은 일에 몸과 정기를 함부로 쓰게 만들어서

몸이 그러면 안된다고 타이르는 중인가 봅니다.

그래도 제대로 잘 알아들을 지 걱정입니다.

조금만 좋아지면 몸을 잊고 곧 다시 옛습관으로  돌아가기 십상이지요. 

몸을 닦는 일이 마음을 닦는 일과 하나인데

몸도 마음도 형편이 좋지 않으니 명색이 종교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아직 지향은 잃지 않았으니 좀 더 자주 정좌(靜坐)를 하려고 합니다.

몸도 마음도 더 깊이 편히 쉬게하는 일이지요.

우리 전통에서는 이걸 "기도"라고 표현하지요. 맞나요?

 

오늘은 우리 주교좌교회의 사목단이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새로 선출된 교회위원들과 워크샵을 하기 위한 준비모임이었어요.

저는 우리 교회의 보이지않는 사목적 구조와 일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발언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최상의 팀 역량으로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교구민들이 우리 주교좌교회에 기대하는 사목적 성과에 비하면,

그리고 마땅히 감당 해야할 선교적 과제와 수준에 비추면, 

역시 "현상유지" 이상의 희망을 주기는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어디서 부터 풀어가야할까 하는 것은 실은 우리 교구와 교단 전체의 고민이지요.

저는 우리의 근본적인 문제가 교회와 사목(교회의 일)을 단순히 어떤 기능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점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무얼 제대로 모르거나 필요한 일을 대충한다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무얼 좀 못하거나 잘못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죠.

다시 잘 되도록 반성하고 바로잡고 노력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왜 하는지 모르는 것은 심각하죠. 잘 하기도 어렵고 잘 되기도 어렵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구체적으로 매우 절박한 일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현존이란 우리의 일상을 순간순간 깨어있게 하는 힘이요 그런 경험입니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교회를 이해하고 습관적으로 사목을 합니다.

하느님의 현존이 부재한 경험 속에서 인간의 심리적 투사만을 재생산하는 것이죠.

그럴듯해보이는 수많은 노력들이 매우 유감스럽게도 알찬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입니다.

우리가 결실을 거둘만한 씨를 심은 것이 아니라

심는 일에서 안심을 얻으려고 아무 거나 심은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볼인 것이죠.

우리는 현상유지의 기능적 사목이 아니라 

전례공동체, 양육공동체, 선교공동체를 이루어내기 위한 사목을 한다고 결의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적을 정말로 신앙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현실을 감안하여 정직하게 세우고 있는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의 배분과 협력 구조를 진실되이 마련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많은 지혜를 모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더욱 분명한 희망이 생겨났습니다.  

신부님, 기대해주시고 기도해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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