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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선교를 위해 세워지는 교회위원회 (성공회신문 사설)

2018년 9월 8일자 성공회신문 사설

선교를 위해 세워지는 교회위원회


2018년 9월 중에 대한성공회의 모든 지역교회는 새로 교회위원을 선출한다. 교구장 주교와 그의 위임을 받는 관할사제는 지역 교회의 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해당 교회위원회와 나누게 된다. 교우들이 투표를 통해서, 교회공동체를 섬길 마음이 있고 교회 운영을 책임질 능력이 있으며 신앙의 모범이 되는 신자를 교회위원으로 뽑고, 신자회장을 세운다. 사제는 사제회장을 지명하여 전례와 사목에 관한 자문과 협력을 요청한다. 특별히 이번에 선출되는 교회위원은 임기 말쯤에 선교 130주년을 맞는다. 관리형 사목의 관행에서 선교형 사목의 교회로 거듭나려는 세 교구에서 그 핵심역할을 감당할 주체들이다. 유능함과 겸손함, 열정과 신중함을 겸비한 이들이 많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교회위원은 신자들의 생각을 대변하도록 세우는 것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교회위원회의 가치가 민주주의 실현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교회는 민주(民主)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 목적은 아니다. 선거의 모든 과정은 물론 민주적 절차로 해야 한다.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그런데 교회의 목적은 신자들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다. 교회는 신자의 이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 곧 복된 사명의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교회위원 선출은 신자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이를 뽑는 일이기보다는 교회를 교회답게 운영하는 이를 세우는 일이 되어야 한다. 다수의 의견을 잘 모으는 일이 중요하지만, 교회공동체는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식별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성공회의 교회위원은 지역 교회를 성공회다운 교회로 유지하고 선교하기 위해서 세워져야 한다.

성공회답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성공회는 삼품성직(주교-사제-부제-평신도)을 직제로 삼고, 모두가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 ‘하나를 이루게 되는’ 일에서 우리가 따를 권위의 근거를 찾는다. 주교는 권력을 행사하는 역할 때문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는 인격적 초점이기 때문에 그 권위가 인정된다. 그 권위는 교회의 일치를 이루어내는 힘으로서 존중된다. 교회의 일치를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서는 ‘의회제도와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고 유익하다. 하지만 신앙의 권위와 민주적 권위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성직자 따로, 신자 따로, 각자가 모여서 다수결로 결정하면 일치의 권위가 확인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은 신앙과 민주주의를 둘 다 오해한 태도다. 교회는 일치를 이루려는 목적으로, 서로 신뢰와 존경의 태도를 가지고, 이성적인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표결은 잠정적인 의사 확인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위원은 성공회 의사결정의 전통을 지혜롭게 수행해야 한다. 성공회의 선교는, 어떤 주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공회가 실제로 보여주는 신앙과 직제(질서)의 구현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교회위원회는 성직자와 모든 신자가 하나되어 성공회의 선교를 감당하게 하는 실제적인 수단이다. 교회위원은 평신도의 직제가 따로 없는 성공회에서는 일종의 ‘신자로서의 직무성직’에 해당한다. 대충 세울 수 없고, 맡을 사람이 많지 않아 몇몇 사람이 계속 맡을 일도 아니다. 모든 신자가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며, 자신이 늘 뒷받침하며 함께 일할 지도자를 세우는 마음으로 투표해야 한다. 교회위원회는 신자를 위해서 결속하는 조직이 아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의 머리와 온 지체를 연결하여 선교를 감당하는 신성한 조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