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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옮김] 흰 손 (함석헌 극시)

 

 

흰손

 

                                       함석헌

 

내 마음의 벗아, 영원의 길 동무야,

가림 없는 말 가림 없이 받을 너 참 맘아,

옷깃을 헤치고 오라,

내 꿈을 노래하리라.

내 꿈을 꾸었노라,

가는 해 채 가기 전, 오는 해 채 오기 전,

잠도 아닌 깸도 아닌 황홀경(恍惚境)에서

무서운 꿈을 내 꾸었노라.

*

영원의 문이 열리었더라.

지극한 영광의 보좌 보이더라.

그날, 무섭고도 즐거운 그날,

모든 만물의 큰 마감을 보시는 날.

땅 위의 모든 영혼 하나하나 불러내어

장막에 있을 동안 한 대로 갚으시는 날.

참을 한 자에게 영원한 생명을,

거짓을 한 자에게 영원한 사망을.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주님,

거룩과 사랑이 넘치는 아버님,

크고 작음 그 눈에 있으리오.

곱고 미움 그 맘에 있으리로.

한결같이 보시는 사랑에,

한 끝같이 다스리는 의에,

 

무서움 기쁨은 제 맘의 얻은 것,

받는 제 맘에 따라 받아진 것.

천사야 그 거룩을 노래하자,

성도야 그 사랑을 찬양하자,

만물이 우리 아버지 앞에 빨까숭이로구나

부끄럼 없이 제대로 드러내는 어린 맘이로구나.

 

그 앞을 홀로 나오지 못하고

떼 지어 오는 자들은 누구냐?

밀며 밀리면서, 끌며 끌리면서,

취한 무리처럼 오는 자들은 누구냐?

 

어깨는 걸었건만

한 손은 아니로구나.

걸음은 맞추건만

한 발은 아니로구나.

입은 제각기인데 말은

왜 한 말을 하느냐?

한 말은 한다면서

눈치는 왜 서로 다르냐?

개체도 아니요, 전체도 아니요,

가족도 아니요, 국민도 아니요,

떼지어 먹는 동물의 떼냐?

그 떼 물속에 몰아넣는 레기욘이냐?

머리 위에 빛 가리워 날리는 큰 기

금으로 수놓은 거룩한 부호 보좌의 빛 다투려 하고,

한 가지 그림 판에 찍어내어 손에손에 들고 흔드는 표지

나부끼는 그 모양 늦은 봄 흩날리는 꽃인 듯구나.

멀리서부터 머리 조아려 조아려

걸음마다 떨며 부르는 합창소리,

"감사와 찬송을 드리옵니다.

영광과 존귀를 세세에 드리옵니다."

"죽을 죄인들 아무 공로 없사오나

우리 주 예수 흘린 피 믿습니다.

모든 죄 대속해 주심 힘 입어

의롭다 해주심 얻을 줄 알고 옵니다."

 

()와 인조석(人造石)으로 쌓아올린 교회당의 반향(反響)하는 천장 밑에서

연습 또 연습해 기계처럼 곡조 맞춘 그 합창,

문 밖에서 들을 땐 천사의 음악인가 했건만

영원의 문턱 넘는 그 순간 그 소리 변해 버렸네.

 

높고 낮은, 세고 약한, 억만 가지 가락 청을

낱낱이 제대로 울려내도록 지어진

이 천장 없는 무한의 무대위에서

땅 위의 조화 도리어 부조화되었네.

 

스스로 의심 든 맘 제 가리를 채리지 못하고

어긋나는 장단 억지로 맞추려 조급히 애쓰나

애쓸수록 마치 해진 그물 서로 당기는 듯해

당길수록 생명의 산 생선 점점 빠져 나갔네.

 

혼란의 공기 우수수 갈바람처럼 무리 사이에 돌 때

문득 우레 소리 보좌에서 나와

때문에 온 누리 여섯 가지로 흔들리고

눈 부신 번개 속에서 말씀 나와,

 

"나는 영이로다, 참이로다,

생명이로다, 인격이로다.

내게 오는 자 참으로 오라, 영으로 오라, 자유로 오라.

맘을 다 뜻을 다 성품을 다 힘을 다한 사랑으로 오라."

 

"내 사랑의 피 네 과연 믿고 왔느냐?

어디 보자, 내 앞에 서라, 하나씩 서라.

아들답게 똑 바로 마주서라.

내 아들 본 듯 너를 보마, 네 속을 보아주마."

 

"얼굴을 들어라,

내 아들에 입 맞춘 네 눈동자를 보자.

손을 내밀어라.

그 피를 움켜 마셨을 그 네 손을."

 

"황공 황송하옵니다.

어찌 감히 드오리까?

한 것 하나 없고 오직 이름 믿습니다.

값 없이 그저 주시는 아버지라 해서 왔습니다."

 

"피는 들었다면서

네 손이 희구나.

네 입술이

그늘에 시드는 나뭇잎 같구나."

 

", , 저희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십자가만 믿고 왔습니다.

이것만 가지고 가면, 그저 살려준다더라 해서

그저 이 증명의 표만 얻어가지고 맘 놓고 왔습니다."

 

"누가 그러더냐?

누가 네 믿음 보장하더냐? '한다더라'가 뭐냐?

이거면 된다는 증명 누가 하더냐?

내 한 것 못 미더운 듯 또 다른 증명 어느 놈이 하더냐?"

 

"나 아닌, 지은 나 아닌, 어떤 놈이

네 마음 감히 안다더냐?

알아서 감히 믿음이고 무덤이고 이름 짓더냐?

너희끼리 사사로이 주고 받을 맘들이더냐?"

 

"증명의 표!

이 음녀의 다리 밑에 종살이하는 놈들,

싸인이 뉘 싸인이냐?

내 아들 예수 눈 감고 찍는 도장 찼다더냐?"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버님도 아드님도 다 아닌 줄은 아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거룩한 사자 그리했습니다.

우리가 그들 다수가결로 뽑아 거룩한 목자로 세웠습니다."

 

"그들 우리가 세워 당신 명령 대신 행하는 자로 알잔

우리들의 힘의 표, 우리 임금입니다.

말썽되는 인격의 자주권(自主權) 한번 넘겨 그에게 맡긴 후는

문제 없이 눈 감고 따라가니 참 태평입니다."

 

"세상 아무래도 괴롭삽기,

인간은 아무래도 하나님은 아니옵기,

지옥 같은 이 세상 천당처럼 살아보려

자유하는 인격은 버리기고 '더라'만 믿고 살기로 했습니다."

 

"이놈들아, 이 짐승들아

그건 그림장 아니냐 어디 피냐?

그것을 파는 놈은 장사꾼 아니냐?

속여먹은 삯꾼 아니냐?"

 

"그 손을 봐라, 기계 아니더냐?

교묘 정확은 하건만 차지 않더냐?

그 몸짓을 봐라, 틀에 박히지 않았더냐?

천성을 이룬 배우 아니더냐?"

 

"내 아들의 십자가,

천하를 다 준대도 아니 바꾼다는

제 목숨 내건 그 십자가,

너희는 그림장에 팔고 사누나."

 

", 내 아들 피 본다 했지,

내 아들 귀여워 그 귀여운 맘에

방울마다 생명 든 그 피 보아주마 했지,

어디 붉은 물감 가져오라더냐?"

 

"방울방울 참이 들어,

방울방울 사랑이 사무쳐,

영글고 영근 생명의 구슬

한 알을 땅에 버려둘 길 없어,"

"그 한 방울만 들고 오면

그 피 귀여운 값에

가지고 온 그 맘 또 구슬같이 귀여워,

길이 살려 내 안에 둔다 함 아니냐?"

 

"이거면 된다 해서 왔삽는데,

그저 주시는 아버지라 해서 왔삽는데,"

 

"이놈들아 '이거' 란 무어냐?

말라빠진 나뭇잎새 말이냐?"

 

"마른 나뭇잎조차

다른 잎으론 못 바꿀 개성이 있거든

너희는 꼭 같이 판에 찍은 그림으로

영원한 생명 사려느냐?"

 

"날카로운 서리 칼 맞아

흘린 피로 시드는 강산에 한때 산 기운을 돌리는

떨어지는 단풍잎조차 맘 넣어보면,

제각기 다른 상처 입은 제 주먹 제가 각기 쥐지 않더냐?"

 

"너는 꼭 십자가 신앙 판에 박아 다량 생산해

제각기 제 병 들어 제각기 고민하는

하다많은 영혼 한꺼번에 건지려

마술의 부작처럼 삼키게 하려느냐?"

 

"이놈들아 내 아들의 피를 가지고 와.

너 위해 흘린 내 아들의 산 피, 영원히 산 피.

짐승의 피도 안된다 했거든

하물며 그림 가지고 될 일이냐?"

 

"나를 자비한 아버지라고!

제법이다만 내 자비를 네가 아느냐?

너는 내 자비를 배워 얻으라.

자비를 배우기 전, 배우기 위해, 참을 배워라!"

 

"참을 배워라" 그 소리 발할 때

무서운 불 같은 서릿바람 어디로선지 모르게 와

섰는 무리 엄습해

놀라운 현상 일어났네.

 

들었던 표지들 빼앗은 이 없이 스스로 떨어져

늦은 가을날 날리는 낙엽 같고,

뼈를 에는 추위에 그 얼굴 맞아

사막에 불리는 백골인 듯 떨었네.

떨며 절망에 우는 소리 "예수의 피야

이천 년 전 갈보리 산 위에 흘려

그 땅에 다 잦아 벌써 다 없어진 피

그 피를 지금에 어디 가 찾으리요?"

 

"이놈들아 갈보리에 흘렸던 피

그 피 네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 위해 네 몸 위에, 네 혼 위에, 흘려

네 피 된 산 피말이지?"

 

"네 만일 그 피 마셨다면이야,

(, 내 살 먹어라 내 피 마셔라 않더냐?)

그러면야 지금 그 피 네 속에 있을 것 아니냐?

네 살에, 뼈에, 혼에, 얼에 뱄을 것 아니냐?"

 

"바늘구멍만한 상처 네 손에 나봐라,

댓 줄기처럼 그 피 아니 내 쏘랴?

네 온 몸 그 피 입어 그 피에 젖을 것 아니냐?

네 손이 왜 희냐?"

 

"피는 한 방울 아니 묻고 표지만 든 흰 손,

아니 흘려서 아니 묻었구나.

네 피 흘릴 맘 한 방울 없어

그저 남더러 대신 흘려 달래 살고 싶더냐?"

 

"십자가 소리만 들으면 눈물나지!

네 푸른 입술이 히스테리로 떨지!

우는 말 말아라.

눈물 소리 말아라."

 

"차디찬 녹슨 함석집 처마 눈썹도

아침마다 해만 뜨면 흘리더라, 더 잘 울더라.

닳았다 식는 밖엣 날씨 보고

흐르고 맺는 눈물 무슨 소용이냐, 피만 마른다."

 

"대속(代贖)이라!

둘도 없는 네 인격에 대신을 뉘 하느냐?

내게 진 빚 나 모르게 너 혼자 줄치면

그 청장(靑帳)을 내 안다더냐?"

 

"힘이 아니 들이고 빌어 삶,

생각은 아니하고 '더라'만 외는 빎,

이름은 빌 망정

삶을 어찌 빌 수 있느냐?"

 

"예수는 예수요

너는 너요,

멎음 없는 역사의 흐름 흐르는 언덕

저쪽엔 그가 서고 이쪽엔 네가 서고,"

 

"그 흐름 그대로 굽어보면서

그 언덕 그대로 딩굴면서

외침을 외친단들

내 속이 어찌 대속이냐?"

"'사랑하는외' 딸 얼굴에 든 허울도

어미 사랑으로도 바꾸진 못해

제 얼굴 제각기 쓰고 건너다보다가

한숨으로 헤어지는 인생 아니냐?"

 

"심장의 육비(肉碑)에 새긴 기록을,

영혼의 미간에 박힌 죄악의 허물을,

대신을 누가 대신한단 말이냐?

맘은 있다손 어떻게 하느냐?"

 

"너는 너 아니냐?

너만이 너 아니냐?

나는 나 아니냐?

나는 나만 아니냐?"

 

"예수 예수요 네가 넌 이상은,

상대의 바다에 서로 떠 바라는 한은,

그는 우뚝 서시는 섬산 바위요,

너는 까불리우는 조각배요?"

 

"멀어도

배는 배 바위는 바위.

가까워도

바위는 바위 배는 배"

 

"하늘 땅 부르짖어도

그 배 그 바위 그대로 아니냐?

발을 동동 굴러도

그 바위 그 배 그대로 아니냐?"

 

"너 살고 싶으냐?

대들어라, 부닥쳐라.

인격의 부닥침 있기 전에

대속이 무슨 대속이냐?"

 

"그의 죽음 네 죽음 되고

그의 삶 네 삶 되기 위해

부닥쳐라, 알몸으로 알몸에 대들어라!

벌거벗은 영으로 그 바위에 돌격을 해라!"

 

"너는 그것을 했느냐?

이 스스로 정통 자랑하는 자야!

정통은 빈 통이다

이 표지 든 흰 손아!"

 

"이 거지놈들.

예복 안 입고 얻어먹으려 드는 놈들.

너의 조상은 땅 위에 내 집 강도굴로 만들고,

너희는 하늘 위에 내 나라 거지 수용소로 만들려고."

 

"나를 모욕하는 놈들.

내 쓰는 선심 악용하는 놈들.

그저라니 맘도 그저인들 알았더냐?

어서 피를 가져와, 뜨끈 뜨끈한 산 피를?"

 

"나는 여호와 하나님임 벌써 잊었느냐?

내 제단 늘 더운 피로 젖어 있기 요구하는 하나님임을

내 제단 너는 어디서 보느냐?

기쁨 슬픔의 옥과 돌을 피 반죽으로 쌓는 네 양심의 터에서 아니냐?"

 

"산 피 가지고 내 제단에 서자는 너 영원의 대제사(大祭司)!

너는 피 어디 담으려느냐?

그릇에냐? 그림에냐? 죽은 짐승에냐? 죽은 신앙개조(信仰個條)에냐?

네 염통을 쪼개라 그밖에 어디냐?

 

"생명은 생명에서만.

피는 피에만.

네 피 없는 예수의 피 어디 있느냐?

네 십자가 아닌 예수 십자가 어디 있느냐?"

 

"지지 않고 십자가 맛 네 무엇으로 하느냐?

맛 모르는 십자가 네 어이 믿느냐?

허공에 바라는 십자가의 예수 뜬 예수

가슴에 등에 안고 진 십자가의 예수 너와 하나로 산 예수."

 

"나는 너 위해 내 맏아들 죽였거늘

너는 내 막내 아들 위해 땀도 아끼느냐?

내가 값 없이 준다해서

네가 나를 그림으로 사려느냐?

 

"내가 자비라니 얼굴 봄이냐?

맘을 봄 아니냐?

내가 그저 준다니 혼 두고 함이냐?

연약한 몸을 두고 함 아니냐?"

 

"없이봐서 불쌍이냐?

귀히 여겨서니라.

놀리려고 그저냐?

값으론 치지 못할 네 혼 통째로 찾으려 해서니라."

 

"내게 그림이 웬일이냐? 내가

돌리지 못하는 눈알 놀리지 못하는 손에 그림쪽을 붙여

영원불변을 형상에 박아 지니노라 거짓을 하는

저 우상이냐?"

 

"여봐라!

"- -"

", 이 흰 손 가진 우상교도 놈들을 끌어내어

거룩한 내 집을 더럽히게 말라!

그들은 속보다 껍질을 더 좋아하더니

잘 됐구나 바깥이 그 영원한 집이 됐구나.

그들이 힘쓰는 인격을 마다 하더니

좋구나 어둠 속에 길이길이 놀며 울 게 됐구나.

완전 요구하시는님을 그저 주는 반편으로만 알았으니

있는 자 더 주고 없는 자 빼앗는 진리를 톡톡히 알아야 하겠고,

있어서 있는 님의 모습 제 혼에서 스스로 깎았으니

끝없는 매임 속에 쪽쪽 옮이 마땅한 일이로다.

 

"아이, 아이, 아이구,

이게 웬일입니까?

우리가 믿지 않았읍니까?

당신의 교회 바리십니까?"

 

"믿어! 너희가 믿었느냐?

내 뜻대로 살았느냐?

나는 영원히 일하는 영, 사는 영,

흰 손 가진 너희를 나는 모른다."

 

"네가 나를 믿거든 내 뜻을 온전히 이루라,

내 내 뜻을 ''의 안에 말해 세상에 보냈노라.

네 내 아들 믿거든 그가 되라.

그가 죽었으면 너도 죽어라."

 

"그의 십자가 바라만 보느냐?

인생에게 지기 명하는 십자가의 명령 아니냐?

시체를 뜯어먹는 독수리 심산(深山)에 숨듯

교회당의 탑 속에 숨어, 죽은 예수 이용해 먹지 말라."

 

"내 교회 바리느냐고?

내 교회를 네 보느냐?

세운 날 없는 내 교회

무너질 날은 있을소냐?"

 

"성하고 쇠하는 교회

그것은 내 교회 아니요 너희 인간의 교회니라.

너희 세운 너의 교회 나 기다릴 것 없이

너희가 스스로 헐고야 마느니라."

 

"교회, 교회는 왜 찾느냐?

깃발은 벌써 역사의 쓰레기통에 든 지 오래다.

아비의 죄 자식에게도 묻지 않는 나 아니냐?

각 사람 다, 사람이거든 제대로 나오너라."

 

"내 교회 너희 안에 있음 선언한 것이

벌써 언제냐?

둘은 설 수 없는 인격의 시온 산 끊어진 꼭대기에

나는 내 말씀 내리는 교회를 세우노라."

 

"잔말 말고 어서 나와,

핑계 말고, 주저 말고 나와,

서로서로 미루는 믿음 너를 구원 못해,

나서라, 벌거벗고 알 영으로 나서라."

 

"여럿이 깃발 들고

'우리 교회, 우리 교회'

수로써 나를 엎누를 터이냐?

나는 투쟁에 못견디는 너희의 지배자와는 다르다."

 

"너희가 고운 목소리로 합창을 불러도 내 맘은 아니 풀린다.

우주만물이 밤낮 없이 하는 영원의 코러스에

너희는 공연히 딴청만을 넣지 않느냐? 듣기 싫다.

각각 해라 네 노래, 네 하소연을 네 청으로."

 

"전체의 가시 숲 속에 올빼미처럼 숨어

부끄런 몸을 감추려는 놈들,

책임 없는 외침으로 없는 기세 올려보는

이 개성 없는 비겁한 놈들."

 

"보아라 이 나라에선 개개가 전체다.

'우리 교회'의 단체 교섭은 소용이 없다.

들어라, 오늘은 영원의 현재,

역사적 전통의 특전은 벌써 빈말뿐이다."

 

"각각 나오너라.

솔직히 나오너라.

담대히 나오너라.

내가 빛이니 너도 빛을 발하라."

 

"아이, 아이, 이게 웬일이야요?

주님 주님,

이럴 줄은 몰랐어요,

우리가 믿지 않았어요?"

 

"아니 거기 끌려가는 건 누구야요?

우리들의 거룩한 목자! 교황님! 신부님!

당신두 같은 운명,

글세 이게 웬일이야요?"

 

"아하, 아이,

아니야 우리가 바울한테 속았어,

행함으로 아니요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니 나도 그랬지.

그저 얻는 것이니 복음인 줄만 알았지."

 

"그러나 속았어,

하나님 그런 하나님 아닌걸,

무서워 무서워,

심지 않은 곳에서 거두는 폭군이여"

 

"바울 선생은 지금 어디 계신가?

인제라도 만나면 물어라도 보련만!

믿기만 하면 그저 구원 얻는다 큰말을 한 이여

우리 위해 한 마디 해 주셔요."

 

"여봐라!"

"--"

"너 저놈의 입을 찍어라,

저 진리의 사도를 모욕하는 놈을."

 

"이놈아,

네 놈이 바울을 속였지,

그래 바울이 너를 속였느냐?

이 바울을 봐라!"

 

"이 욕 먹고, 매 맞고, 터지고,

쫒겨다니고, 사슬 지고, 갇히우다가,

마침내 목을 잘리운 이 바울을

이 피투성이의 사람을."

 

"이가 말꾼이냐?

그림 장수냐?

제 주관에 취하는 자냐?

지저를 좋아하는 게으름쟁이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한 이 노력의 사람을

네가 속여 만병약으로 팔아먹으며

놀고 먹다가 온 네가 아니냐?

네 흰 손 푸른 얼굴이 너를 증거 않느냐?

 

"내 오늘이야 내 바울을 위해

변명하고 분을 풀어주리라,

싸구려 싸구려의 약장수 놈들 게 끌려

이십 세기의 거리거리에 구경거리가 된 내 바울."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 제 몸에 채워

영광으로 기뻐하는 그를

놈들이 손뼉치며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가까이만 가면 슬슬 피해 정말 구경거리를 삼았지."

 

"앞엣 것 잡으려 뒤엣 것 잊고 달리며

아직도 못 잡았노라 애쓰는 그 늙은 용사를

놈들이 우야우야 깃발 두르면서도

뛸 생각은 않으며 상 타면 가로채려고 참말 바보 대접을 했지."

 

"동포의 구원 위해서람 간절한 맘

저주의 자리에도 가겠다던 이 사람,

약한 형제의 믿음 위해서람 겸손한 맘,

일생 고기 아니 먹겠다 하던 이 사람."

 

이 사람, 이 행함의 사람을 너는 알았느냐?

팔아먹을 대로 팔아먹고

이용할 대로 다 이용한 다음

이제 또 무엇을 이 순교자에게 넘겨 쒸운단 말이냐?"

 

"이놈들, 믿음을 놀음으로 바꿔놓는

이 안일교도(安逸敎徒) 놈들,

아버지 형상 몸에 지키는 참 맘 보면 교만이라 비꼬아 몰고

스스로 거짓 겸손 자랑하는 너야말로 인간주의자들.

 

"저놈들을 내가 모른다, 저 염소들을,

내 모습 스스로 버리고 내 약속 맘대로 내 버린 저놈들,

나는 저놈들을 모른다, 바깥으로 내 몰아라.

거기서 영, , 영 슬피 울도록."

*

내 꿈을 노래했노라,

이따가 오는 무서운 일

꿈 속에 본 무섭고도 기쁜일

철 없는 요셉처럼 내 일렀노라.

철 없는 꿈꾸는 자를 교만타 말라,

하나님 모르는 무리에 팔지 말라.

이따가 오는 기쁨의 날을, 내 형제야,

너희가 부끄럼으로 맞을까 두려워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