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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신문 852호 사설] “자연, 사람, 하느님과의 화해” - 성공회의 사명

 

[성공회신문 852호 사설]

 

                “자연, 사람, 하느님과의 화해” - 성공회의 사명

 

  대한성공회는 선교 125주년, 한인사제서품 100주년, 한인주교성품 50주년,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이 여러 숫자들은 이 땅에서 여러 세대를 이어온 한국성공회의 선교 노력을 상징한다. 이 땅을 구원하시려 하느님께서 몸소 성교회를 세우시고 돌보며 이끌어 오셨고, “하느님의 선교에 우리 교회는 최선을 다해 참여하며 응답해왔다는 고백이다. 그 선교 노력을 우리는 자연, 사람, 하느님과의 화해로 정리하며, 우리와 다음 세대가 이어갈 선교의 소망으로 삼는다.

성경에서 자연은 단순한 물질세계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기에 영적인 존재다. 이를 두고 사도 바울로께서는 로마의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고 적었다. 성공회가 이해하는 하느님의 구원은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의 일들인 바, 그 시작이 바로 하느님의 창조이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때문에 세상 모든 피조물이 그 창조의 은총과 질서를 더불어 잃어버리게 되었다. 자연을 물질로만 여겨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만 여긴 인간 탓에, 창조주 하느님의 뜻과 달리, 자연은 짓눌리고 신음해왔다.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갈망하며 진통하는 자연은 그리스도인의 회심과 봉헌을 통해서 본래 하느님께서 지으신 하느님의 소유로 회복된다. 본래의 창조질서를 드러내며, 그 창조질서 안에서만 인간은 실제로 아름답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하느님께는 먼 곳이 없다!”고 고백했던 선교사들에게 머나먼 동방의 조선 땅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귀한 세상의 일부요,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져야 할 귀한 터전이었다. 복음을 통해서 이 땅은 새로운 빛을 받았다. 새로운 창조의 첫걸음, 본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걸음을 내딛었다. 일제의 강압을 견디면서 오히려 더 큰 소망을 품는 힘이 되었다.

그러나 빛의 회복, 해방의 기쁨에 차 있던 이 땅에 닥친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은 악마적인 분열과 불화의 상처를 깊이 남겼다. 성공회는 한국전쟁에서 순교자를 배출하며 참된 진리와 정의와 평화를 기원해왔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여,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참 사람의 길을 열어주셨다. 이를 믿는 교회는 복음의 능력으로 화해하는 참 사람을 기르며 실천해왔다.

성공회의 예배는 자연과 화해하고, 사람과 화해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일이다. 성공회의 선교는 이 땅에서 구원을 이루시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 분의 일에 참여하는 일이다. 성공회는 소속 신자만을 위해 종교적 서비스를 주고받는 종교단체일 수 없다. 가장 깊은 차원에서 자연과 사람과 하느님의 화해를 기도하고 실천하고 실현하는, ‘성령의 공동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다.

이제 103일 대한성공회는 선교 125주년을 기념하는 감사성찬례를 드리며 새로운 선교를 시작한다. 이 땅의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창조의 은총을 깨달아 살기를 기대한다. 모든 이들이 미움과 분열의 어둠을 걷고, 참된 화해와 상생을 이루어가기를 기대한다. 개별화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어리석음과 분노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녹아지기를 기원한다. 모두가 자녀가 되는 행복, 서로가 형제자매가 되는 기쁨으로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귀한 화해의 사명을 받은 교회의 신자로서 기쁘고 보람 있게 헌신하는 복된 삶이길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