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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옮김] 성공회신문 사설 ; 선교정책을 생산하는 의회

 

 

 

2016년 11월 12일자 성공회신문 사설

 

선교정책을 생산하는 의회

 

오는 11월 26일(토)에 서울교구는 제52차, 대전교구는 제65차 교구의회를 소집한다. 부산교구는 11월 25일(금)~ 26일(토)에 제46차 교구의회를 연다. 교구의회의 본연의 역할을 살피기 위해서 성공회의 정체(政體)와 의사결정과 집행의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각 교구는 교구장주교가 다스리는 하나의 독립된 선교조직으로서 교구의회의 결정에 따라 교구의 운영에 관한 제반문제를 처리한다.(헌장 제56조) 주교제를 근간으로 삼은 성공회가 이해하는 교회의 단위는 교구(敎區)다. 교구장주교는 교구를 대표하고, 통할(統轄)한다. 다만, 천주교와 정교회와는 달리 대의제(代議制)인 의회제도를 통하여 주교의 직무를 제한하는 동시에 보완하고 있다. 교회공동체의 의사결정이 주교원, 성직자원, 평신도원의 합의로 이루어진다. 대한성공회는 교구장이 교구 사목을 통할하되, 교구의 운영은 교구의회의 결정에 따라 교구의 사무관리를 통해 집행되는 것이다.

헌장 제11조는 교구장주교의 직무를 6개 항으로 열거한다. 1. 교구를 대표하며 교구의 사목을 통할한다. 2. 교회의 신앙과 사도적인 교훈 및 공교적인 진리를 수호한다. 3. 교구에 적용되는 모든 법규와 규정을 공포한다. 4. 교구내 성당축성 및 견진성사와 신품성사를 베푼다.(이하 생략) 이 교구장주교 직무가운데 2항 이하의 내용은 자명하고 분명하다. 그런데 1항의 직무는 ‘교구의 사목’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내용이 채워진다. 제30차 전국의회 선교선언문에서 선교적 상황의 어려움을 적시했거니와, 이를 극복하려면, 교구장주교의 사목은 ‘관리지향’에서 ‘선교지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헌장 제60조는 교구의회의 기능을 11개 항으로 열거하고 있다. 1. 교구의 선교 정책 심의 의결 2. 교구법규의 제정과 개정 3. 교구 사업 및 결산보고 접수,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4. 교구 내외에 파송할 교구대표 및 임원 선임 5. 각 교회, 교구 소속 기관 및 단체의 보고 접수 6. 소속기관의 사업보고, 계획 및 예결산 승인 7. 교구장 주교 후보 및 보좌주교 후보 선출 (이하 생략) 이 가운데 2항 이하는 통상적이고 절차적인 내용에 가깝다. 교구의회는 2항 이하의 내용을 의안으로 처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정작 1항의 선교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일에는 얼마나 시간과 공력을 들이는가를 짚어볼 일이다. 3항의 ‘교구 사업 및 결산보고 접수,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과 1항의 ‘선교 정책 심의 의결’은 구별되어야 한다.  선교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일(1항)과 그 의결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교구 사업 계획과 예산을 통하여 실행이 되고, 그 실행 결과가 보고되는 일(3항)이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 선교정책 입안을 교구의 사무관리에 위임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교구의회가 선교정책의 주체가 되어, 상설화된 논의구조를 통해서 적극 의안을 마련하고, 신학적 소통을 통해서 심의하고 그 실행까지를 점검해야 한다.

교구의회를 앞두고 “기도를 통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자”는 다짐은 마땅하고 소중하다. 이 때 기도가 저마다 속내를 감추는 침묵의 카르텔로 오인되면 곤란하다. 기도는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며 서로 정직하게 드러내고 함께 진지하게 풀어내는 공동식별의 과정이다. 교구의회를 통해서 교회의 발전을 위한 선교정책이 참된 기도를 통해 깊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