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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일본성공회 평화 메시지 (옮김)


 

지난 8월 15일(연중 제20주일)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는 '광복절'이며, 일본에게는 '패전기념일' 이었습니다. 일본성공회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과거 일제에 의해 자행된 한반도의 식민지 침탈을 사죄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 교회에서 선포한 바 있습니다.  일본성공회가 일본 내에서 선포하고 대한성공회에 보내온 평화메시지 전문을 게재합니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는 물론 이를 위하여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가 함께 진행할 선교사업에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대한성공회 교무원


                                             
일본성공회  평화메시지(전문) 

  올해도 8월 15일 「패전의 날」을 맞이합니다.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앙 속에서 깊이 되돌아보는 은혜에 감사드리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시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올해는 한일강제합병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10년 8월22일에 조인되어 같은 해 29일에 재가를 거쳐 공포된「한일합병조약」으로 일본은 한반도(당시 대한제국)를 식민지화, 대일본제국에 편입시켜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조약이 체결되기 40여 년 전부터 메이지정부는 이미 한반도를 아시아대륙 진출을 위한「생명선」이라 평가하고 식민지로 만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지배를 둘러싸고 벌린 청일전쟁(1894~95)과 러일전쟁(1904~05)을 치루면서 한일합병조약이 무력적으로 체결된 것입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후의 한반도 분들의 격렬한 항의와 투쟁, 독립운동을 강권으로 철저하게 탄압하면서 막대한 생명을 빼앗았으며,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등의 황민화정책을 강요한 일본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한국·조선인들에게 끼친 굴욕감과 상실감, 절망감에 대한 깊은 회개와 반성과 함께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을 범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새로이 하고자 합니다. 

  이와 동시에 식민지 시대에 고통을 당한 사람들, 특히 징병군인과 군속, 강제연행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람들과 구일본군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던「종군위안부」들, 그리고 패전과 동시에「제3국인」이라는 차별적 대우로 국적선택의 자유를 빼앗기고 인권을 유린당해온 재일한국·조선인들께 아직도 배상이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를 일본의 최대과제라 생각하고, 국회결의가 이루어지도록 정부에 계속 요구할 것입니다. 이러한 배상과 보상이 이루어져야만,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믿기 때문입니다. 또 일본의 식민지지배가 남긴 가장 큰 상처는 한반도의 분단이라 여기고, 모든 곤란을 극복하고 남북화해와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1996년 일본성공회 제46차 정기총회에서는「일본성공회의 전쟁책임에 관한 선언」을 결의한 바 있습니다. 또 작년의「일본성공회 선교 150주년 기념 주교회교서」에서는 "교회가 국가의 전쟁, 특히 아시아제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정책에 대해 기독교적 신앙과 복음에 근거한 명확한 이해와 자세를 가지고 발언하지 못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또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지배로 피해를 입고, 그 후에는 일본의 경제발전으로 새로이 경제적 지배에 노출된 나라의 분들께 회개로써 화해와 공생관계를 깊이 하고자 바라왔습니다. 특히 대한성공회는 일본의 한반도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부터 같은 신앙을 가진 형제자매로써 일본인들의 역사인식 부족과 잘못을 지적하는 동시에 개인, 교회, 교구, 관할구역 등과 다양한 교류의 장을 마련해 주셨다" 고 선언하였습니다. 이러한 교회 안에서의 교류는 우리의 역사인식의 버팀목이며 관계개선의 장이 되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부활하신 예수그리스도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너희들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 밑바닥에는 폭력을 긍정하는 매우 강한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폭력의 긍정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근원합니다. 그러한 인간의 모든 폭력을 떠맡으신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심으로써 모든 폭력적인 인간의 행위를 무(無)로 하시고,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부활의 생명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이상 폭력을 원치 않는 새로운 삶을 사는 기쁨의 길로 이끌어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활의 생명, 영원한 생명의 길을 성령으로 모든 민족과 국민에게 열어주셨습니다. 부활의 예수그리스도와의 만남 안에서 평화의 길이 마련된 것입니다. 과거사를 똑바로 응시하고 신앙 속에서 함께「주 안에 있는 평화의 길」로 나아갑시다.


                                              일본성공회 수좌주교 나타나엘 우에마츠 마코토

                                                      정의와 평화위원회 주교 타니 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