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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정교분리 (政敎分離)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정교분리 (政敎分離)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정교분리(政敎分離)란 정치와 종교가, 국가와 교회가 서로 분리 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국가가 종교 활동을 행하든가 특정의 종교단체를 지지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상식적인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은 성경이 명하거나 교회가 정한 교리는 아닙니다. 유럽에서 중세기의 그리스도교왕국(christendom)이 해체되며 근대국가가 생겨나고 민주주의가 신장되면서 “국가가 개인의 신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정치적인 원칙입니다. 정교분리라는 말 자체는 1802년 토머스 제퍼슨의 편지에서 처음으로 언급됩니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20조에서 종교의 자유와 국교불인정,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일차적으로 국가에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교회에 적용하여 “교회 역시 정치에 대하여 절대로 간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정치에 의해 간섭을 안 받으려면 동시에 교회도 정치에 대하여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태도는 지나친 겸양이요 오해입니다. 물론 교회가 권력을 추구하여서 그 권력을 통해 자기 교회를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이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기는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을 구원하려는 교회가 이 세상의 정치에 전적으로 무관심하겠다는 것은 마치 누룩이 밀가루와 관계없이 누룩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과 같고 겨자씨가 땅에 심기우지 않은 채 그늘을 드리우겠다고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하고 신자가 세상의 삶을 살아가는 한 정치적인 사안이나 주제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정치이나,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다”는 경구가 있습니다. 종교는 정치가 추구하는 것보다 더 깊은 수준과 높은 차원의 가치를 성찰의 주제로 삼습니다. “그러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마태 22:21)는 주님의 말씀은 이미 정교분리의 합의를 통해서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이 세상이 전적으로 카이사르의 것이라고 인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과 이 세상의 정치권력(카이사르) 역시 하느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현실참여는 정치영역을 침범하거나 권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의에 의해 창출된 정치권력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안내하고 보살피려는 의도입니다. 교회는 이 세상이 궁극적으로 과연 하느님께 속한 것인가, 카이사르(인간의 지배체제)에게 속한 것인가 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답을 정치현실 가운데에 분명한 목소리로 들려주어야 하는 예언자적인 사명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