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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주일성수(主日聖守)를 넘어서 교회성수(敎會聖守)로!

             
                            주일성수(主日聖守)를 넘어서 교회성수(敎會聖守)로!

“신자는 모든 주일과 의무적 축일 성체성사에 참례하여야 한다.” (대한성공회 법규 제55조)
성공회는 주일성수를 강조하기 보다는 “축일(주일은 축일에 당연 포함됨)과 성체성사”를 강조합니다. 사실 개신교회에서 강조하는 주일성수는 주일아침 예배만이 아니라 주일 저녁예배까지도 드림으로 온전히 주일 하루 전부를 주님의 날로 지킨다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대단히 신실한 충성입니다. 주일에 원하는 때에 한번 성찬례를 드리는 것도 쉽지 않음을 경험하거니와 주일성수의 신앙은 존중되고 본받아야 합니다. 다만 그 주일성수의 참된 의미를 성공회의 입장에서 더 깊이 살피려는 것입니다.

성공회가 주일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일주일의 하루를 다른 엿새보다 더 거룩하게 구별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주일을 지킴으로써 일주일의 모든 시간, 일년 365일의 모든 날들을 거룩하게 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이 “기억(기념, 아남네시스)”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과 잔을 주시며 “나를 기념하여 이 예를 행하라” 고 당부하셨습니다. (루가 22:19, 1고린11:25). 그래서 제자들은 '안식일 다음날' 곧 주일에 주님의 만찬을 나누기 위해 모였습니다(사도20:7). 성체성사(성찬례)야 말로 우리를 구원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사역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찬양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에 어울리는 마땅한 예배입니다.

성공회는 주일에 찬양예배나 기타 다른 형식의 예배가 아니라 성찬례(성체성사)를 중심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주일에 성찬례에 참여할 수 없는 교우가 다른 개신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때로 불가피하고 나름 훌륭한 일이지만 실상 충분한 일은 못됩니다. 우리에게는 주일에 “성체성사”로 드리는 예배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개신교회의 예배를 깍아내리고 전례만을 내세우며 교회일치를 해치는 태도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의미, 성찬례(성체성사)의 의미를 깊이 살핀다면 법규 제55조 신자의 의무 조항은 느슨하게 지켜도 되는 것으로 양보하기 어렵습니다.

신앙적인 의미의 ‘기억(기념)’은 신자 개개인이 성서의 문자에 대한 인식을 통하여 이천년전 예수님의 구원사건을 저마다의 머리로 회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교회공동체로 모인 신자들이 성서의 이야기가 전해주는 이천년전 예수님의 구원사건을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참여하는 오늘의 구원사건으로 체험하는 일입니다. 우리 성공회의 주일 감사성찬례는 단순히 주일성수의 예배를 넘어섭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교회공동체를 이룬 우리가 성체성사를 통하여 온전히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룬 교회됨을 확인하는 일 곧 ‘교회됨’을 거룩하게 지키는 교회성수(敎會聖守)의 일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