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교리이야기

(옮김) 교회(敎會)와 성당(聖堂)

임종호 2011. 9. 16. 18:35

                                                교회(敎會)와 성당(聖堂) 

 
“아, 성당 다니세요? 저는 교회 다녀요.” 이런 표현은 교회(敎會)를 개신교(改新敎)와 같은 의미로, 성당(聖堂)을 성공회(聖公會)나 천주교(天主敎)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일입니다. 대략 뜻은 통하지만 부정확한 이해입니다. 

우리 법규에 따르면 교회(敎會)는 신자의 모임과 그 모임의 선교수단을 총칭하는 것으로 1. 주교좌교회 2. 본교회 3. 선교교회로 구분됩니다. 주교좌교회는 교구사목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교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당(聖堂)은 각 교회의 공기도용 건물을 뜻하며 역시 1. 주교좌성당 2. 본교회성당 3. 선교교회성당으로 구분됩니다. 

우리는 주교좌성당(主敎座聖堂)과 주교좌교회(主敎座敎會)라는 표현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법규의 이해에 따르면 마땅히 그 의미를 구분하여 맥락에 맞게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종종 두 표현을 혼용하는데 이는 착오라기보다 성공회의 역사적 경험이 반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그리스도교 왕국의 질서를 유지했던 유럽의 중세(中世)에는 구태여 성당이 교회와 구분되는 건물의 개념으로 제한될 필요는 없었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宗敎改革)때에 기존의 가톨릭 교회질서에 대항해야 했던 개신교 입장에서 기존의 성당을 교회와 예배당으로 그 의미를 해체해야 했던 것이지요. 영국 성공회는 합리적인 개혁을 일정부분 받아들였지만 물려받은 교회질서 자체를 바꿀 필요는 못느꼈습니다. 그런 연유로 ‘성당(聖堂)’이라는 표현으로 예배당(禮拜堂)이란 좁은 개념과 달리 단순히 건물만이 아니라 전례와 선교를 담당하는 가시적인 공동체까지 담아내는 것이 우리 성공회의 언어감각입니다. 

우리의 주교좌성당은 문화재로까지 지정된 참으로 유서 깊고 아름다운 건물이지만 우리가 대성당(大聖堂), 곧 주교좌성당(主敎座聖堂)을 말할 때는 건물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대성당’이 대성당 건물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대성당 신자의 소명도 단지 대성당 건물을 관리하는 일, 성소(聖所)를 거룩하게 보존하는 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건물’을 위해서라면 가능한 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지만, 도리어 대성당은 전체 교구의 예배(禮拜)를 위해서, 나아가 이 세상의 선교(宣敎)를 위해서 늘 활력 있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은 이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복음과 전례와 선교의 중심역할을 함으로써 참으로 거룩한 곳으로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우리 교구와 관구의 중심 교회로서 이 땅에 하느님나라가 이루어지는 일에 온전히 쓰임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