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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주교 서신) 북녘 땅에도 주님의 부활의 기쁨이 ...


                            북녘 땅에도 주님의 부활의 기쁨이 

  오늘 오전에 성유축복 감사성찬례가 있었습니다.

  성 목요일, 주님의 성체제정을 기념하며 함께 모여 감사성찬례를 드렸습니다.
  조병성유, 축성성유 그리고 세례성유도 축복하였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모든 교회에서는 성체제정 예식을 거행하며 부활의 기쁨을 준비하겠죠?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부활의 기쁨이 넘쳐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전통적으로 성 목요일, 우리는 서품 서약 갱신을 합니다.

  이렇게 묻고 대답을 하죠.
  “우리는 하느님과 교회로부터 맡겨진 일들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맹세합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는 주교의 사목지침과 지도를 존중하고 다르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는 봉사해야 할 모든 이들에게, 충실한 목자가 될 뿐만 아니라 또한 동료 성직자들과 함께 수고를 나누며 하느님의 공동체를 세워 나가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매년 되풀이하는 이러한 서품 서약 갱신이 우리들에게 어떠한 도전으로 다가오는지 자문해 봅니다. 

  사실, 요즘 전 하느님께 묻습니다.
  “왜 저에게 주교직을 감당하라 하셨나요?”
  “도대체 당신은 이 땅에서 어떠한 모습의 성공회를 원하시나요?”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 있나이다.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이런 제게 주님은 이 땅의 아픔을 보여 주십니다.

  지금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행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땅에 두발 딛고 서 있는 우리가 어찌 분단의 아픔을 외면할 수 있느냐며 다그칩니다. 

  우리가 무슨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 이 때,

  주님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녘 땅 어린이들의 얼굴을 보여주십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조그만 한반도의 반쪽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 대해 우리들 안에 생기는 무관심과 미움, 때로는 적대적인 감정들을 느끼게 하십니다. 

  오늘 모든 교회에서 거행될 성체제정 예식의 핵심은 세족례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기시며 섬김의 모범을 보였듯이,
  우리도 이 사회에서 섬김의 본을 보이라는 뜻으로 다가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병폐와 위험들은 우리가 서로 섬김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한국교회의 역사에 대한 발표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간 일본인 성직자가 한국교회의 역사를 발표하며 결론으로 말하길,
  일본교회는 한국교회를 배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한국교회는 양적으로 매우 크지만 한국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부활의 기쁨을 북쪽에 있는 형제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하겠지’,
  또는 ‘우리 앞에 놓인 일들을 하기에도 버거운데 무슨 이런 일까지’,
  ‘이런 일은 우리보다 큰 곳에서 하겠지’ 등 망설임과 주저함이 있는 것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그러나 내가 안 하면 그 누구도 안하는 현실을 목도하게 됩니다.

  모두가 망설이고 주저할 때,
  작지만 섬김이 무엇인지를 아는 우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연탄 5만장, 얼마 되지 않은 양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는 약속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주님의 부활의 기쁨을 우리 북녘 동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각 교회가 제각기 힘든 조건이겠습니다만 지혜를 모아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순절 극기헌금을 다시금 강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부활의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함께 동역하고 있는 가족들 위에 듬뿍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4월 9일(목) 

                                       대한성공회 평화통일선교특별위원회위원장 김근상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