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현 신부님이 <이름풀이>라는 제목으로 쓰신 글(http://viamedia.or.kr/2007/09/12/148/)을 읽다보니, 내 친구의 일화가 생각난다.
친구는 큰아들 이름을 수자 돌림으로 “수영”이라고 지었는데 아마도 청년시절 좋아했던 시인 김수영의 이름을 참고했으리라.
이 친구가 작은 아들 이름을 지을 때 "수"자에 어울리는 한자를 찾으려고 자전을 뒤졌다. 이윽고 어느 페이지 첫줄에서 “바를” 완(垸)이라는 글자를 찾고는 "이것이다" 무릎을 치며, 어감도 뜻도 좋은 “수완”이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한자사전을 보다보니 그 "바를 완" 이 적힌 페이지의 앞 페이지에서 한 글자가 더 이어지고 있었는 걸 발견했는데...
그게 “흙”이라는 글자였다!
그러니까 완(垸)자의 본래 훈은 올바르다는 뜻의 “바를 완”이 아니라 벽에다 흙을 바른다는 뜻의 “흙바를 완”이었던 것이다.
대략 낭패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무슨 상관이랴!
지금 중2 짜리 그 작은 아들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온 몸으로 응답하며, 촉망받는 인재로 잘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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