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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소신

사제중창단 연습을 다시 시작하며


<성공회 사제중창단>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는 <성공회 사제중창단>에서 세컨 테너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거의 9개월 동안 못 모이다가 최근 다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쉽지않은 상황속에서 몇몇 신부님이 다시 희생적인 결단을 해주셨구요,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지휘자 원학연선생님, 부지휘자 박성희선생님, 반주자 이혜원선생님이 계속 지도해주십니다. 단장은 이경호 신부님, 총무는 김태욱 신부님, 우리들만의 연습시 제1지휘자 원순철 신부님, 지도사제 김근상신부님, 1st Tenor 원순철, 최수재  2nd Tenor 김대원,  임종호 Bariton 김동한,  이선우 Base 이경호, 김태욱 (신부님)이 멤버입니다.

사제중창단은 늘 열려있습니다만  사제중창단 멤버가 되려면 음악적 재능과 함께 사목자로서의 참여여건과 원만한 협력을 이루는 자기희생정신^^이 필요합니다. (외모와 재력도 중요하다는 소수의견도...^^) 그래서인지 지난 1월 멤버 결원이 생겼을 때 성공회신문에 단원모집광고까지 냈었지만 아무도 자원한 이가 없어서  긴 공백기간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제중창단은 매주 1회의 연습을 통해 2004년도부터 년 1회 총 3회의 정기공연과 1차례의 해외(일본)초청공연 그리고 여러차례 교계 내외 행사에 찬조출연을 하였습니다. 창단공연과 별세성가를 녹음한 1집 앨범이 CD로 발매되어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사목자들이 사목이나 열심히 하지 무슨 한가한 활동이냐고 흘겨보시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서운한 일입니다. 초창기에 제가 사제중창단 까페에 올려 다른 신부님들의 공감과 호응을 받았던 글을 다시 올려 봅니다. 지금 다시 읽어도 제 생각은 별로 변함이 없습니다. 올해 중으로 2집 앨범을 계획 중인데 많은 기도와 후원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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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동안 사제중창단을 통해 일취월장, 괄목상대, 향상진보^^의 기량을 갖추게 된 저 임프란시스입니다. 이점 당연히 무지무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러나 주제파악의 대가인 저로서는 솔직히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기에 모 신부님처럼 자신만만할 수는 없습니다.^^

연습은 배움의 기쁨과 더불어 늘 저의 한계를 절감하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은 이 일이 사제로서, 선교와 교회문화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었고, 현실적으로 교구 성직단내에서 저를 대신할 인재가 쉽게 찾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실은 음악에 미친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음악의 영역에서만큼은 분명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에 미쳐야 마땅할 만큼의 재능을 지닌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가끔 혼자 흥얼거리고, 대부분은 다른 이의 빼어난 음악을 듣는 데서 기쁨을 누리는 편입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요?

저는 우리 중창단이 넓은 의미로 "선교"에 이바지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저는 노래 부르기를 즐기고자 해서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부르기를 더 배워서 전문가가 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일선에서 사목을 하면서 우리 교회의 대부분의 교우들이 우리 성가책의 성가중 2/3 이상을 제대로 들어본 기억 조차 없고, 불러본 경험은 더더욱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제가 조금 음악적인 감각을 타고 났다면 우리 교우들에게 성가를 아름답게 들려주고 싶고,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우리 성공회 성가 중에서 저는 좋아하는 노래가 참 많습니다. 저는 "주옥같다"고 하고 싶은데 많은 교우들이 도통 알아주질 않습니다. 대체 들어보길 들어 봤어야죠... 악보 보고 아는 실력들은 더더욱 아니고...

그러므로 저는 우리 중창단이 우리 성가를 우선적으로 소화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음악이란 무지무지 고급스런 예술이지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 공연에도 참 많은 수고와 도움이 필요했지요. 제가 이번 공연 시디를 많이 만들어 돌린 것도 음악예술이 "일회용"으로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코 나 잘났고 우리 잘났다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척박한 교회문화에, 전문가와 대중이 단절되기 쉬운 음악문화에 작은 울림이 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원히 아마추어일 것입니다. 지난 공연 때에 그렇게 큰 무대에서 노래하기는 제겐 난생 처음이었죠^^ 그러나 진심으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온전히 비어있는 피리로서 주님의 입김을 전할 수 있기를! 우리를 통해 성령의 울림이 있기를! 우리는 그저 정확히 운지되는 피리처럼 음을 내되, 진정한 감흥은 주님의 감동으로 이루어주시기를! ...

저의 개인적인 희망은 우리 사제중창단이 올해중으로 가령 사순절-부활절 성가 모음, (상장례용) 별세 성가 모음, 대림-성탄 성가모음 가운데 한 부문이라도 녹음해서 보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공연도 좋고 , 해외공연은 더욱 좋지만, (실은 공연 자체보다도 공연을 준비하면서 점차 음악적으로 하나되어가는 기쁨이 정말 큰 것을 알았습니다. )

저는 어쨋든 노래 잘하는 사제가 되기보다는, 사제로서 사랑과 소명을 가지고 노래하고 싶습니다.

횡설수설, 죄송합니다. 새해에도 더욱 높아지고 깊어지고 넓어지고 맑아지고 고요해지는 영혼으로 살아가시길 기원드립니다.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2005. 1. 9)

이하댓글^^

  김대원 횡설수설이라니요.... 감사합니다... 죄송하구요.... 자칫 잊고 지났을 이야기 다시 되새겨 주었습니다.... 중요한 사업이지요 2005-01-10 11:16:48 
  김태욱 신부님 말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잊었던것을 다시 일깨워 주셨습니다. 한번 해보지요 알아보겠습니다. 가능한지 우리의 역량과 비용 기타 등등 2005-01-10 14:47:17 
  최수재 저도 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여러가지로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합니까? 2005-01-12 17: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