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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2) 성공회(聖公會)- 거룩한 상통을 전해준 교회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2)

                             성공회(聖公會)- 거룩한 상통을 전해준 교회

  서울주교좌교회의 설립기념일인 11월 1일은 교회력으로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입니다. 따로 시성(諡聖)되지 않은, 즉 알려지지 않은 모든 성인들을 기념합니다. “하느님만이 그 이름을 아시는 모든 성인”이란 결국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를 뜻합니다.

  성서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곧 성도(聖徒)로 불립니다. 이는 개인적인 영웅적 믿음을 평가해서가 아니라 모든 신자가 일치의 성령을 통하여 거룩하신 하느님의 한 백성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말씀과 성사를 통하여 신자는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한 몸을 이룹니다. 그리스도인은 홀로 믿음을 가진 이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믿음과 사랑으로 상통하는 이들입니다. 교회의 성인은 단수 Saint가 아니라 복수 Saints로 표현됩니다. 1965년 공도문은 모든 성인의 날에 이렇게 기도합니다. “전능하신 천주여,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묘하신 몸 안에서 주의 택하신 백성을 연합하여 상통케 하셨나이다. 구하노니,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사, 우리가 저희의 유덕하고 거룩한 생활을 본받으며, 성실히 주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무량한 복락을 누리게 하소서.”

  그리고 모든 성인의 날에 이어지는 11월 2일은 “모든 별세자의 날”입니다. 신자는 물론이고 비록 신자가 아니었어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귀한 영혼임이 틀림없습니다.  “영원하신 주 하느님, 모든 생명을 지으시고 삶과 죽음을 주관하시나이다. 모든 별세한 이를 위해 기도하오니, 그들에게 영원한 빛과 평화를 주시어 주님의 은총 안에서 안식을 누리게 하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상통하며 마침내 영광 속에 부활하여 우리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2004 기도서)
 
  1910년 조선종고성교회(朝鮮宗古聖敎會)는 대한성공회(大韓聖公會)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우리 성공회,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는 이 땅에 새로운 차원의 인간 이해, 곧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새로운 빛을 비추어주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인간들의 거룩한 상통(相通, communion)이라는 차원입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우리는 사랑으로  서로 존중하고 서로 기억합니다. 이기심으로 갈라져 다투는 이 세상에 하나된 사랑의 빛을 비추는 일! 설립 120주년 주교좌교회 공동체가 이어가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