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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1)- 하느님께는 먼 곳이 없다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1)
                          하느님께는 먼 곳이 없다 
                                            Nihil longe est Deo 


  11월 1일은 서울주교좌교회의 설립기념일입니다. 1891년 11월 1일 이곳 정동 3번지에서 정기적인 전례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시점을 교회의 설립일로 삼아서 이제 120주년이 되었습니다. 이 때의 ‘설립’이란 120년 전에 어떤 이들이 이곳에서 성공회라는 새로운 교회를 시작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이요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로부터 이어온” 주님의 교회가 이곳에 온전히 전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루어 가시는 “하느님 나라”, 곧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기쁘게 응답했습니다. 실상 우리 성당의 역사는 단지 120년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2천년 역사의 연속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120년은 2,000년에 비하면 아직 첫걸음이라 할 정도로 짧습니다. 기념할 일은 시간의 단위가 아니라 그동안 서울주교좌 교회가 이 땅에서 감당해 온 선교의 역사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땅에 어떠한 복음을 전했고 어떻게 하느님나라의 일을 펼쳐왔는가, 그래서 그 복음과 선교를 통해 이 땅의 사람들과 세상이 어떻게 변화되어왔는가를 되돌아볼 일입니다. 120년을 마무리하는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물려받은 교회와 복음과 전례와 선교를 이어주어야 하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초대주교로 서품된 존 코프(Charles John Corfe, 고요한) 주교님은 “하느님께는 먼 곳이 없다(Nihil longe est Deo)”는 선교 표어를 제시하였습니다. 작고 알려지지 않은 머나먼 이국 조선에 복음을 선교하는 일의 의미를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이 선교의 동기임을 확인하는 다짐을 담아 표현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미 기술의 힘 으로 거리 격차를 극복한 지구촌, 세계화 시대에 삽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장벽을 세우고 차별을 정당화 하는 세상을 경험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 첫 선교표어를 이렇게 이어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차별이 없다!(Nihil dissimilis est D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