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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 가톨릭과의 관계, 교단특징


(옮김) 성공회? 가톨릭과의 관계, 교단특징  (KCRP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와 평화> 기고문)

한국내의 다종교사회는 그 구조상 아주 복합적이고 미묘한 여러 상황등으로 갈등의 소지를 내포한 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갈등 구조를 종교간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에 그동안 가슴속으로만 품고 있었던 이웃 종단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궁금증을 묻고 이를 KCRP(한국종교인 평화회의) 종교간 대화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계신 위원님들과 종단 관계자분들을 통해 속 시원한 답을 듣는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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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성공회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신교단으로 분류하지만 실은 가톨릭과 유사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사실인가요?

A. 성공회는 기독교의 한 교파입니다. 영국 국교회인 영국 성공회와 서로 상통관계에 있는 모든 교회들을 말합니다. (영국)성공회가 16세기 종교개혁기에 로마가톨릭교회로부터 분리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분명 “개신교단”으로 분류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실상 많은 성공회 사람들은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영국 종교개혁의 독특한 성격에 기인합니다.

중세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극심했던 유럽대륙에서 루터교나 개혁교회(장로교)는 로마가톨릭 교회의 전통과 제도를 모조리 부정하고 대항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섬나라인 영국에서는 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았고 종교개혁의 초점도 교회 자체를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아니었습니다. “민족국가로 성장하는 잉글랜드의 왕권을 강화하고, 천주교 추종세력과 개신교 추종세력을 하나로 통합하는 국민 교회(National Church)를 만들어 내려는” 정치적 동기가 강했습니다. 따라서 영국 성공회는 로마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존중하고 이어가면서 루터와 칼빈의 개혁적 입장을 결합하는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지니게 됩니다. 이는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 성공회의 중요한 신앙적, 신학적 전통이자 특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성공회 신자들은 성공회가 단지 개신교(프로테스탄트)의 일파이기보다 “개혁하는 가톨릭교회 (Reforming Catholic Church)”라고 주장합니다.
교파적 입장을 벗어나 생각해보면 실상 “개혁”과 “가톨릭(전통)”은 전혀 상반될 필요가 없고 도리어 서로 보완해야 마땅한 개념들입니다. 어떤 교회이든 개혁적인 동시에 가톨릭적인 교회일 수 있고 실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성공회는 사회적으로 훌륭한 일을 많이 하지만 교인 수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선교를 성공회교단의 특징으로 이해해도 될는지요?

A. 한국성공회는 작은 교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대학교를 운영하고 활발한 사회선교를 실천하며 교회일치운동과 종교평화운동에 참여합니다. 한국성공회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건강한 교단으로서의 이미지는 활발한 사회선교에 힘입은 바 큽니다.

하지만 성공회 교단의 특징을 사회선교로 보는 것은 매우 좁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성공회가 실천하는 사회선교는 단지 대상이나 영역이 “사회적”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회과학적 인식이나 인본주의(휴머니즘)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회는 이른바 성육신(成肉身) 사상, 즉 신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내려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일하셨다고 하는 믿음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 세상과 삶의 의미를 죽은 후에 타계의 낙원에 들어가기 위한 목적과 과정으로 축소하지 않고 이 세상이야말로 신의 구원이 이루어지는 선교의 현장임을 긍정하는 태도입니다. 또한 교리나 제도보다는 “전례적인 영성”을 중시하는 교회라는 점이 성공회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성공회의 사회선교는 실상 성공회가 중시하는 이러한 성육신 신학과 전례적인 영성에서 비롯한 실천입니다.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여 당신을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례를 통해 경험하고 이를 세상에서 실천하는 일이 사회선교로 이어진 것입니다.
성공회는 사회선교를 중요시하지만 무엇보다 교회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세상을 향해 영적인 지도력을 지키고 발휘하고자 합니다.


Q. 성공회는 여성사제, 수녀사제, 동성애 주교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성공회 신학에서는 그런 제도나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하나요?

A. 성공회는 “개혁하는 가톨릭교회(Reforming Catholic Church)”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교회의 오랜 “전통과 제도”를 존중하고 이어가지만 늘 “지금 이곳에서” 실현되는 복음의 현실성을 고민하여 개혁의 내용으로 삼습니다.

여성사제 서품 문제는 세계 성공회 안에도 적지 않은 갈등과 분열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결국 “여성 성직을 반대할 신학적인 이유는 없다...”는 결의가 합의되어 많은 여성사제들이 배출되었고 긍정적인 사목적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성공회가 신적인 계시를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를 선도했다기보다는 실은 사회적인 변화 속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는 신의 뜻을 발견하고 수용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미 여성의 역할이 사회 곳곳에서 전통적인 차별과 장벽을 넘어서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 성직서품 문제는 여성성직 문제보다 더 심각합니다. 성경이 동성애를 분명히 문자적으로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안이 되는 동성애의 문제는 “성적인 취향”이 아니라 “성적인 지향”의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로서는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간극이 있습니다만 동성애자의 존재는 서구사회의 현실입니다. 미국 성공회는 말하길 “동성애자들도 신의 사랑과 자비를 구하는 이들이며 그들에게도 신의 영(성령)이 함께 함을 경험하고 인정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물론 성공회 안에 동성애자 주교서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성공회의 신학은 성경의 문자적인 해석에 머물지 않고 성경이 전하는 세계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뜻을 통전적으로 살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하느님의 사랑이 인간이 세운 모든 경계와 장벽을 초월함을 알려주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교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보다도 실제 사람들의 삶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평화를 이루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성공회 신학의 관심이고 전통이라 하겠습니다. 전통이든 개혁이든 모두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큰 뜻에 부합해야 할 것입니다.  (답변: 임종호신부/성공회 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