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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초록/2012년도설교초록

[옮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루가 16:9- 15/ 최은식 신부)

 

 

성공회 안중교회 최은식(도미닉) 신부님의 설교를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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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0 (필립14:10-19, 루가16:9-15  )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네덜란드 출신 윌렘 콜프라는 의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20대 젊은 처녀가 콜프를 찾아왔습니다. 이 처녀는 그 당시 의학 기술로는 치료할 수 없었던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콜프는 있는 힘을 다해 치료해 보았지만 결국 그 처녀는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자기 손으로 꼭 신부전증을 고치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10년 간 연구한 끝에 헤파린 용액에 담긴 인공혈관에 혈액을 통과시켜 노폐물을 걸러내는 혈액투석기를 최초로 발명하였습니다.

한번 투석하는 환자를 심방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복잡한 기계입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기계가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 병을 앓은 사람들에게는 생명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계를 발병한 콜프는 특허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특허를 내면 의료기계는 비싸지고 공급도 제한되고, 이런 사이에 환자들은 죽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덕택에 지금 사람들은 다른 병과는 달리 싼 의료비용으로 인공투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에 백혈병 치료제처럼 그 비용이 비쌌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료를 포기하고 죽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뉴스를 들어보니 폐암 치료에 특효약이라고 하는 신약이 있는데 한 알에 7만 5천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시민 단체에서 터무니없이 비싸게 판다고 이의를 제기해서 재판에서 이긴 것입니다. 그래서 5만 7천원으로 낮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미국에서는 3만 5천원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미국의 경제력이 우리보다 3배 높은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실제 피부로 느끼는 가격은 불과 만원 조금 넘는 셈이지요.

좀 싸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왜 주님께서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재물을 섬겨서는 하느님을 섬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섬기게 되면 재물을 주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종처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주님은 “세속의 제물을 다루는데 충실하지 못하다면 누가 참된 재물을 너희에게 맡기겠느냐?”라고 하십니다.

세속의 제물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재물에서 나옵니다. 재물에서 평화가 나오기도 전쟁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재물에서 미움과 갈등이 나오기도 하고 감사와 사랑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재물에서 사랑이 나오기도 하고 욕심이 나오기도 합니다. 때문에 우리 조상들도 곡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때문에 주님은 세속을 재물을 잘 다루기만 한다면 참된 재물, 생명과 평화와 기쁨과 축복을 맡기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속의 재물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입니다. 주인처럼 여기는 것이 아니라 종처럼 여겨야 합니다. 종처럼 여기는 마음, 그것은 나누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민족이야 말로 정말 재물을 잘 다스릴 줄 아는 민족이란 생각을 합니다. “주고받는 다”는 말은 있어도 “받고 준다.”는 말은 없습니다. 시장에 가면 꼭 덤을 줍니다. 그리고 아무리 가난해도 콩 한쪽도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땅에 씨를 뿌릴 때도 세알을 뿌려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하나는 땅속 벌레가 먹고, 하나는 새가 쪼아 먹고, 나머지 하나를 내가 먹을 수 있록 해야 복을 받는 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재물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복받는 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을 비웃었습니다. 왜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비웃었을까요? 돈의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돈 앞에 약해보입니다. 돈이 있으면 뭔가 행세를 할 수 있고, 말에 위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15절 말씀입니다.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옳은 체한다.”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떠받들린다.”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재물을 소유하려고 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하느님께는 가증스럽게 보이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돈의 종이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돈이 많아서 존경 받는 일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가증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돈을 나누어서 존경 받는 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입니다.

존경 받는 스타일을 바꾸어야 합니다. 많이 가져서 존경받은 사람이 아니라 많이 나눌 수 있어 존경받은 사람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많이 있어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이 있어 나누는 예를 보지 못했습니다. 작은 나눔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큰 나눔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사렙다의 여인처럼 지금 내가 먹을 마지막 양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양식을 나누었습니다. 많아서 나눈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에 나누었습니다. 그 나눔이 축복이었습니다. 기름이 넘치고 밀가루가 넘쳐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십계명을 잘 지키고, 거룩하고 경건하게 신앙생활을 해 왔다 하더라도 물질을 바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나에게 주신 재물과 재능을 잘 관리할 줄 아는 슬기로운 청지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