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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초록/2011년도설교초록

2011년 11월 20일 (연중 34주일/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성서정과 및 강론초록


2011년 11월 20일 (연중 34주일/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 성서말씀
 
에제 34:11-16, 20-24

11 주 야훼가 말한다. 보아라. 나의 양떼는 내가 찾아보고 내가 돌보리라.

12 양떼가 마구 흩어지는 날, 목자가 제 양떼를 돌보듯이 나는 내 양떼를 돌보리라. 먹구름이 덮여 어두울지라도 사방 흩어진 곳에서 찾아오리라. 13 뭇 민족 가운데서 데려오고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모아들여 본고장으로 데리고 와서, 이스라엘 이 산 저 산으로 이끌며 시냇가로 인도하고 사람 사는 땅 어디에서나 기를 것이다. 14 좋은 목장을 찾아다니며 기르리라. 이스라엘의 높은 산들이 목장이 되면 그들이 좋은 목장에서 쉬기도 하고 이스라엘의 이 산 저 산에서 기름진 풀을 뜯기도 하리라. 15 내가 몸소 내 양떼를 기를 것이요, 내가 몸소 내 양떼를 쉬게 하리라. 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16 헤매는 것은 찾아내고 길 잃은 것은 도로 데려오리라. 상처입은 것은 싸매주고 아픈 것은 힘 나도록 잘 먹여주고 기름지고 튼튼한 것은 지켜주겠다. 이렇게 나는 목자의 구실을 다하리라. 20 그래서 주 야훼가 말한다. 나 이제 몸소 살진 양과 여윈 양 사이의 시비를 가려주리라. 21 너희들은 약한 양들을 모조리 옆구리와 어깨로 밀쳐내고, 뿔로 받아 우리 바깥으로 쫓아 흩어버리기까지 하였다.
22 그러나 나는 내 양떼를 구해 주어 다시는 노략질당하지 않게 하리라. 내가 양과 양 사이의 시비를 가려주리라. 23 내가 한 목자를 세워주겠다. 그는 나의 종 다윗이다. 그가 내 양떼를 돌보는 목자가 되리라. 24 나 야훼가 몸소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나의 종 다윗이 그들의 영도자가 되리라. 나 야훼가 말하였다.

시편 95:1-7

1 어서 와 주님께 기쁜 노래 |부르|자 ∥ 우리 구원의 바위 앞에서 환|성을|올리|자.

2 감사노래 부르며 그 앞에 나|아가|자 ∥ 노랫가락에 맞추어 환|성을|올리|자.
3 주님은 높으신 |하느|님, ∥ 모든 신들을 거느리시는 높|으신|임금|님,
4 깊고 깊은 땅 속도 그분 |수중|에, ∥ 높고 높은 산들도 |그분|의-|것,
5 바다도 그의 것, 그분이 만|드신|것, ∥ 굳은 땅도 그분 손이 |빚어|내신|것,
6 어서 와 허리 굽혀 경배|드리|자. ∥ 우리를 지으신 주님께 |무릎|을 꿇|자.
7 그는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백-|성, ∥ 이끄시는 양떼, 오늘 너희는 그의 말씀을 |듣게|되리|라.
영광이 |성부|와 ∥ 성|자와|성령|께 처음과 같이 |지금|도 ∥ 그리고 영|원히,|아-|멘

에페 1:15-23

15 나는 여러분이 주 예수를 충실히 믿으며 모든 성도들을 사랑한다는 소식을 듣고 16 기도할 때마다 언제나 여러분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17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스러운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영적인 지혜와 통찰력을 내려주셔서 하느님을 참으로 알게 하시고 18 또 여러분의 마음의 눈을 밝혀주셔서 하느님의 백성이 된 여러분이 무엇을 바랄 것인지 또 성도들과 함께 여러분이 물려받을 축복이 얼마나 놀랍고 큰 것인지를 알게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19 그리고 우리 믿는 사람들 속에서 강한 힘으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여러분에게 알게 하여주시기를 빕니다.
20 하느님께서는 그 능력을 떨치시어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려내시고 하늘 나라에 불러 올리셔서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21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여러 천신들을 지배하게 하시고 또 현세와 내세의 모든 권력자들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22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 아래 굴복시키셨으며 그분을 교회의 머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셨습니다. 23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

마태 25:31-46

31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떨치며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와서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게 되면 32 모든 민족들을 앞에 불러놓고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갈라놓듯이 그들을 갈라 33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자리잡게 할 것이다.

34 그 때에 그 임금은 자기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내 아버지의 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36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주었다.'
37 이 말을 듣고 의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렸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또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으며, 39 언제 주님께서 병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저희가 찾아가 뵈었습니까?'
40 그러면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41 "그리고 왼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 속에 들어가라. 42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43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았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으며, 또 병들었을 때나 감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44 이 말을 듣고 그들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주님, 주님께서 언제 굶주리고 목마르셨으며, 언제 나그네 되시고 헐벗으셨으며, 또 언제 병드시고 감옥에 갇히셨기에 저희가 모른 체하고 돌보아 드리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45 그러면 임금은 '똑똑히 들어라.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46 이리하여 그들은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날 것이며,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것이다."

<본기도>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어 만왕의 왕이 되셨나이다. 비옵나니, 온 세상에 자유를 주시어 주님의 평화를 누리게 하시고, 주님의 사랑과 통치 안에서 모든 민족이 하나 되게 하소서. 이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강론초록>

                  이 땅위의 하늘나라, 그 왕이신 그리스도 (마태 25:31-46)

오늘 우리는 교회력의 올 해 마지막 주일을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지킵니다.

신앙에 관한 말씀을 나눌 때에 기본적인 대전제가 있습니다. 신앙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결국 우리 각 사람의 자기 고백으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남의 일을 말하듯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가령 “주님!” 이라는 한 마디만 해도 그것은 객관적인 지칭이기 이전에 주관적인 나의 신앙고백입니다.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시고 나는 그 분의 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표현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여러 가지 존칭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고 주님이시고 스승이시고 친구이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표현하는 말은 동시에 그 분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의 본분과 자기이해를 밝혀줍니다. 예수님이 주님이시면 우리는 종이고 예수님이 스승이시면 우리는 제자이고 예수님께서 우리를 벗이라고 부르시기에 우리도 예수님의 벗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길이시면 우리는 따라 걸어야 하고, 예수님이 진리이시면 우리는 깨우쳐야 하고, 생명이시면 그 생명을 살아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심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구원에 대하여 더욱 깊이 살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왕이시면 곧 우리는 그 분의 백성입니다. 예수님은 어느 나라의 왕이십니까? 장난스런 물음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나라가 밝혀지면 곧 우리가 어느 나라에 속한 백성인가가 밝혀지기 때문에 이 물음은 진지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왕이실까요?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요한18:36) 단호히 말씀하셨으니 분명 이 세상 왕은 아니십니다.

그렇다면 “하늘나라”의 왕이실까요? 당연히 정답 같지만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하늘나라는 말 그대로 “하느님나라”이니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이지 아드님의 나라는 아닙니다. 이 둘을 혼동하거나 너무 쉽게 같은 것으로 여기면 안됩니다.^^ 물론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이심 같이 아버지의 나라와 그리스도의 나라는 결국 하나가 되겠지만 그 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우리의 삶이 됩니다. 에페소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능력을 떨치시어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려내시고 하늘나라에 불러 올리셔서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여러 천신들을 지배하게 하시고 또 현세와 내세의 모든 권력자들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에페1:20)

 성서와 교회가 말하는 “하늘나라”는 장소나 공간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 곧 다스림의 차원입니다. 그리스도가 왕이신 나라를 흔히 천당이라 일컬어지는 “저 세상의 하늘나라”와 구분하라고 하는 것은  천당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천당의 본질이 어딘가의 이상적인 공간에서 향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죽은 후에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확인된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살아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예수가 왕이신 나라는 바로 “이 땅 위의 하늘나라”,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 땅위에서 하늘나라를 사는 하늘나라의 백성이 됩니다. 

  오늘 복음은 이 하늘나라를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라고 표현합니다. 내 삶의 욕구와 가치가 먼저이고 내 삶의 형통을 위한 기도의 대상으로 하느님이 요청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의 다스림 곧 하늘나라가 먼저이고 이 땅의 삶을 통하여 그 하늘나라의 질서를 살아가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말씀입니다. “너희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 하신 예수님은 말씀은 그 하늘나라의 성격을 잘 나타냅니다.

우리의 삶과 구원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삶이 있고 그 삶에 대한 보상으로 별개의 구원이 따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은 그 삶 자체가 바로 그 사람 안에 이루어지는 하늘나라이고 이미 구원을 살아가는 삶이 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는 우리가 거둔 결실에 대해서만이 아닙니다. 온갖 어려움을 넘기고 형통하게 됨을 기뻐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우리의 진정한 감사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섬김으로써 우리의 삶, 우리의 생명,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실이 하늘나라의 백성에 합당하게 성령의 열매를 맺어가는 일, 곧 우리의 구원에 대한 감사입니다. 

  우리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결국 우리는 그 일을 통하여 하느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자비와 신비를 깨달으며 진실로 기뻐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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