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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설교] 그대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김근상 주교)



  20120902(연중 22 주일)                                         주교좌 교회  9시,11시

 

                                그대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아가 2:8-13,야고 1:17-27, 마르 7:1-8,14-15,21-2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볼라벤, 덴빈, 이상한 이름을 가진 태풍 두 개가 한반도를 어지럽게 만들고 지나갔습니다, 출하를 앞둔 사과 배 같은 과일 같은 농산물하며 넙치, 전복 같은 수산물하며 정성을 다해 키워 며칠만 지나면 추석 선물로 시장에 나올 물건들이 그만 버리기도 거추장스러운 쓰레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땅을, 하늘을 번갈아 보며 한숨을 짓는 그들을 보며,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나를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정부가 정성을 다해 준비하겠지만 그들이 가질 실망감과 절망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벌써 내일을 준비하고 있으니 오히려 참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는 그들의 눈에서 내일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주교좌 교회에서는 교회위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다른 여느 교회와는 달리 교회의 사목자들과 함께 교회의 선교지향을 넓히고 성취하기 위해 교우들 대표를 뽑는 날입니다. 성공회의 내일을 위해, 한국의 교회 내일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쓰임 받을 인물들이 많이 뽑힐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고대하는 것은 교회위원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뽑혔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냥 유명한 사람 말고, 일을 할 사람들 말입니다. 너무 바빠서 교회에 헌신 할 수 없다는 사람은 제발 뽑지 말아 주십시오. 그 분 입술에 자칫 버얼겋게 단 숯덩어리를  올려놓는 것 같아 겁이 납니다. 기쁘게 헌신하겠다는 사람을, 설사 여러분 눈에는 부족한 것 같아도 믿고 그 분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뽑아주십시오.

 (그리고 오늘은 여성 선교 주일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그만큼 교회에 헌신도는 높으면서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오늘의 성서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오늘의 성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믿고 있는 것들이 오히려 진실을 가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유대교인들이 알고 있던 율법이 그렇고, 전통이 그렇습니다. 어느 경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심한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경험한 사실조차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랜 신앙적 경험을 통해서 우리 성공회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사실, 우리도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일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에는 확고한 신념이 없어 보여 도대체 성공회는 무슨 신앙고백을 하느냐고 핀잔을 받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길만이 하느님께 가는 길이라고 강한 주장을 누구에게도 들어 본 바가 없으신 것처럼 성공회에서는 절대 진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아니무니다.! ^^) 


맞습니다! 입으로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지만, 온갖 아름답고 품위 있는 말, 흔한 말로 미사여구로 장식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아니 그렇게 살 수없는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를 하고 신앙생활을 합니다.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이 모든 것이다 안에서 나오는데 여기서 자유로우신 분이 계십니까? 또 그 중 하나는 절대로 없다고 한들, 자유로워 질것 같습니까?  그렇습니다. 잠시 멈춰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다 거기가 거기라는 것을,  우리도 똑같이 실수투성이에다 약점투성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최소한 남들에게 위선자라는 이야기는 듣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참 바보처럼 살다간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는 편모슬하에서, 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이 없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대접을 받은 적이 없는 분입니다. 늘 놀림을 당하고 사신 분입니다. 고작 그 분을 대접한 사람들이래야 과부거나 고아거나 가난하거나 창녀, 세리, 쫌 난 사람들이라면 어부들이 고작이 사람들에게만 사람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로 결국 정치 선동자로 몰려 십자가에 죽기까지 망신을 당하신 분이지만 우리는 그 분이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 믿는 바보 중 바보들이 아닙니까? 우린 그런 사람들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 하나 드립니다.
브라질 이야기입니다. 1억 9천만 축구 쌈바 아마존, 최고 부패국가, 혹은 최고 부채국가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2002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 때 혜성같이 나타난 사람이 바로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사우바 ! 흔히 룰라 대통령으로 불렸던 사람이 나라의 운명을 바꿉니다, 그가 당선증을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증서를 받아본다”
 룰라 대통령은 7살 때 이미 땅콩과 오렌지를 파는 거리의 소년이고 구두닦이였습니다. 훌륭한 기술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14살에 공장 선반공으로 취업을 하게 되고, 첫 월급을 받는 날, 모든 가족들의 부러움을 샀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18살에 손가락 하나가 잘려나가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었고, 그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일일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대통령 후보에 나왔을 때 반대당은 이런 구호로 룰라를 몰아댔습니다.
“룰라는 글을 못읽는다.” “룰라는 영어도 못하고 초등학교도 못나왔다.”
"룰라는 브라질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다.“
57 살의 룰라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저에게는 자질이 있습니다. 브라질 엘리트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선반 노동자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브라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달리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지금 8년 임기를 마치고 2010년 은퇴 했지만 은퇴 후에도 지지율 85 %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임기 중 모든 부채를 해결했으며 빈부 격차를 최단시간에 좁혔다고 합니다. 해서 소비가 높아져 세계 8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흔하게 투자 우호국이라고 불리우는  브릭스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차이나인 것도 여기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는 퇴임 연설 중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절대 그러실 리가 없지만 혹시 제가 말씀드린 룰라 대통령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면서 초등학교 안다니면 대통령된다고 해서 아이들을 학교를 보내시지 않을 계획을 가지시지는 않겠지요?  가끔 이런 착각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걱정이 됩니다. 다시 성서로 돌아가겠습니다.

 

성서는, 지금 세상을 더럽히는 모든 것들은 바로 우리,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이 잘못일 가능성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틀렸을 가능성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쓰레기를 뒤지면서 향수냄새가 난다고 할 가능성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자 ! 이제 하느님 눈으로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겉을 보지 말고 속을 보자는 것입니다. 자신이 잘못일 수 있다는 겸손함을 배우자는 것입니다. 이제는 하느님을 보자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소중히 보시는 것에 눈을 두자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시선을 두시는 곳에 우리의 시선이 따라 가자는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한 형제이며 자녀인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것도 여러분이 잘나서가 아니라 저처럼 못나서 사랑한다는 말씀입니다. 세간 유머 중에 잘난 자식은 국가에 바치고, 돈 잘 버는 자식은 사돈에게 바치고 신용불량자만 내 자식으로 남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든 에미의 마음은 사실 못난 자식에게 꽃혀 있다는 것을 인정하시지요? 잘 나가는 자식이 자랑거리는 되겠지요. 저도 물론 제 주변에 있는 잘 난 사람들은 자랑하며 살 것입니다. 하지만 제 인생 대부분을 사랑으로 살고 싶지 자랑하고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사랑으로 사시겠습니까? 자랑으로 사시겠습니까?  여러분들, 사실 그렇게 잘 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합니다. 못난 모습, 저도 그렇거니와 못난 모습으로 다가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