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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게시판을 통해서 교회와 구원의 본질을 성찰함

지난 10주간 성공회 성직자아카데미에서 <성찰적 회의>라는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삶 가운데 일어나는 사건들을 성찰하는 태도로 분별하는 훈련을 하는 시간입니다. 참여하신 분들이 돌아가면서 발제를 하고 서로 피드백을 하였는데 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발제했더랬습니다.  약간 민망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일단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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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적 회의 5월 29일

<성공회게시판을 통해서 교회와 구원의 본질을 성찰함>

[배경]

성공회는 교단 차원의 홈페이지(http://skh.or.kr/)에 게시판을 운영한다. 드나드는 많은 이들이 그 운영과 관리가 “참 한심하다”고 깍아 내리는 게시판이지만 그나마 성공회에 관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곳으로 유일하다. 나는 거의 매일 한 번 이상 이곳을 들르며 어떤 의견이 올라왔나 확인하곤 한다.

[서술]

최근 “최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요즘 성공회 신부들, 특히 미국쪽에 있는 양반들

글쓴이: 최회장 (2007.5.20 - 16:26)

주##신부와 이모신부들, 한국의 사목지를 버리고 떠난 사람들이

너무 방만히 떠드는 게 난 맘에 안듭니다. 조용히 합시다.

그리고 합장이 뭐닙까 중이요? 합장하게? 좋은 용어두고 그게 무슨 망발이요?

오해살일 하지 마시오. 젊은 양반이. 잘허시오.

“성공회인터넷지식 프로젝트”를 제안한 주낙현 사제의 글에 대한 반응이었다. 나는 매우 마음이 아파 댓글을 올렸다. 몇몇 사람들의 반론이 이어지자 그 이는 다시 댓글을 올렸다.

글쓴이: 최회장 ( 2007-05-24 14:54 )

너희들 잘 들어라 너희들이 성공회를 얼마나 안다고 까부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희들처럼 근본없는 좌파 뻘갱이 사제와 소수 좌경세력들이 성공회에서 판치는게 싫다. 너희들 떠나가라. 그리고 딴데가서 영판 이상한 교회도 아닌 진보동맹이나 맹글어라. 어디 성공회로 굴러와서 속이 넙으네 좁으네 떠들고 난리이냐.

니덜이 세운 성공회 아니다. 딴데가라.

성공회는 좌파, 불색잡기들, 근본도 모르는 이상한 종교집단의 놀자판이 아니다.

성공회대학의 신부같지도 아닌 이상한 교수들이 이 교단을 망친다.

주$$같은 이도 미국서 살아라. 괜시리 한국와서 이상한 미국의 동성애놀음 퍼뜨리지 말고. 너희들 없었어도 성공회 잘 돼왔다. 어디 교회서 염불하고 목탁칠려고 하는가?

어디서 남색질하는 것들이 거룩한 교회를 망가트리려하는가 내 말이 틀렸는가

호응하는 댓글이 바로 그 아래에 달려있었다.

글쓴이: 바우로 ( 2007-05-24 14:55 ) 맞다 맞다 최회장님 속 시언합네다.

[분석]

느낌:
불쾌하고 안타깝다.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생겨난 “괴물”같은 신자들일까? 과연 성공회 신자가 맞을까? 도대체 어느 사제로부터 교육을 받고 어떤 교회에서 어떻게 생활했을까? 그 교회의 사제도 정말 같은 수준일까? 그 사제도 나만큼 고통스러워할까? 그 교우는 교회(성공회)를 왜 다니는 것일까? “구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이해:
이런 물음을 던지고 있는 내게는 문제가 없는 걸까? 내 마음의 미움과 분노는 정당한 것일까? 그들의 문제제기 수준과 태도가 나를 마음 아프게 했지만 그들도 충분히 아픈 마음으로 그런 글을 쓰는 것 아닐까? 그러고 보면 이런 논란은 본래 성공회의 태생부터 지금까지 안고 가는 문제 아닌가? 바울로의 서신도 실상 이런 논란의 연속 아닌가? 아니, 예수님의 삶과 죽음이야말로 바로 이런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문제는 하느님나라, 복음,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에 대하여 정리된 나의 견해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과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받은 자로서 충분히 나의 삶을 살고 있고 또 그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는가? 실제로 그런 노력을 제대로 한 것 같지 않다.

판단: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동기로 모며 다양한 조건 속에 다양한 수준의 신앙생활을 한다. 나는 나와 다른 견해, 다른 신앙경험, 다른 신학적 이해를 가진 사람을 정죄할 권리가 없고 필요도 없다. 도리어 존중하고 “사랑으로 진리를” 나누어야 한다. 성공회는 역사적으로, 제도적으로, 서로 다른 신앙적 견해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정죄하며 갈라서지 않고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예배하는 고통스런(!) 길을 택했다. 그 길이야말로 주님께서 걸으셨던, 그리고 우리에게 걷기를 원하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도의 길은 단순히 갈등을 피하여 어중간한 입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갈등을 품고 의연히 고통스럽게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전해주신 “진리”와 “은총”의 충만함(요한1:14)을 누리는 길이다. 그 길을 걸으며 우리는 각자의 인격으로 성령의 열매를 맺어가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묵묵히 사랑의 기쁨으로 하느님 나라에 몸을 바쳐야 한다.

[신학적 성찰]

이 땅의 교회는 구체적이고 다양하고 불완전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임이다. 그러나 성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표현한다. 진실로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신뢰하며, 은총과 진리, 사랑과 평화를 배우는 곳이다. 교회를 다니면 구원을 얻는 게 아니라, 교회를 다니는 것이 곧 구원의 길이다.

(1고린 12:27) 여러분은 다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지체가 되어 있읍니다.

(에페4:4)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며 성령도 하나입니다. 이와같이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백성으로 부르셔서 안겨주시는 희망도 하나입니다.

(1디모 4:4-6)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은 모두 다 좋은 것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으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읍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과 신도들의 기도를 통하여 거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 교훈을 교우들에게 깨우쳐 주시오. 그러면 그대는 지금까지 따르는 믿음의 원리와 참된 교훈으로 점점 자라서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일꾼이 될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

교회와 복음과 구원에 대하여 늘 “현재진행형”의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가능한 한 성공회 신앙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하도록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려두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