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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신문 제845호 사설] 성공회는 성령의 능력으로 드러나야 한다

[성공회신문 제845(2015523) 사설]

                         성공회는 성령의 능력으로 드러나야 한다

 

지난 511, 서울시는 오랫동안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을 가려왔던 국세청 남대문 별관을 철거하고 그 일대를 역사문화공간화하는 사업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앞으로는 세종대로에서 서울시의회건물(1935)과 서울대성당(1926)이 연결되어 한 눈에 보이게 된다. 서울대성당 인근이 서울의 근대화과정을 돌아보는 역사적 장소이기에, 그 역사를 공유하는 시민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성공회도 관구와 교구의 선교센터로 사용해온 삼층건물을 철거하며 이 뜻에 동참하였다.

이 시점에서 우리 관심은 단지 대성당건물이 드러나서 보다 많은 이들이 성공회의 존재를 알게 되리라는 점에 있지 않다. 도리어 성공회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 교회와 교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과제가 분명하고 시급하다는 점에 있다.

돌아보면, 선교 125주년을 맞는 대한성공회가 이 땅의 교회와 사회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봉건질서의 극복과 민족의식 고취, 한국전쟁중의 신앙수호, 교회간 일치운동과 민주화운동, 인문사회적 가치를 위한 대학운영, 복지사회를 선도한 나눔운동에 이르기까지, 성공회는 이 땅에서 주님의 뜻을 따라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해 왔다. 그런데도 성공회의 지명도는 매우 낮다. 물량적 지표에 연연하지 않음은 좋은 일이나, 우리끼리만 만족하고 안주하는 태도는 선교적 자세일 수 없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서 성령의 능력으로 드러나야 한다. 더욱 많은 사람이 교회를 통해서 세상을 위해 일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사역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서울대성당의 드러남을 선교적 전기(轉機)로 삼기 바란다. 관구차원에서 각 교구의 선교국, 성공회대학 신학연구소, 주교원 자문 신학교리위원회, 평신도원 등을 망라하여 우리 시대, 대한성공회의 교회적 특성을 어떻게 내세워 선교할까 깊이 연구하고 선언하는 모임이 있기를 바란다. 한시적이라도 좋으나, 목표는 실제적인 선교방향과 정책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연관지어, 서울교구에서 614일과 712일 오후 330분에 가지는 <새로운 50년을 향한 선교포럼>이 내실 있게 이루어져 그 내용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철저히 준비하여, 다른 교구의 선교정책 담당자와 신학연구자도 초청하고, 모든 교우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홍보하며 자료를 공유하기 바란다.

교회 설립과 성당건축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성탄(聖誕)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서울대성당이 세상에 활짝 드러나게 된 일을 교회 공현(公現)의 시작으로 보자. 524일은 교회의 탄생일이기도 한 성령강림주일이다. 이제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을 신뢰하며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펼쳐가야 한다. 이로써 성공회는 성령의 능력을 세상에 나타내는 교회로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