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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초록/2012년도설교초록

2012년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날 /목) 성찬례 성서정과

 

2012년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날 /목 /백) 성서말씀

모든 성인의 날 / 대한성공회초대주교 고요한 주교서품일 1889년

 

이사 25:6-9 (또는 지혜 3:1-9*)

6 이 산 위에서 만군의 야훼, 모든 민족에게 잔치를 차려주시리라. 살진 고기를 굽고 술을 잘 익히고 연한 살코기를 볶고 술을 맑게 걸러 잔치를 차려주시리라.
7 이 산 위에서 모든 백성들의 얼굴을 가리던 너울을 찢으시리라. 모든 민족들을 덮었던 보자기를 찢으시리라.
8 그리고 죽음을 영원히 없애버리시리라. 야훼, 나의 주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벗겨주시리라. 이것은 야훼께서 하신 약속이다.
9 그 날 이렇게들 말하리라. "이분이 우리 하느님이시다. 구원해 주시리라 믿고 기다리던 우리 하느님이시다. 이분이 야훼시다. 우리가 믿고 기다리던 야훼시다. 기뻐하고 노래하며 즐거워하자. 그가 우리를 구원하셨다.

 

지혜 3:1-9*

1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에 있어서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을 것이다.
2 미련한 자들의 눈에는 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재앙으로 생각될 것이며
3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의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4 사람들 눈에 의인들이 벌을 받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은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5 그들이 받는 고통은 후에 받을 큰 축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이 당신 뜻에 맞는 사람들임을 인정하신 것이다.
6 도가니 속에서 금을 시험하듯이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을 번제물로 받아들이셨다.
7 하느님께서 그들을 찾아오실 때 그들은 빛을 내고 짚단이 탈 때 튀기는 불꽃처럼 퍼질 것이다.
8 그들은 민족들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통치할 것이며 주님이 무궁토록 그들의 왕으로 군림하실 것이다.
9 주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진리를 깨닫고 주님을 믿는 사람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안에서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께 뽑힌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시편 24

1 이 세상과, 그 안에 가득한 것이 모두 주|님의|것, ∥ 이 땅과 그 위에 사는 것이 모두 |주님|의-|것
2 주께서 바다 밑에 기둥을 박|으시|고 ∥ 이 땅을 그 물 위에 든든히 |세우|셨-|다.
3 어떤 사람이 주님의 산에 |오르|랴? ∥ 어떤 사람이 그 성소에 |들어|서-|랴?
4 행실과 마음이 깨끗한 사람, 허망한 데 뜻을 두지 |않-|고 ∥ 거짓 맹세 아니 하는 |사람|이-|다.
5 이런 사람은 주님께 복을 |받-|고 ∥ 하느님께 구원받을 |사람|이-|다.
6 이런 사람이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며 ∥ 야곱의 하느님 앞에 나아갈 |사람|이-|다.
7 문들아, 머리를 들어라. 오래된 문들아, 일|어서|라. ∥ 영광의 왕|께서|드신|다.
8 영광의 왕이 누구신가? 힘세고 용맹하신 주님|이시|다. ∥ 싸움에 용맹 떨치신 |주님|이시|다.
9 문들아, 머리를 들어라. 오래된 문들아. 일|어서|라 ∥ 영광의 왕|께서|드신|다.
10 영광의 왕이 누|구신|가? ∥ 만군의 주께서 영광의 왕, |그분|이시|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묵시 21:1-6

1 그 뒤에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2 나는 또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맞을 신부가 단장한 것처럼 차리고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3 그 때 나는 옥좌로부터 울려 나오는 큰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사람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셔서 
4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5 그 때 옥좌에 앉으신 분이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하고 말씀하신 뒤 다시금 "기록하여라, 이 말은 확실하고 참된 말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6 또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다 이루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 곧 처음과 마지막이다. 나는 목마른 자에게 생명의 샘물을 거저 마시게 하겠다.

 

요한 11:32-44

32 마리아는 예수께서 계신 곳에 찾아가 뵙고 그 앞에 엎드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33 예수께서 마리아뿐만 아니라 같이 따라온 유다인들까지 우는 것을 보시고 비통한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34 "그를 어디에 묻었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시자 그들이 "주님, 오셔서 보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35 예수께서는 눈물을 흘리셨다.
36 그래서 유다인들은 "저것 보시오. 라자로를 무척 사랑했던가 봅니다." 하고 말하였다.
37 또 그들 가운데에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한 사람이 라자로를 죽지 않게 할 수가 없었단 말인가?" 하는 사람도 있었다.
38 예수께서는 다시 비통한 심정에 잠겨 무덤으로 가셨다. 그 무덤은 동굴로 되어 있었고 입구는 돌로 막혀 있었다.
39 예수께서 "돌을 치워라." 하시자 죽은 사람의 누이 마르타가 "주님, 그가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서 벌써 냄새가 납니다." 하고 말씀 드렸다.
40 예수께서 마르타에게 "네가 믿기만 하면 하느님의 영광을 보게 되리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하시자
41 사람들이 돌을 치웠다.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제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2 그리고 언제나 제 청을 들어주시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여기 둘러선 사람들로 하여금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주셨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이 말을 합니다."
43 말씀을 마치시고 "라자로야, 나오너라." 하고 큰소리로 외치시자
44 죽었던 사람이 밖으로 나왔는데 손발은 베로 묶여 있었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겨 있었다.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그를 풀어주어 가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성인들의 믿음과 헌신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셨나이다. 비옵나니, 우리도 앞서간 모든 성인들의 거룩한 삶을 본받아 주님의 진리를 이 세상에 증거하고, 마지막 날에 성인들과 더불어 영원한 잔치에 참여하게 하소서. 이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강론초록>


                          모든 성인들을 기념하며 (요한 11: 32-44)

 

오늘은 모든 성인의 날 축일로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모든 성인들을 기념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성인이란 하느님에 의해 선택되고 구별된 사람을 뜻합니다. 신약성경은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성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특별히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 생전에 신심과 수덕이 탁월했던 신자들을 따로 추앙하여 성인으로 구분하는 것은 교회의 전통입니다.

성인을 기념하는 것은 아름다운 전통이지만 성인을 숭배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중세기의 교회내의 미신은 대체로 성인을 숭배하는 일과 결부됩니다. 사실 시성의 기준 가운데 하나가 ‘기적’이니 대중에게 뭐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적의 힘을 바라 성인을 숭배할 일이 아니라 그 성인들의 평범하고도 비범한 신앙을 본받을 일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의 날은 성인의 의미를 더 깊이 묵상하기에 적절합니다. 어떤 이들은 성인의 경지를 마치 신앙생활의 최종적 성공, 곧 달성되어야 할 신앙생활의 목표로서 여깁니다. 그런 이들이 상정하는 것이 주로 ‘죄’와의 투쟁과 승리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죄와 싸우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하느님을 알고 모든 피조물들과 더불어 사랑하기 위해 태어납니다. 흔히 생각하듯 성인은 강한 의지와 수행으로 죄와 유혹을 이겨낸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도리어 죄와 유혹과 씨름하되 자신의 연약함을 하느님께 대한 신뢰 안에서 온전히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성인은 영적인 매저키스트도 새디스트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죄에 굴복하거나 죄와 투쟁하며 느끼는 쾌락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누리는 참된 행복입니다. 성인은 너그럽고 여유롭고 낙관적인 사랑의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 사랑은 적당한 현실적인 타협이 아니라 끝없는 자기부정과 자기초월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사랑에 사로잡힌 사람들입니다.

성인은 신앙 안에서 완벽해지는 일에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성인은 신앙 안에서 소박하고도 참된 행복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물론 그 행복은 단순한 자기 만족이 아닙니다. 성인은 세상의 실상을 통찰합니다. 세상은 고통스런 현실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로 드러나는 이 세상의 고통에 성인은 온 몸으로 참여합니다. 동시에 세상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선함과 아름다움으로 충만합니다. 성인은 부활의 영광으로 드러나는 세상의 기쁨과 행복을 깊이 누리고 전합니다.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과 어리석음을 넘어서 하느님의 눈길을 보는 이, 하느님의 손길을 돕는 이, 하느님의 발길을 따르는 이, 그들이 바로 성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바로 그러한 성인의 경지로 살아가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려운 일이라구요? 맞습니다. 부자청년을 두고 하신 말씀과 같이 결국 인간의 구원은 "인간 스스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서는 요한복음을 통해서 라자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병들어 마침내 슬픔 가운데 죽고,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냄새가 나는 시체에서 다시 일으켜진 라자로는 바로 그리스도교가 전하고자 하는 '성인'의 전형입니다.

그가 스스로 능력이 있거나 위대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통해서 그리고 그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인식과 고백 안에서
철저히 하느님의 사랑을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로서,
그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자로서,
무엇보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으리라." 하신 예수님의 그 말씀을 확증하는 자로 쓰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소박한 우리의 삶과 신앙을 통해서 충분히 라자로 만큼의 성인의 삶을 살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안에서 허락해주시는 만큼의 신비를 따라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