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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초록/2013년도설교초록

2013년 2월 19일 (사순6일 화) 성찬례 성서말씀

 

2013년 2월 19일 (사순6일 화 /자) 성서말씀

 

이사 55:10-11

[야훼의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10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 씨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주듯이,
11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시편 34:4-6, 21-22


4 주님 찾아 호소할 때 들어 주시고 ◯ 몸서리쳐지는 곤경에서 건져주셨다.
5 그를 쳐다보는 자, 그 얼굴 빛나고 ◯ 부끄러운 꼴 당하지 아니하리라.
6 가엾은 이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 주께서 곤경에서 건져 주셨다.
21 악인들은 그 행실로써 죽음을 당하고 ◯ 의인을 미워하는 자 멸망하리라.
22 주께서 당신 종의 목숨을 구하시니 ◯ 그에게 피신하는 자는 죽지 아니하리라.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마태 6:7-15

[주의 기도 (루가 11:2-4)]
7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8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9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10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11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12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13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1)(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후대의 사본들에만 이 말이 들어 있다.
14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15 그러나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본기도> 자비하신 하느님, 성자 예수께서는 우리를 위해 사십 일을 금식하셨나이다. 비옵나니, 우리에게 극기의 은총을 내리시어 성령을 따라 살게 하시고, 하느님의 거룩하고 의로우신 뜻을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강론초록>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앙인은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성인성녀들은 “기도하는 사람”을 넘어 “기도의 사람”으로 불리웁니다.
성서를 읽는 사람, 교회를 다니는 사람, 자선을 행하는 사람보다도
기도하는 사람이 신앙인의 원형입니다.

 

최근 서울교구는 하느님 앞에 멈춰 서는 우리가 되자는 기도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에 대해 정말로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기도운동은 기도를 열심히 하자는 운동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기도를 규칙적으로 하자는 운동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시간을 정해서 장소를 정해서 한 마음으로 기도하자는 운동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

 

저는 모든 신자가 각자의 삶을 하느님 앞에서 살아가면서 마음으로 깊은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기도하자는 운동이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는가를 독려하는 운동처럼 되면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신앙인에게 기도하라고 새삼 요청하는 것은 프로 운동선수에게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하고, 직업가수에게 노래를 열심히 하라는 요청하는 것과 같은데 실은 많은 이들에게 모욕적인 표현이 됩니다.

저는 어떤 기준으로는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기도원에 가서 금식기도를 하지 않습니다. 몰아지경의 방언기도를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온 삶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식합니다.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에 맞을까를 멈추어 살피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나름 견디기 힘든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고 죽음의 운명을 직시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기대하며 기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기도를 열심히 한다는 자부하는 많은 성직자와 신자들이 여전히 편협한 자기 안에 갇혀서 자기 경험과 신념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기도를 이용하며 그 결과로 괴팍하고 독선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그래서 다른 성직자와 신자에게 또 다시 기도하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이미 우리 모두가 충분히 기도하고 있음을 믿고 격려하는 편이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기도하자는 운동은 우리가 모두 이미 깊은 기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더욱 더 깊이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고 살아가는 기도로 그 내용을 바로하자는 운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온 삶이 기도입니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 기도가 됩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우리가 기도를 “많은 시간, 열심히”하지 않는데 있지 않습니다. 모든 신자는 나름 열심히 기도를 합니다. 정말 심각하게 반성할 일은 우리가 잘못된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예수님 당시의 제사장, 바리사이, 에세네파 유다인들은 각기 내세울 만한 기도의 고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리”의 기도에는 못미쳤다고 예수님은 지적합니다. 기도의 목적은 하느님의 마음을 느끼고 하느님의 뜻을 깨닫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일 그것이 기도의 내용입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축복의 조건”으로 강조되고 강요되는 기도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절대적으로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다 아십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도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응답을 못받는다는 위협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세상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며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구하는 이들에게 기도야말로 사랑의 사귐임을 알려주는 일입니다.
절대로 기도가 삶과 분리된 종교행위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절대로 절대로 안심하십시오.
하느님 보시기에 흡족할 정도로 충분히 기도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남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지 않는다는 열등감을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응답받기에 합당하게 열심히 기도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가지실 필요도 없습니다.

 

오로지 주님께서 가르치신대로 “주님의 기도”로 기도하십시오.
천천히 주님의 기도를 그 내용을 깊이 묵상하며 바치면 이미 충분한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오늘 이사야서의 약속대로 우리의 영과 삶을 흠뻑 적시어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이 덧없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이 세상은 하느님의 나라가 될 것이요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완성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사는 삶을 절대적인 삶의 기쁨과 보람으로 믿으십시다.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마십시다.
일용할 양식이 있으면 감사합시다. 그 이상의 재물이 허락되거든 절대로 자랑하거나 교만해지지 마십시다. 재물을 감사하되 재물을 의지하지 말고 속히 알맞게 나누도록 하십시다. 무엇보다 이 지구상에 일용할 양식이 없어 굶주리는 이들은 없어야 합니다.

 

불완전한 삶을 받아들이십시다. 완벽해지기 위해서 또 남에게 완벽을 요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마십시다. 용서를 통해서 사랑을 배웁시다. 용서를 받으며 사랑을 받고 용서를 하면서 사랑을 합시다.

 

세상을 살아가는 바쁘고 짜증나고 불안한 삶 속에서, 참 좋으신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과 가호를 기억합시다.

 

주님의 기도는 이 땅에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께서 하늘에 계신 창조주 하느님께 보호자이신 성령 하느님을 통하여 드리는 기도입니다.
이 아침 우리는 성찬례의 은총에 감사하며 주님의 기도를 드립니다. 성체성사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사건임을 기억하며 우리의 예배가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해주는 기도입니다.

 

올 한 해 특별히 사순절기 동안 우리 모두 “주님의 기도”를 진심을 다해서 묵상하여 하느님의 크신 은총을 가득히 누리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