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신문 제850호 (2015년 8월 8일) 사설]

 

                      “거룩한 변모”의 비전으로 선교하는 교회

 

  2015년 8월 15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을 가려왔던 국세청 별관 철거가 완료되어 서울시민들에게 개방된다. 1937년 성공회 성당 앞에 체신청 건물이 세워질 때, 불과 8년 뒤에 일제가 끝나고 해방이 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대다수 시민이 독립의 꿈을 접은 지 오래이고, 일제체제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방은 꿈처럼 이루어졌고 오늘 우리는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오는 10월 3일, 대한성공회는 선교 125주년, 첫 한인사제서품 100년, 서울과 대전교구설립 50주년, 독립관구 23주년을 기념하는 선교대회를 연다. 지금 우리 대한성공회의 역사적 비전은 무엇일까? 이 땅에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와 번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리 교회가 감당할 선교는 무엇인가? 성공회 교단 자체의 성장과 발전은 어디까지일까?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우리끼리 자족하고 자축하며 감사함도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교회 밖 선교 전문가는 성공회를 객관화하여 진단한 결과로 우리를 경고한다.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 주체적으로 호응하여 선교하는 교회가 되려면 어서 시급히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때를 놓치면 그만 노화되고 무능력한 교회로 소멸할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10년 뒤, 30년 뒤, 50년 뒤 우리 교회의 모습은 어떠할까? 우리교회의 참된 비전을 어디서 어떻게 얻고 있는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진심을 다하여 묻고 확인할 깊은 물음이다.

  8월 6일은 <주의 변모> 축일이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시고 첫 번째로 수난을 예고하신 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십자가의 길”이 율법과 예언서가 가리키는 완전한 신성과 영광의 길임을 깨우쳐준다. 그래서 교회는 9월 14일 <성십자가의 날>의 40일전 8월 6일에 주님의 변모 사건을 기념한다. 눈부시게 변화된 모습으로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하시는 예수님 변모는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의 선교비전이고, 예수님을 뒤따라 살아가는 우리 교회의 선교비전이기도 하다. 신앙적인 비전은 현실의 조건을 따지고 성공 가능성을 계산하는 일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하느님나라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일이다. 예수님 십자가의 길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무모하고 무의미하다. 하지만 성부 하느님의 뜻을 철저히 신뢰하며 순종하기에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승리의 길이 된다. 주님의 변모 사건은 모세와 엘리야를 통해 이루어가시는 하느님의 구원이 예수님에게서 완성되리라는 비전이다. 대한성공회의 선교비전이 거룩한 변모 사건처럼 하느님의 구원 의지에 연결된 래디칼(radical)한 내용이길 바란다. 현실적 변명과 합리화를 그치고,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반드시 하는 태도가 성공회의 참된 영성이 되길 기대한다. 성공회 사명과 발전이,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하느님께 우리를 통해 반드시 이루실 약속으로서 현실화되고 공유되길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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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쁨의나무 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