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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3) 성공회(聖公會)- 한국땅에 세워진 한국인의 교회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3)

                   성공회(聖公會)- 한국 땅에 세워진 한국인의 교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1978년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동양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로 유명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이 나라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려는 마음으로 지어졌다 는 사실입니다. 1926년 5월 미완(未完)의 형태로 망국(亡國)의 슬픔 서린 궁궐 옆에 세워진 주교좌성당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하늘을 찌르는 위압(威壓)적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받을 수 있었던 도움과 모을 수 있었던 정성을 다 바쳐 세운 성전입니다. 만일 더욱 더 크고 화려한 성당을 물려받았다면 도리어 오늘날 자랑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시대는 이 나라의 형편이 참으로 비참했던 일제식민지 시기였습니다. 70년 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걸맞게 우리 교우들이 마음과 정성을 모아 1996년 성전을 완공한 일은 하느님의 은총(恩寵)인 동시에 순리(順理)요 지혜(智慧)라 할 것입니다.

세계성공회의 뿌리가 되는 영국성공회의 탄생은 교리적으로 새로운 주장을 내세우거나 중요한 교회전통을 뒤바꾸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잉글랜드(England)라는 섬나라가 근대국가로 발전하기 시작할 무렵, 잉글랜드 땅에서 가톨 릭교회의 참된 보편성은 로마의 교회가 아니라 잉글랜드의 교회가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자각의 결과입니다. “헨리8세가 이혼하려고 성공회를 만들었다”는 따위의 언설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준의 이해입니다. “잉글랜드의 국민교회(national church)”, 곧 잉글랜드 사람들을 위한 잉글랜드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영국성공회가 로마가톨릭으로부터 분리를 택한 제일의 이유이자 목적이었습니다.


그러한 정신을 이어받고 있기에 이 땅의 성공회는 당연히 영국성공회가 아닙니다. 온전히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한 한국 성공회, “대한성공회” 입니다. 초기부터 이 정신은 전통건축양식으로 건축된 강화읍성당, 온수리성당 등에 잘 반영되어 있 고 우리 주교좌성당에도 건축양식과 기와, 처마, 창살문양 등 곳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서양에서 크고 화려한 성당을 많이 보아온 외국인들도 우리 주교좌성당을 방문하여 미묘하고 아름다운 감동을 받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토착화(土着化)의 정신은 성당건축만이 아니라 문서선교, 의료선교등 성공회의 선교활동 전반에 반영되었습니다. 성공회는 교회를 위한 교회로서 이 사회를 지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하느님나라를 위한 교회로서 이 사회를 복음으 로 섬기는 자세로 지내왔습니다. 지난 120년을 돌아보며 우리가 이어가야 할 귀한 정신입니다.

주교좌성당의 문화재 지정은 성전건물의 가치 인정과 아울러 닫힌 교회가 되지 말고 더욱 더 이 땅의 선교를 위해 개방(開放)하고 활용하라는 사 회적 요청입니다. 우리 교회가 이 땅의 참된 평화를 위해 맡겨진 선교의 본분을 다할 때 우리의 아름다운 성전은 그 빛을 더욱 발하고 가치를 더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땅의 성공회와 주교좌성당은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기쁨이요 자랑이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