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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4) 성공회(聖公會)- 모두에게 열려있는 교회

서울주교좌교회의 역사, 120년 (4)

                        성공회(聖公會)- 모두에게 열려있는 교회

성공회(聖公會)는 공교회(公敎會), 곧 가톨릭교회(Catholic Church)입니다. 공(公)의 사전적 의미는 공변(공번)되다, 즉 행동이나 일 처리가 사사롭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는 뜻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으로 삼으시고 선교의 사명을 맡기신 교회이기에 모든 교회는 당연히 공변된 교회입니다. 시대, 장소, 인종, 남녀노소, 빈부귀천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거나 제한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초대하고 모두에게 “열려있는 교회”입니다.

천주교가 가톨릭교회로 알려져 있다고 해서, 천주교만 가톨릭교회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요 착각입니다. 성공회가 가톨릭교회인 것은 천주교와 비슷해서가 아닙니다. 성공회는 도리어 가톨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특정한 제도와 울타리 안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끊임없는 개혁의 정신으로 가장 교회다운 교회가 되기 위해 기도하고 실천합니다. 그리하여 언제 어디서나 “세상을 향한 복음의 초대로 활짝 열린 교회”가 곧 성공회입니다.

  교회력(敎會曆)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 곧 대림절(待臨節) 직전 주일을 우리는 “왕(王)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지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나라의 참되신 왕이심을 선포하고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스도의 왕이심”은 교회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거나 대한민국이 그리스도교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왕이 되시는 한 분 그리스도를 모심으로써 우리 사이의 장벽을 거두고 차별을 없애야 이 땅에 참된 정의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통찰과 고백과 다짐입니다. 무신론(無神論)과 세속주의(世俗主義)는 인간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해줄 것처럼 유혹하지만, 결국은 모든 인간을 욕망과 이념과 권력의 노예로 삼아버립니다. 기술문명의 고도화된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에는 차별과 억압과 굶주림과 전쟁과 생태위기가 심각합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왕 노릇하려 드는 한, 인류의 현실과 미래는 어둡습니다. 

  거룩한 공교회인 우리 성공회의 선포와 고백은 바로 “왕이신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왕되심!”에 모아집니다. 성공회가 공교회임을 강조하는 것은 정통교회로서의 제도나 전통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교회 내부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공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지난 120년 동안 대한성공회와 주교좌교회는 이 땅의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교회가 되고자 힘써왔습니다. 마지막 심판의 때에 우리에게 들려주실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주었다.” (마태 25: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