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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신문사설] 선교 125주년의 성주간과 부활절기를 맞으며

 

 

[성공회신문 제841호 (2015년 3월 28일) 사설]

 
              선교 125주년의 성주간과 부활절기를 맞으며

 

대한성공회는 올해 선교 125주년이 된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이 땅에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로서 선교를 시작한 지가 100년을 훨씬 넘어 다시금 4반세기를 지나는 시점인 것이 분명하다.

서울교구는 지난 2012년 8월 ‘교회진단 설문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20개 교회를 택하여 1,300여명 신자들의 신앙생활 실태를 파악했고, 성직자 설문, 교구선교전략시스템 점검 등 정밀진단을 실시했다. 결과는, 선교 120년 역사와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실제적인 선교역량은 대단히 부실하다는 평가였다. 향후 10년간 획기적인 노력이 없다면 선교역량이 고갈되어, 교회공동체는 노화되고 수축되고 사회적 영향력도 저하되리라는 경고였다. 직접 진단을 받지 않은 다른 교구도 크게 차이가 없겠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그 진단 이후로 교구차원에서 선교역량의 강화와 축적을 위해서 온라인선교, 공동양육과정 개발, 가정기도운동, 평신도지도자 육성 등이 이어졌다. 이제 이런 노력의 방향과 내용을 철저히 점검하여 다시금 5년, 10년, 30년의 비전과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교회는 시간을 거슬러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베풀어주신 구원의 사건들을 기억한다. 또 시간을 앞당겨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고 약속하시고 구원의 완성을 소망한다. 그 기억과 소망으로 오늘 마땅히 해야 할 실천을 이어간다. 올 한해 교회 전례력의 정점을 이루는 고난주간과 성삼일 그리고 부활대축일과 50일 부활절기를 맞이하며, 다시금 구원의 기억을 새롭게 하고 하느님나라 실현의 소망을 뚜렷이 해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시다”는 고백은 이 시대 신자의 개인적인 각성이나 체험이  아니라, 이천년 전 빌라도 치하에서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근거한다. 신성모독죄와 반역죄로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가 어떻게 그 참혹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따르는 제자들 가운데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로 경험되고 고백되며 기쁨과 희망의 근원이 되시는가? 이 질문의 답을 오늘 이 땅에서 우리의 믿음으로 찾아내고 전해야 한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은 체험해야 할 구원의 역설이요 삶의 신비이며, 세상에 선포하고 실현해야할 도전이자 소명이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셨고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사도2:36).” 우리가 못박아 죽인 예수를 하느님께서 살리시어 우리의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는 성서의 역설적 증언을 아프게 듣는다. 교회를 이루어 복음을 전하는 우리가 혹시라도 이기심과 게으름과 무책임함으로 또 다시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의 논리와 권세에 넘겨 십자가에 못박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믿음과 선교현장을 되돌아볼 일이다.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용서하시고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더욱 더 깊이 깨달아 분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