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의 주교직 이해 (옮김)

서울교구 주교좌성당 주보(2008. 5. 11) 에서 옮깁니다.
---------------------------------------------------------

성공회의 주교직 이해
 

오는 5월 22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제5대 한인주교 서품식을 앞두고 성공회가 이해하는 주교직에 대해 알아봅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주교되는 이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도대체 주교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1. 주교직의 기원과 역사와 성공회의 주교직 

주교직은 성서에 근거하여, 복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초대교회로부터 내려오는 삼품성직제의 하나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초대교회부터 성향과 수준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로서 늘 갈등과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 되도록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주교의 직제를 선택하여 지켜왔고, 사도로부터 이어지는 이 직제를 “역사적 주교제”로 부릅니다. 

성공회는 종교개혁 당시 분열과 갈등의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방법을 교회일치의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즉,

1) 공동기도서를 통한 전례의 일치,

2) 공동체의 문제를 의회를 통한 행정의 일치, 그리고

3) 주교직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의 일치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결정은 보편교회로서 기능과 의미를 상실한 로마교회로부터 독립하되, 초대교회의 전통을 계승하고 성서의 개혁적 정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선택한 결과입니다.

이를 우리는 주교직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적 가톨릭교회”이라 부르고, 그 특징을 중용적이고 포괄적인 노선(비아 메디아)이라 설명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때문에 성공회는 주교직의 역사적 기원을 교황에 두지 않습니다. 주교직의 권위와 상징성은 교황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 교회 공동체로부터 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주교의 직무는 교회에서 하느님의 백성들을 섬기고 돌보며 교회를 바르게 감독하고 일치를 이루어가며 역사적인 사도직을 지켜가는 것입니다.”(『성공회 기도서』. 360)
 

2. 성공회 주교직의 의미 

‘주교’는 개인이지만, ‘주교직’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성공회에서 주교직은

1) 교회공동체의 일치의 상징입니다.

주교직제의 일차적 의미는 ‘개별교회주의’가 아니라, 교회들이 모여 이루는 보편교회를 뜻합니다. 그래서 주교는 보편교회에 대해 지역교회를 대변하고, 지역교회에 대해 보편교회를 대변합니다. 람베스 회의, 세계성공회 협의회 등의 회의를 통해 ‘범 성공회적인 마음’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2) 주교는 사목의 상징이며 선교의 중심입니다.

이 시대의 주교는 여전히 성사와 예배와 선교의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통합·총괄하는 권위를 발휘합니다. 영적 지도자로서 교구를 관리하되 봉사하는 직위입니다.

3) 주교는 곧 우리 자신입니다.

공동체 일치의 상징이자 사목과 선교의 중심은 주교는 구성원들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주교 없는 교회 또한 불가능합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의존하고 종속되는 구조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교는 곧 우리 자신입니다. 선교를 위해 우리가 세상에 나아갈 때, 우리는 ‘주교직’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제직’과 ‘신자직’을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주교 서품식은 한 개인을 축하하는 의미를 넘어 교회전체가 새로운 일치의 상징을 세우는 역사적인 의식입니다. 이 날 우리는 피선 주교가 그 직위와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