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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옮김] 교회학교 반주자가 되었습니다

 

성공회 서울주교좌교회 자유게시판에서 옮깁니다.

http://www.cathedral.or.kr/front/fre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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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학교 반주자가 되었습니다

 

                                          이영(이사야)

 

저는 지금 교회생활에 부쩍 흥미를 느끼는 초등학생입니다.

약 1년 6개월 전에 저는 이 교회에 엄마를 따라 억지로 끌려오듯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친한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시간 때우듯이 교회를 다녔습니다.

그 무렵 저는 다른 교회에서 신앙을 전하는 방식이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어느날. 엄마랑 같이 길을 가다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저게 무슨 뜻이에요?"

엄만는,

"말 그대로 하면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거지."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렇다면 스님같이 착한 일은 많이 하더라도

에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조선전기 이전의 예수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지옥에 가는지 무지 궁금했습니다.

 

또 학교 앞에서 사탕을 주면서 교회에 오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상했습니다. 어쩐지 믿음으로 전하는 것이 아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으로 꼬이는 것 같아 비겁하게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교회도 마찬가지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울대성당에 다녔습니다.

 

그러나 점점 저의 마음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성당은 신앙을 무조건 강요하지도 않고, 다른 종교를

무조건 반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지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옛날식으로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지 않고

현대식으로 해석한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 한구석에 믿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이즈음 영성체 시간에 제 또래의 친구들이 모두 다 별로 맛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빵을 포도주에 찍어먹는 것을 보는데,

저만 먹지 못한다는 것이 무척 억울했습니다.

예배가 긑나고 나서 친구들에게,

"왜 나만 못 먹는 거야?"

라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친구가,

"난 세례를 받았는데, 너는 세례를 안 받았잖아,

세례를 받아야지 먹을 수 있는 거야." 하면서 당연한 듯이 말했습니다.

저는 세례를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세례명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존경하는 '예수'로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예수님'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왜 안 되느냐고 따졌지만, 안 된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까운 이모의 추천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이사야'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 끝까지 착하게 산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 이사야로 정했습니다.

 

얼마 전에 감사성찬례가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물으셨습니다.

"누구 피아노 칠 줄 아는 사람?"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허나 두 번째 질문에는

저를 뺀 나머지 모든 사람의 손이 내려갔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혹시 반주자 할 사람 없니?" 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교회 반주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회 반주자는 막상 해보니 귀찮은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하는 날은 긴장되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잘 틀립니다 그렇지만 재미있기도하고

좀더 연습을 해서 잘하고 싶습니다.

 

이 교회에서 더 많은 재미있는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대성당(2012년 12월 16일 / 제60호 중에서)

12월 16일 일요일 <대림 3주일> 이경호주임사제님께서

설교 말씀중에 이영(이사야) 의

예쁜 글을 소개 해 주셔서

올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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