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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초록/2011년도설교초록

2011년 3월 12일 사순 4일 (토) (자) 성서말씀과 강론초록


2011년 3월 12일 사순 4일 (토) (자) 성서말씀  (성공회대학교성당축성)


이사 58:9하-14

 너희 가운데서 멍에를 치운다면, 삿대질을 그만두고 못된 말을 거둔다면, 10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자에게 나누어주고 쪼들린 자의 배를 채워준다면, 너의 빛이 어둠에 떠올라 너의 어둠이 대낮같이 밝아오리라.

11 야훼가 너를 줄곧 인도하고 메마른 곳에서도 배불리며 뼈 마디마디에 힘을 주리라. 너는 물이 항상 흐르는 동산이요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줄기, 12 너의 아들들은 허물어진 옛 터전을 재건하고 오래오래 버려두었던 옛 터를 다시 세우리라. 너는 '갈라진 성벽을 수축하는 자' '허물어진 집들을 수리하는 자'라고 불리리라.
13 나의 거룩한 날에 돈벌이하느라고 안식일을 짓밟지 마라. 안식일은 '기쁜 날' 야훼께 바친 날은 '귀한 날'이라 불러라. 그 날을 존중하여 여행도 하지 말고 돈벌이도 말고 상담 같은 것도 하지 마라.
14 그리하면 너는 야훼 앞에서 기쁨을 누리리라. 내가 너를 이끌어 산등성이를 타고 개선하게 하며 너의 조상 야곱의 유산을 먹고 살게 하리라." 야훼께서 친히 하신 말씀이시다.

시편 86

1 주여, 귀를 기울이소서. 나에게 대답하소서. ◯ 불쌍하고 가련한 이 몸이옵니다.

2 당신께 바친 몸이오니 지켜 주소서. ◯ 당신께 의지하오니, 이종을 구원하소서.
3 당신은 나의 하느님이시오니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 나는 매일같이 당신을 부르옵니다.
4 주여, 내 마음 주님을 향하여 올리오니 ◯ 당신 종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소서.
5 주여, 용서하심과 어지심이 당신의 것이니 ◯ 주님께 부르짖는 자에게 한없는 사랑 베푸소서.
6 주여, 내 기도 들어 주시고 ◯ 이 애원하는 소리를 귀담아 들으소서.
7 주께서 분명코 대답해 주시겠기에 ◯ 이 몸이 곤경에 빠졌으나 주님께 부르짖습니다.
8 주여, 신들 중에 그 누가 주님과 같으리이까? ◯ 주께서 하신 일을 누가 감히 하리이까?
9 주여, 당신께서 내신 민족들이 모두 와서 예배드리고 ◯ 당신의 이름을 찬양하리이다.
10 주님은 위대하시어 놀라운 일 이루시니, ◯ 당신 홀로 하느님이시옵니다.
11 주여, 당신의 길을 나에게 가르치소서: 충실하게 그 길을 걷고 ◯ 마음 모두어 당신 이름을 경외하리이다.
12 주, 나의 하느님, 내 마음 다하여 감사기도 드리며 ◯ 당신의 이름을 영원히 높이리이다.
13 지옥 깊은 곳에서 이 목숨을 건지셨으니 ◯ 크고 크신 주님의 사랑 감당할 길 없습니다.
14 하느님, 교만한 자들이 나를 거슬러 일어나고 ◯ 흉악한 자 때지어 내 목숨 노리오니 그들은 당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습니다.
15 그러나 주님은 자비로우시고 너그러우시어: 좀처럼 화를 내지 아니하시니 ◯ 참되신 주님의 사랑 그지없으십니다.
16 이 몸을 굽어보시고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종에게 힘을 주소서. ◯ 당신의 여종의 아들을 구원하소서.
17 어지심의 징표를 보여 주소서: 주여, 당신께서 이 몸을 돕고 위로하셨음을, ◯ 원수들이 보고 부끄러워하게 하소서.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루가 5:27-32 [레위를 부르심 (마태오 9:9-13; 마르코 2:13-17)]

27 이 일이 있은 뒤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 길을 가시다가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라오너라." 하셨다.
28 그러자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 나섰다.
29 레위는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베풀고 예수를 모셨는데 그 자리에는 많은 세리들과 그 밖에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30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그들의 율법학자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예수의 제자들에게 "어찌하여 당신들은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것입니까?" 하고 트집을 잡았다.
31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렇게 대답하셨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32 나는 의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지으신 만물을 극진히 사랑하시며, 죄를 통회하는 모든 이를 용서하시나이다. 비옵나니, 우리가 진심으로 통회하여 탐욕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시는 온전한 구원을 바라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강론초록>

사순 넷째날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바리사이파와 그들 중의 율법학자들은 “세리와 죄인”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율법의 기준으로 볼 때 거룩하지 못한 이들, 곧 율법을 모르고 지키지 않는 이방인들과 그 이방인들과 접촉하지 않으면 안되는 직업을 가진 유대인들을 모두 상종하지 못한 불결한 이들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구분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도리어 그 구분을 통해 “죄인”으로 낙인찍힌 이들에게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그들이 그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그 사랑을 인하여 변화되도록 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율법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 이미 의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의 “영적”인 가르침이 별로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왜 그리스도교가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려 애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런 시도나 말씀을 대하면 불편했습니다. 물론 사람이 스스로 죄인임을 깨달아야 죄를 용서받는 구원이 필요함을 인정하겠고 그래야 교회와 주님을 찾게 되리라는 논리적인 흐름을 이해 못해서는 아닙니다만, 어째 그런 일이 이른바“병주고 약주는 일”은 아닌가 의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저는 제가 심각한 죄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죄인됨은 성서와 교회 전통에 근거한 어떤 계율에 비추어서는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좀 더 깊어진 경험과 이해 때문입니다.

다만 하느님의 사랑 앞에서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하느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생각과 마음은 우리가 여전히 죄에 물들어 있는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의 권면을 알면서도 따르지 못하는 우리의 자기중심적인 욕망과 어리석음은 우리를 사로잡은 죄 때문입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도 기쁜 사랑을 하지 못하고 그저 계산하고 흥정하고 거래하는 사랑에 머무는 것도 죄의 영향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 우리를 위한 주님의 십자가는 그런 우리를 전제로 베풀어진 은총이요 신비입니다. 감사하게도 우리의 죄는 놀라운 은총의 기회입니다.
위선과 정죄의 길을 피하고, 죄인됨을 아픈 마음으로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인정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구원의 길입니다. 또한 그 죄성을 개인적인 특성의 수준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의 한계성으로 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지혜요 통찰입니다. 내가 남보다 거룩하다는 것이 신자의 자랑일 수 없습니다. 거룩하지 않은 이들, 종교적으로 불결한 이들을 따돌리는 것이 교회의 태도일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신 이 세상의 사람들을 어떻게 하느님의 그 거룩하신 사랑을 통하여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이들로 회복시킬 것인가가 신자와 교회의 사명입니다.
사순절기에 우리의 모든 신앙적인 관심사는 이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절대적인 사랑 안에서 더욱 깊어지고 예민해져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