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에서 되살아나는 새순을 봅니다
대한성공회 전국의회 의장/ 서울교구장 김 근상(바우로) 주교
부활 밤 예언서를 읽으면 골짜기를 메운 마른 뼈들이 하느님의 숨으로 되살아나는 경험을 에제키엘이 전하 는 음성을 듣습니다. 되살아나는 새 순 ! 겨우 내 죽은 듯 거무티티하게 멋없이 서 있는 나무 곳곳에서 파아 란 새 순을 보면서 “아! 이제 하늘은 새 생명으로 찬미를 부르라 하시는구나!” 라는 명령을 듣습니다.
여기 저기 아파오는 몸과 마음으로, 알 수 없는 분노와 짜증으로, 견디기 쉽지 않은 오늘을 잘 견디어 내신 여러분에게 하느님께서 당신도 한 번도 사용하신 적이 없으신 새로운 시간을 이렇게 선뜻 내어 주십니다. 잘 견디어 내고 잘 참아주어 고맙다 하시면서 그간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의 아픔으로, 상실의 슬픔으로, 잘 못 가고 있는 시대에 맞서서 휘청거리는 여러분들을 따스한 웃음과 포옹으로 감싸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발 견하게 됩니다.
구약 사무엘서를 보면 다윗왕의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나오는데 거의 끝 부분 사무엘 하 23장 1절 부터는 다윗의 마지막 노래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새의 아들 다윗의 마지막 말이다.”
왜 이새의 아들이라 했을까요? 이 표현은 자랑스러운 표현이 아닙니 다. 피하고 싶은 표현이었습니다만 다윗왕은 이렇게 스스로를 절망의 끝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죽음을 눈앞 에 두고 스스로 이새의 아들이라 표현하는 것은 과거 사울로부터 빈정거림으로 불리었던 이새의 자식 다윗, 나단 예언자가 자신을 꾸짖을 때 썼던 그 비난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참 별 볼일 없었던 사람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어떤 희망도 담지 못하던 바로 그 시선, 이새의 아들! 이 부끄러움이 희망을 만들어 내는 극적인 역전이 시작되는 신호탄 같은 것이었습니다. 오늘 바로 여러분들이 경험하는 고통, 아픔 죽음, 절망, 바로 이젠 더 이상 바라 볼 것이 없다는 이 절망의 끝에서 희망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오래된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말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 오늘 우리는 희망의 노래를 부릅니다. 다시 살아나는 뼈들의 합창을 듣습니다. 오래된 나무에서 새 순을 보듯 저는 오늘 몸의 부활 마음의 부활을 여러분과 함께 노래합니다. 우리는 오늘 다시 시작합니다. 해서 올 해 제 부활 축하카드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오늘이 어제의 새날이듯 내일은 오늘의 새날입니다. 매일 새날을 사는 여러분들과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새 세상을 여는 여러분 모두는 새 세상에 걸맞은 새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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