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신문 2010년 4월 4일자 논단
부활(復活), 전례(典禮)와 선교(宣敎)
올해도 새 봄에 기쁜 부활일을 맞습니다. 그리스도교는 부활의 종교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부활신앙이고 우리는 모두 부활의 증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참담한 실패로서 하느님께조차 버림받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흘 후부터 제자들 사이에서 놀라운 소식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여전히 살아계시며 제자들을 찾고 만나주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무덤은 비어있었고 여인들은 “너희는 왜 살아있는 분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는 말씀을 듣습니다. 물론 부활은 되살아난 예수님을 아무나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목격담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함께 경험했던 이들이 십자가 사건이후에도 살아계신 예수님의 현존(現存)을 체험하여 좌절과 슬픔을 이기고 희망과 기쁨으로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는 신앙의 사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여전히 그들과 함께 하심을 체험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곧 우리와 하느님과의 화해를 이루어주시는 구원의 사건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기꺼이 부활의 증인이 되어 십자가의 이치를 세상에 전하는 일에 생명을 바쳤습니다.
부활의 능력과 기쁨에 사로잡힌 교회는 그 부활의 날을 주님의 날, 주일(主日)로 지킵니다. 교회의 모든 전례는 부활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근거로 이루어집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살아계심을 말씀으로 들려주시고 성사(聖事)로 보여주시며 그 사랑과 능력 안에 우리와 교회 공동체를 살게 하십니다. 매 주일 작은 부활일에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감사성찬례를 통하여 누립니다.
부활신앙은 예수님의 시신이 다시 소생하여 회귀하셨다는 믿음이 아닙니다. 부활의 소망은 우리 영혼이 언젠가는 시신으로 되돌아오리라는 기대가 아닙니다. 우리의 믿음은 단순히 기적을 믿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게 만드시는 하느님”(로마 5:17)을 믿는 믿음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통해 확증된 그 하느님을 믿는 믿음으로 죄와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이 새롭게 변화된 차원을 약속받는다는 것이 부활신앙의 핵심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교회공동체로 부르신 까닭은 교회의 요구에 충실한 영혼을 선별하여 타계의 천국으로 보내시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교회는 이 죽음의 어두운 세상에 부활의 빛을 증언하도록 우리를 부르신 전례와 선교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부활의 증인 되는 길은 현대인들에게 예수님의 시신의 소생을 믿으라고 요청하는 차원에 머물 수 없습니다. 부활의 증인이 되는 일은 우리가 교회공동체의 전례 가운데서 참으로 주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 체험이 바로 오늘 우리의 부활체험입니다. 그 부활의 능력이 우리들의 영과 삶을 변화시키고 성숙시킬 때 우리는 온전히 부활의 증인이 되어 하느님의 선교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매주일 작은 부활일에 주님의 현존을 감사하는 성찬례를 바치고, 매일 아침저녁 주님의 현존을 기억하는 성무일과를 드리는 우리와 우리 교회공동체에게 나날이 참된 변화와 성숙이 이루어짐은 당연한 열매입니다. 세상은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와 교회의 그러한 변화와 성숙을 보고서야 우리 주님의 부활, 곧 이 세상에 현존하시며 몸소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분명히 믿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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