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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의 선교적 과제와 평신도의 역할 (송준영)

성공회의 선교적 과제와 평신도의 역할 -송준영(2006.9.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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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선교적 과제와 평신도의 역할
- 2006년 서울교구 평신도원 총회 발제문 -

송준영(그레고리 / 분당교회)

<들어가는 말>

“성공회의 선교적 과제와 평신도의 역할”이라는 주제는 이 땅에 성공회의 선교가 시작된 이래 100년 넘게 이어진 주제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우리들의 의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평신도원을 새롭게 출범시키면서 평신도의 역할을 새삼스럽게 다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가 얼마 전에 성직자원을 구성하고, 이제 평신도원을 구성함으로써 주교님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의 삼위일체 중심축을 완성하였다는 성취감을 자축하는 의미일까요? 저는 그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 성공회는 이 시점 매우 심각한 선교적 정체에 빠져있으며 현재의 교회관리시스템으로는 이 상황을 탈피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새로운 자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성공회는 지난 40여 년간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3개 교구를 갖는 관구로의 발전, 종합대학 성공회대학교, 100명이 넘는 성직자, 이들은 모두 우리의 발전된 자산들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살펴볼 때 우리는 결코 안도할 입장은 아닙니다. 관료주의적 거대 성직구성을 기본으로 하는 천주교나 평신도의 열성적 선교를 무기로 하는 개신교와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성장세는 크게 뒤지고 있으며 선교의 핵심 에너지도 두드러지지 못한 상태입니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이제 남은 대안은 평신도의 역할 증대밖에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평신도원의 출범은 이 소명을 띄고 출범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모임이 우리의 소명만을 다짐하는 하나의 절차로 끝나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제는 무언가 실천의 구체적 프로그램을 논의해야 할 시점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를 빌어 우리가 항상 뒷전에서 이야기해오던 논의점들을 다음 네 가지 실천적 의제로 묶어 제안하는 바입니다.

<4가지 실천적 제안>

Ⅰ. 대한성공회의 미래를 내다보는 ‘선교 마스터 플랜’의 작성

이것은 단순한 교리적 입장의 천명이나 교회 연구논문의 수준에 그쳐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회는 어떤 교단이며 우리의 신앙적 자존심의 뿌리와 본질은 무엇인지, 또 대한성공회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어떤 차별화된 신앙 논리를 갖고 있는지에 관한 신학적, 교리적 정리로부터 시작해 앞으로는 미래의 교회와 차세대 교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선교적 전략을 추진해 갈 것인지 교우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어떤 일정표를 갖고 어떤 교육․선교 시스템을 가동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 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교구를 비롯해 사목현장의 성직자, 신학대학, 거기에 평신도의 적극적 동의와 역할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의 기본적인 연구계획(scope of work) 수립에만도 1년이 걸릴 수 있는 큰 사업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교구와 성직자와 평신도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지연시킬 일도 아니고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만도 없는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할 만한 위치에 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Ⅱ. ‘선교 거점교회’ 제도의 도입 제안

이것은 대형교회와 개척교회 사이에 선교거점교회를 선정, 선교 역량을 배가시키자는 제안입니다. 현재 서울교구의 영성체 신자수 기준의 교회규모 분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5년 교구의회자료 참조).

500명 이상 : 1개 교회
200명 이상 : 1개 교회
100명~200명 : 11개 교회
50명~100명 : 15개 교회
50명 이하 : 33개 교회

흔히 효과적인 선교의 최소 단위만 100명~200명의 교회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현실적으로 50명 이하의 소규모 교회의 경우 주일학교나, 학생회, 청년회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가 쉽지 않으며, 한명의 성직자가 모든 행정적 잡무까지 책임을 지면서 교회 확장을 위한 능동적 선교활동을 펴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이다. 새 신자가 오더라도 충분한 교육을 시키는 것조차 때로는 형식에 그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이의 극복대안으로 거점교회의 설정과 선교인력의 풀(pool)시스템을 제안합니다. 일정한 선교지역 내에 중․대형교회 한 곳을 거점교회로 설정하고 그 거점교회에 한 명의 성직자를 추가로 파송하여, 그 선교지역내의 작은 교회들이 각개로는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회, 학생회 선교, 새신자 교육을 거점교회 중심으로 한데 묶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고 그 성직자의 급여는 교무구 소속 개교회가 분담하는 형식입니다.

이런 제도는 장기적으로는 청장년 중심의 교회, 문화선교의 기본 단위로 성장할 수 있으며, 각 개척교회에 목표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Ⅲ. 사이버 선교의 활성화 제안

우리 성공회 신자의 경우 선교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어려움을 더 겪게 됩니다. “성공회는 어떤 교회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지난해 서울교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타교단과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 보아도 우리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문제인 듯 합니다.

어쨌든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위해서는 우리의 교리적 특성과 교회사적 배경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모든 신자들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사이버 선교의 활성화를 제안합니다.

현재도 교구의 홈페이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홈페이지가 선교의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적 연구 자료실로서의 기능(Archives)과 선교․홍보적 기능, 그리고 각 개교회와 입체적으로 연결되고 성공회대학교와도 긴밀하게 자료가 교환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개발은 앞으로 청소년 선교와 국제연대 강화의 중요한 받침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서둘러야 될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Ⅳ. 가칭 ‘선교종합기획단’의 구성 제안.

아무리 좋은 사업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이를 실천에 옮기는 현실적인 노력과 그 구체적 실행기구가 없어서는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다음과 같은 종합기획단의 출범을 제안합니다.

○ 조 직

- 성직자와 평신도, 그리고 성공회대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10명 이내로 구성, 조직운영은 평신도가 맡는다.

- 기획단은 상근 실무직원 1명과 보조인원 1명을 둔다.

○ 사 업

- 단기적으로는 ① 마스터 플랜의 Scope of work 작성 ② 거점 선교제 실천방안수립

③ 사이버 선교의 실천방안 수립

- 장기적으로는 선교활성화 마스터플랜 용역작업의 주체로서 활동, 기금 및 수익사업을 수행

○ 선교활성화 기금 조성

- 외부 기업체 등으로부터의 기부와 헌금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교회의 사업을 홍보하고 세법 등 관계법 연구 및 인간관계의 개척 등 현실적 사업을 수행.

○ 예 산

- 사이버 선교와 마스터 플랜을 위한 소요 예산은 Scope of Work 수립을 통해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임.

- 규모가 확인된 단계에서는 헌금과 기금조성 사업을 통해 수행하되 단기업무 수행기간(6월~1년) 동안의 실무인원 인건비(5,000만원 정도)는 평신도원의 별도 헌금으로 충당할 것을 제안합니다.

<맺는말>

우리는 우리 교회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교회일치 운동의 선구에 서 있으며, 성경 말씀에 충실하여 교회의 이익을 위해 성서를 왜곡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으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늘 새로운 것에도 마음을 열어놓는, 그리고 이성을 존중하는 교회입니다.

우리 교회의 이런 특성은 바로 “미래의 교회”, “변화하는 새 시대의 교회”로 성장하는 필요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 모든 좋은 것들을 잘 정리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나아가 이것을 널리 펼쳐 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평신도들이 그 맨 앞줄에 서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