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탐구(6)
성공회의 교리는 무엇인가?
성공회는 '카톨릭교회'이고 동시에 '개신교'이기도 합니다. 카톨릭교회로서 이어오는 전통을 바탕으로 하여 종교개혁의 경험처럼 새로운 개혁을 계속 이루어가는 '개혁하는 보편교회'가 바로 성공회의 정체성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세상에 교회는 천주교와 개신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엄연한 역사적, 현실적 정통교회인 성공회를 두고 선입견적인 교회관을 잣대로 하여 “천주교냐 개신교냐 정체를 밝혀라”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 무지한 접근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성공회의 교리는 무엇입니까? 역사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때 성공회를 "개혁하는 카톨릭교회"라고 할 수 있다하더라도 그럼 교리의 문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교리는 로마카톨릭과 개신교가 양립할 수 없지 않을까요? "천주교의 예식+ 개신교의 교리"가 '성공회'라는 말은 바른 표현일까요?
결론적으로 성공회도 '독자적인'교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독단적인' 교리는 없습니다.
성공회는 교회분열 이전의 교회에서 고백한 '사도신경'과 '니케아신경'을 교회의 신조로 삼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종교개혁 당시에 정리된 <39개 신조>라는 성공회의 교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분명히 그 당시의 로마카톨릭과 종교개혁자들의 대립된 주장을 절충한 성격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영국이외의 성공회 교회에서는 39개 신조가 절대적인 효력을 갖지 않고 참고적인 성격을 가질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교리란 신앙의 내용을 빠짐없이 규정하고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리는 신앙고백의 울타리로서 그 경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의회에서 고백된 신경 조차도 실은 당대의 신앙적 논쟁에 대한 결론적인 정리의 성격이 강합니다. 시대와 나라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신앙의 모든 내용을 완전히 담고 있지는 않은 것입니다.
성공회는 성서와 초대교회가 전하는 신앙고백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카톨릭교회로서 전통을 이어오면서도 종교개혁이 강조한 '성서의 권위'를 제일로 존중하게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성공회도 나름대로의 교리가 있지만 성공회는 '교리'를 가지고 논쟁하거나 시비를 가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야기하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성공회는 '규정된' 교리보다도 함께 교회생활을 통해서 체험하고 고백하고 다듬어나가는 '생활하는' 교리를 중시하는 독특한 입장을 갖는다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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