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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성공회 탐구(7) 헨리8세가 이혼하려고 만든 교회?


 

성공회 탐구(7)

                        헨리8세가 이혼하려고 만든 교회?

"성공회는 영국왕 헨리8세가 이혼하려고 만든 교회이다"라는 단편적인 이해가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있습니다. 무지한 일이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마치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려고 조선을 세웠고 태종 이방원이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되었다는 이해가 전부인 초등학생과 같습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국사를 배우게 되면 비로소 고려 말의 세계정세의 변화와 왜구의 침공, 여러 가지 정치경제적 상황의 변화와 주자학을 받아들인 신진 사대부 세력의 등장 등을 배우게 되고 따라서 왕조의 교체라는 것이 단순히 개인이 활 잘 쏘는 능력으로 좌우하는 것이 아님을  배우게 됩니다. 물론 공부를 좀 한 학생의 경우입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역사의 올바른 이해란 이런 사회,정치,경제,문화 구조의 변화와 흐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초등학생 수준의 흥미와 이해만 가지고 암기력으로 버티려고 하기에 성적이 안 좋은 것입니다.

영국 성공회 역사에 있어서 헨리 8세가 전부가 아닙니다. 헨리 8세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계기를 마련했을 뿐입니다. 헨리 8세 이전에 존 위클리프 등으로 대표되는 종교개혁의 기운이 면면했고 헨리 8세 이후에는 크랜머 대주교를 비롯하여 반로마교회 또는 친로마교회 입장의 수많은 신학자들이 종교개혁의 어려운 과정을 이어갔습니다.
 
조선조 초기에 왕자의 난등의 정치적 격변을 겪은 후에 세종 때에 이르러 화려한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는 것처럼 영국의 성공회는 헨리 8세 이후에 피로 얼룩진 종교개혁의 과정을 거쳐서 엘리자베스 치하에서 영국국교회로 완성되고 이 결과는 실제로 영국의 국력신장에 크게 이바지하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성공회의 정체성을 헨리 8세에게서 찾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태조 이성계에게서 찾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왕보다도 중요한 것은 민중들이고 그들의 삶이 이루는 면면한 역사의 흐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동의하고 추구했던 삶의 가치가 중요하고 그들이 실제 살았던 삶의 모습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우리들이 왕조시대의 이상을 넘어서 자유 민주주의와 복지사회를 꽃피우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오늘날의 성공회의 교우들은 다만 예수님의 복음을 이 땅에 펼쳐서 이 세상을 참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고 의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대한성공회에는 헨리 8세가 중요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이 중요하고 이에 충성을 다한 신앙의 선배들이 소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