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적 식별과 교회의 권위회복
임종호 신부 (프란시스, 분당교회)
우리의 선교는 우리 시대 이 사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입니다.
복음을 살아내고 전하는 일이 “하나이고 거룩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공교회”의 존재이유입니다.
그동안 마땅히 해야 할 전도와 선교의 책무를 소홀히 하였다는 반성은 소박한 시작입니다.
선교를 위해서는 복음이 분명하게 선언되고 전통이 계승되고 이 시대의 문화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사회의 변화를 세심히 짚어보고 우리 교회의 신앙과 역량을 정직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시대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전통적인 신앙적인 권위를 존중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의지하는 권위의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물신주의가 극성하고 무한경쟁이 현실화되어 신앙적인 가치가 의심받고 도전받습니다.
교회도 안팎으로 세상의 물량주의에 영향을 받습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는 주님의 말씀대로 재물의 힘과 유혹을 이기고 신앙을 선택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또 한편 개인주의와 탈권위주의가 일상화되고 세상이 복잡다원해지고 인터넷등 소통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전통적인 교회의 권위가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교회와 성직자의 존재가 그 자체로 권위를 인정받고, 신자들의 신앙적인 이야기와 행동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던 시대가 지났습니다.
한 마디로 신앙의 권위가 의심받고, 교회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의 극복은 단순히 신앙적인 열정을 독려하거나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신앙의 권위, 교회의 권위가 바로 세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평가와 인정을 구하기 전에 교회공동체 안에서부터 신앙의 본질이 추구되어야 하고 교회의 질서가 바로 잡혀야 합니다.
우리가 바로 세운 신앙의 권위가 사회적인 가치판단에 영적인 감화력으로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신앙생활의 본질은 “살아계신 하느님께서 이 시대의 우리에게 바라시는 뜻”을 식별하고 순종하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대한 신앙적 식별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공회는 당연히 그 식별을 어떤 개인의 사적 계시에 두지 않습니다. 가끔 어딘가에 나타나 말씀을 전하신다는 성모님의 계시에 의존하지도 않습니다.
최선의 식별은 교회공동체의 공동식별입니다.
그 공동식별의 근거와 기준을 우리 성공회는 이른바 신앙의 세 가지 권위, 즉 성서와 이성과 전통에 둡니다.
최근 우리의 선교현실을 반성하는 다양한 목소리와 움직임이 활발하게 감지됩니다.
대한성공회 세 교구는 그런 흐름을 교구의회에 반영하여 보다 더 적극적인 선교정책을 논의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성공회 안의 여러 주장과 사역들은 소박한 수준이든 심오한 차원이든 모두 성서와 전통과 이성이라는 근거와 기준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우리 교회가 이 땅에서 하느님의 선교를 잘 감당하고 있는가 여부를 일부 언론의 잣대와 평가에 의지하거나 교회가 지향할 목표를 세상이 쉽게 수긍하고 인정하는 물량적 지표에만 두는 일은 스스로 신앙과 교회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소박한 간증이든 관구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이든 우리는 더욱 더 많은 생각과 경험을 진지하고 정직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그것들이 각자의 개별적이고 독선적인 주장이 아니라 성서와 전통과 이성에 근거한 신앙적 식별이 전제된 이야기들이어야 합니다.
서로에게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그 소통을 축적해서 우리의 전통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안내할 자신감을 길러야 합니다.
이런 작업들이 바로 우리 안에 신앙적 권위를 회복하고 교회의 권위를 세워나가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선교를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이 중요한 과업에 모두 함께 기쁘게 동참할 일입니다.
성공회신문 제 713호 (2009.11.15) 성공회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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