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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옮김] 새 부산교구장 선출을 축하하며

[성공회신문 사설  2011/12/24]

                              새 부산교구장 선출을 축하하며

2011년 12월 15일, 서울․ 대전․ 부산 세 교구의 대의원들이 부산교구 제5대 교구장 후보로 박동신(오네시모․ 48세)신부를 제6차 투표에서 선출하였다. 그동안 부산교구 의회가 교 선출을 위해 두 차례 모였지만, 당선자를 내지 못하였고, 그 결과 헌장 법규에 따라 전국의회에서 선출하게 된 것이다.

새 부산교구장 주교후보의 선출을 세 교구가 함께 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유감스런 일일 수도 있다. 성공회의 전통 속에서 각 교구는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교회의 단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부산교구장 선출과정을 교회의 본분과 주교제의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면 대한성공회 전체가 한마음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부산교구의 고민은 열악한 선교 현실을 극복할 동력을 마련하는 데 있다. 관구독립을 위해  상대적으로 선교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조건을 무릅쓰고 출범한 부산교구는, 이후 자체 교세를 유지하는 데에 대부분의 역량이 소진되었다. 사목경험이 적고 선교비전이 모호한 상태에서 각 교회 성직자와 신자들이 공들여온 선교노력은 그 결실이 빈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새교구장에 대하여 한편에는 성공회의 질서와 관행을 존중하며 교구간 협력을 통해 교구발전을 도모하라는 기대와 또 다른 한편에는 신앙생활의 내용에 충실한 신자사목과 사제사목에 집중하여 교구의 내적인 역량을 기르라는 요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같이 절실한 이 두 가지 요청을 어떻게 현실의 인물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으로 많은 시간과 기도를 바친 것이다.

현재 대한성공회의 헌장법규가 정하고 있는 주교선출 절차는 실상은 표결이 아니라 추대를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봄직하다. 따로 후보자를 세우고 정책을 공약하고 표로 대결하는 정치공학적인 과정들이 없다. 이는 유능한 인물을 선출하여 그에게 모든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교회공동체 모두의 기도와 역량을 모으고 확인하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성공회의 주교는 독선적인 군주가 아니라 의회의 결정을 통해서 일치를 이끄는 사부(師父)이다. 따라서 주교선출을 하는 이들은 “어떤 인물이 주교로 선출되면 그가 가장 잘 교회를 이끌어주겠는가”를 따질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주교라면 주님과 교회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다짐을 모으는 일로 한 인물을 주님 앞에 세우며 그와 함께 충성과 헌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누가 주교가 되면 더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은 버리는 게 맞다. 누가 주교가 되어도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주님의 도우심과 우리의 헌신을 통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교회는 주님의 영으로 끊임없이 일치하는 공동체다. 교회는 자기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선교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위임받은 공동체이다. 이제 새 부산교구장 주교를 함께 선출한 대한성공회의 모든 이들은 부산교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함께 관심을 가지고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서 각자의 기도와 헌신을 담아내야 한다.

실제로 이번 전국의회에서 모든 대의원들이 갈등과 의심이 아닌 따뜻한 배려와 신뢰 속에서, 대한성공회 세 교구의 하나됨을 확인하고, 한결같은 기도로 최선의 결과를 맞이하였다. 인내와 사랑으로 돌보아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남은 절차도 성령께 맡기며, 부산교구와 피선 주교 그리고 우리 대한성공회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실 줄 믿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