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위험하다
어떤 말 앞에 ‘자유’자가 붙으면 일단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자유연애', '자유부인', ‘신자유주의’, ‘자유무역협정(FTA)’, '자유민주주의' 등등. 특히 맨 '민주주의' 는 안되고 앞에 '자유’를 붙여야만 하는 심리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떤 말 앞에 ‘자유’자가 붙으면 일단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자유연애', '자유부인', ‘신자유주의’, ‘자유무역협정(FTA)’, '자유민주주의' 등등. 특히 맨 '민주주의' 는 안되고 앞에 '자유’를 붙여야만 하는 심리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역사 속에서 자유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자유, 평등, 박애’를 내 걸었던 프랑스혁명 때부터였다. 그러나 이 때의 구호는 우리가 지금 상상하고 있는 의미와는 거리가 상당히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때 부르짖던 자유와 평등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왕과 귀족, 성직자에 대한 부르죠아 시민 계급의 자유이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역사적으로 볼 때 ‘자유’를 외치는 것은 수상한 것이어서 누구의 자유인지를 꼭 집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유’가 누구의 자유인가를 따져보면 결국 강한 자의 자유이다.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게 무엇인가? 왜 무역협정 앞에 ‘자유’가 붙은 것일까? 결국 강자의 자유를 위해서 맺는 협정이란 의미이다.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무엇인가? 뭐니 뭐니해도 머니가 최고다. 결국 ‘자유’는 돈의 자유라는 이야기가 된다
올해 4월 호주 정부는 향후의 모든 자유 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 Investor-State-Dispute)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공표했다. 왜냐하면 호주 정부가 재판에 걸려 골치가 아파졌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안을 따라서 담뱃갑의 포장을 광고 문구가 대신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무시 무시하게 흡연이 위험하다는 이미지들을 담도록 했다. 그랬더니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가 호주 정부에게 이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0년 6월 27일 필립모리스는 정식으로 호주 정부를 제소(dispute)하겠다는 입장을 통지한다.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일개 담배 회사가 남의 나라 정부를 소고를 하다니? 그러나 그것은 FTA 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1993년 홍콩과 투자 협정을 맺은 바 있었고 여기에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의 다국적회사인 필립 모리스는 기상천외의 방법으로 홍콩의 자회사를 통하여 고소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의사 협회 등 여러 시민 단체들은 아예 홍콩과의 투자 협정을 종식시키라고 난리를 피게 되었다.
기업의 생리는 끊임없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찾게 되어 있기 때문에 FTA로 철폐된 투자 자유화 조치는 기업들이 자신의 생산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는데 치중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1994년 북미무역협정(NAFTA) 통과 이후 멕시코 인근 미국의 국경에는 전세계의 기업들이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멕시코인들의 값싼 노동력과 무관세 혜택을 받음으로써 상품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미국 곳곳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타클래드사는 멕시코 산루이 포토시주에서 폐기물매립장을 운영하려고 계획했다. 이에 포토시주 정부가 해당지역을 자연보존지역으로 설정하자 메탈클래드사는 이를 자신들의 투자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여겨 멕시코정부를 상대로 NAFTA 11장에 의거해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멕시코정부는 환경규제에 대해 간접수용으로 판결했고, 1.6억 달러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시. 성난 민중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외채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볼리비아 정부는 코차밤바시의 상하수도 운영권을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벡텔(Bechtel)사에 넘겼는데 헐 값에 상하수도 시설권을 인수한 벡텔은 1주일 만에 수돗물 값을 4배 가까이 올렸다. 당시 코차밤바 시민들의 월 평균 소득은 70달러였는데 수돗물 값은 20달러까지 올랐다. 소득의 3분의 1을 수돗물 값에 쓰게 된 것이다. 물 쓰기가 두려워진 서민들은 수돗물을 포기하고 빗물을 받아 먹기 위해 집집마다 빗물받이용 양동이를 설치했다. 그러자 벡텔사는 “빗물을 받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라.”며 볼리비아 정부를 압박했다. 이 때문에 코차밤바시 경찰들이 빗물받이를 단속하고 철거 작업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정부가 경찰까지 동원해 빗물받이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때문이다.
1997년 과테말라의 철도운영권을 따낸 다국적회사 RDC는 과테말라 정부가 철로 부근에 사는 불법거주자를 퇴거시키지 않자, 재산권을 침해 당했다며 과테말라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했다.
페루 정부는 올해 초 미국 다국적기업 렌코사로부터 8 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 페루 납 생산업체 도 런 페루의 최대주주인 렌코는 페루 국민들이 납중독 문제로 도 런 페루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자, “페루 정부가 불공정하게 다뤘다.”며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2월 미국·페루 FTA가 발효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FTA 시대를 맞이하여 걸핏하면 자국 정부가 남의 나라 기업에게 고소를 당해서 배상금을 물어 주어야 할 판이다.
이미 미국 국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 시켰다. 만장일치? 각 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국 국회의원들이 모두가 만족했단다. 왜 그랬을까? 불만 사항이 없도록 더 없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럼 누구에게 손해가 갈까? 따져 보지 않아도 알 일이 아닌가?
협정이란 싫으면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도, 한미 FTA는 한번 체결하면 발을 못 빼게 돼있다. 걱정이다.
[출처: http://cafe.daum.net/emptymyself 비정규기독교인의 명상 / 지성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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