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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옮김]성공회신문 908호 사설 - 성공회의 도약을 위해 하나가 되자

 

2018년 1월 13일자 성공회신문 908호 사설

  성공회의 도약을 위해 하나가 되자

  ‘성공회의 도약을 위해!’ 반갑고 힘이 되는 말이다. 지난 성공회신문 907호 성탄 특집호가 성공회에 오래 헌신한 교우들의 염원과 지혜를 모아 붙인 제목이었다. 여러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다. 교회다운 교회, 성공회다운 성공회, 신자다운 신자가 되자는 목소리였다.

교회의 성서 원어는 ‘에클레시아’이다. ‘불러내어 모은 공동체’라는 말이다. 여기에 ‘교회’敎會)라는 우리 용어는 ‘가르침 위에 선 모임’이라는 뜻을 보탰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계약의 공동체요, 성령께서 세우고 이끄시는 공동체다. (성공회기도서 778쪽) 그리스도 안으로 부름을 받아 모인 사람들이 일치하여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를 펼쳐간다. 교회는 삼위일체 하느님이 펼치신 구원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전례’ 안에서 배우고 훈련하여 신자를 빚어낸다. 교회는 삼위일체의 삶을 따라 우리 삶을 축성하고 재구성하는 ‘성사’ 생활에 몰두한다. 전례와 성사 생활로 훈련한 신자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세상에서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세우는 일이 교회의 ‘선교’이다.

그런데 이 명백한 교회론에 더하여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교회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신자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신자도 성직자도 우선은 개인으로 살아간다. 나름의 종교적 체험과 신앙적 이해를 가지고 있다. 실제 삶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도 않다. 서로 다른 신자와 성직자가 하나의 믿음으로 한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갈등과 화합의 역동적인 평형이 살아있는 교회의 실제 내용이 된다.

그런데 이상적 교회론은 신자가 세례로써 온전한 교회의 사람이 되었다고 전제한다. 성직자가 서품을 받았기에 온전히 교회를 위해 헌신하리라고 기대한다. 신자와 성직자는 이미 자격을 갖추었고 서로 신뢰하며 언제든 선교에 매진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본다. 목표와 표어를 정하기만 하면 모두 하나되어 실행하리라는 전제로 교구와 교회가 사목 계획을 세운다. 과연 현실이 그러한가? 좀 더 정직하고 신중해야 한다. 성공회의 교세와 정체성이 다소 움츠러든 모양새는 교회론의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사람의 실제 태도와 역량이 문제의 핵심이다.

현실의 구체적인 신자와 성직자는 교회의 기본과 이상에 근접하도록 식별을 배우고 실행을 훈련했는가? 성공회의 도약을 위해서 먼저 물어야 할 점이다. 교구별로 교세는 달라도 모든 신자와 성직자가 현장에서 선교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 그 열심에 더하여 충실한 교육과 훈련이 병행되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성공회의 도약은 밖에서 유행하는 이론이나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일로는 이루기 어렵다. 식별을 위해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고 실행을 위해서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내실이 없이 시작하는 일들은 도리어 교회의 구심력과 선교역량을 흐트러트릴 염려가 커진다. 이제까지 뿌리 내려온 전통과 함께 쌓아온 경험을 성찰하여 분석한 바탕 위에서 실천해야 한다. 이 일에 서로 협력하여 집중할 때 성공회의 도약은 가능하다.

신자와 성직자 구분 없이, 원로세대를 이어서 중장년세대, 청소년 청년, 그리고 여성의 이해와 기대를 물어야 한다. 교회가 함께 하는 신앙의 발판을 든든히 마련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알찬 신앙 교육으로 몸을 만들고 힘차게 뛰어 올라야 한다. 개인의 선호와 취향, 관심과 입장의 차이를 ‘교회답고 성공회답고 신자다운’ 신앙에서 녹여내도록 모두 다짐해야 한다. 주교원을 비롯하여 성직자원, 평신도원, 그리고 관구와 교구의 여러 전문위원회가 신자들의 희망에 귀 기울여 ‘교회 신앙’의 기초를 확인하고 신앙 훈련과 학습의 기본기 마련에 매진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