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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옮김) 일본성공회 토호쿠교구 주교의 메일


<긴급> 일본성공회 토호쿠교구 주교의 메일

 

3 13 20 38분에 지진 재해지역인 토호쿠교구 카토 히로미치 주교님이

일본 각교구 주교님과 성직자에게 보낸 메일입니다. 한일협동위원회를 통해

전송되어 왔기에 급히 옮겨 전합니다. - 관구 한일협동위원회 유시경 신부

 

 

주교회, 그리고 지금까지 메일로 연락주신 여러분들께

 

 

오늘 겨우 집에 전기가 들어와, 이 컴퓨터로 메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열어보니 정말 많은 격려 메일이 와 있었고, 캔터베리 대주교님을 위시하여 해외로부터 많은 메시지를 주셔서 지금 처음 보면서 정말 놀랐고 감사를 드립니다. 수도는 아직 개통되지 않았지만, 어젯밤까지는 컴컴해서 몹시 추웠습니다. 어떤 분이 주신 메일에, 아마도 주교는밤새도록  연락을 취하거나 하고 있었을 것이라 하신 내용이 있었지만, 연락하려 해도 통하지 않았고, 게다가 휴대전화의 충전을 다쓰고나면 그나마 필요한 최소한의 연락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매우 죄송하게도 처음 이틀간은 안부확인 메일을 휴대전화로 주시지 않아도 좋다”, 충전이 줄어드니! 이런 느낌이었습니다.(죄송합니다, 염려하시는  마음에 감사드리면서도 그랬습니다.)

 

 또 곤란한 지역을 방문하려해도, 근접할 수도 없고, 또 자동차 기름도 보급할 수 없으니 함부로 차를 움직일 수도 없어, 결국 저는 이틀밤을 양초를 켜고 어두운 가운데 가족과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무드가 있었지요). 간신히 라디오를 찾아 들으며 사태의 개요를 알았지만, 텔레비전과 신문을 본 것도 오늘이 처음입니다. 결국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사정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수도, 가스, 전기 등 라이프라인(life line)이 끊긴 상태지만 비교적 평온한 센다이(仙台) 중심부(주교좌성당 부근) <교통 신호가 꺼져 있는데도 많은 차들이 서로 양보하고, 고령자를 친절히 안내하는 등 솔직히 감탄하고 있습니다)에 비교하면, 보통 차로 불과 15분이면 닿는 곳에서는, 상상을 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곳에 갈 수 조차 없습니다. 자가발전을 하는 현청에서 4시간 줄을 서서 휴대폰을 충전했고, 또 오늘이 되어서야 센다이(仙台) 기독교회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관청이 가깝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연락이 상당히 자유로와 졌습니다(자동차 기름도 아직은 구하기가 지극히 어려워서 영업중인 주유소는 역시 4시간 기다려 10리터 정도, 입니다). 집과 교회, 사무소 안의 흩어진 물건에는 아직 손도 못 댑니다.

 

걱정스러운 태평양해안의 가마이시(釜石) 교회와 보육원, 이소야마(磯山) (후쿠시마현 신치)와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아 안전이 크게 걱정입니다.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곳입니다. 센다이 기독교회는 오늘 주일에 성당 사용을 삼가하고, 교육관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20명 정도 모여 서로 기뻐했습니다만, 많은 신도들, 특히 바다 가까이 사는 신도들과는 아직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시오가마(), 나토리(名取), 센다이(仙台)의 와카바야시(若林)구에 신도들이 살고 있어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들의 식량이나 물도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너무 길어져서 줄입니다만, 한신코베 대지진 때와는 다른 지역적 상황등이 있다고 느낍니다. 가마이시(釜石)등은 평소에도 쉽게 가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센닌千人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좋지 않은 표현이지만 육지 속의 고도라고 지금까지 일컬어져 온 지역이 피해지역이 되어서, 그 점이 앞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곳이겠지요.

 

자원봉사의 참가 방법도, 다소 마음에 걸립니다. 센다이(仙台) 기독교회는 오늘 예배 후에 누구든지 오셔서 휴대전화 충전을 하십시오라는 벽보를 붙이고, 전기 코드를 밖으로 내놓았습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자기만 생각해도 되는지? 물어봐야 할 중요한 때라고, 오늘 교구 성직자들에게 메일로 보낸 바 있습니다. 교구 성직자들은 교연기자는 현직, 은퇴 성직자 모두 무사합니다. 교회의 손해는 제각각입니다.

무엇보다 가마이시(釜石), 이소야마(磯山)가 걱정이지요. 모든 것이 이제부터입니다.

 

무엇이 필요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많은 문의를 주시지만, 아직 모른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대답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려야 하지만, 많은 선의의 연락에 대한 응답과 대응에 대해 이제야 시간과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솔직한 답입니다. 좀더 시간을 주시기를, 하고 바라는 바입니다.  텔레비전의 보도, 정부의 발표도, 어딘지 멀게만 들린다고 느낍니다. 센다이의 성직자들도 열심히 신도의 안부 확인을 포함, 대응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상임위원회를 개최하려고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모일 상황이 아닙니다. 토호쿠신깐센(東北新幹線)도 고속 도로도, 불통이고 폐쇄중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먼저 기도해 주십시오, 라고 부탁드립니다. 물론 교구로서의 대응태세도 되도록 빨리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해 주시는 점,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가 몸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을 조금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무쪼록 널리 이해해 주십시오.

 

 

                           주 안에서 센다이(仙台) 동북교구 가토(加藤) 주교